일본의 오늘

하청업자도 "노동자성 인정해야" 일본 법원판결

서의동 2011. 4. 14. 13:20
일본 최고재판소가 주택관리회사의 하청업자를 노동조합법 상의 노동자로 인정해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고용된 노동자와 다름없으면서도 노동권을 누리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들의 실태에 주목한 획기적인 판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최고재판소 제3소법정은 12일 주택관리회사 INAX의 자회사와 업무계약을 맺고 제품수리를 하청받아온 개인사업자들에 대해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며 단체교섭을 거부해온 회사에 대해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다. 

‘커스터머 엔지니어(CE)’로 불리는 개인사업자들은 INAX의 자회사인 INAX메인터넌스의 하청을 받아 화장실과 욕실의 수리보수를 하청받아왔다. 이들이 2004년에 결성한 사외노조가 노동조건 개선을 내걸고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CE는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교섭에 불응해왔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CE는 회사측의 지시에 따라야 할 처지”라며 “보수도 회사가 결정하고 있는 만큼 노동의 대가인 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노동자임을 인정했다. 

1심 도쿄지법은 2008년 CE를 노동자로 인정했으나 이듬해 도쿄고법은 1심 판결을 뒤집어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신국립극장운영재단과 계약을 맺고 공연에 출연중인 오페라가수에 대해서도 노조법상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번 판결은 위탁 또는 청부의 형태로 계약을 맺었다 하더라도 사실상의 고용상태와 다름없을 경우 노동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판결로 아웃소싱 방식으로 고용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행태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개인사업자들에 대해 직원과 동일한 노동을 시키면서도 사회보험 부담을 지지않는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변형된 형태의 저임금 노동이 확산되고 있는 현상에 사법부가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늘리고 있는 정규직 사원의 아웃소싱화는 2006년 한햇동안 63만명이었으나 2008년 110만명으로 증가했다. 이 신문은 “이번 판결로 개인사업자들이 노조를 결성해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