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지 11일로 두달이 됐다. 수습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원전사태는 더이상 악화되지 않고 있지만 복구작업은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방사성물질에 의한 오염도 지속되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가 난폭하게 휩쓸고 간 도호쿠 피해지역은 수도와 전기조차 복구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복구 및 이재민 지원 사업도 더뎌 많은 경우 집단 피난소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동안 전망조차 불투명하던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의 복구작업은 사고 두달로 접어들면서 겨우 제자리걸음을 벗어난 단계다. 지난 9일에는 1호기 원전건물 내부에 사고이후 처음으로 근로자들이 투입돼 원자로 냉각시스템 복구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2~4호기는 여전히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원전주변에서 아직도 상당량의 방사성물질이 유출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성급한 기대는 ‘금물’일 수 밖에 없다. 9만t에 달하는 오염수가 장마철을 맞아 급격히 불어날 우려도 있다.도쿄전력은 연말까지 1~4호기의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로드맵(일정표)를 지난달 제시했지만 원전 안정화는 해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뜨거운 원자로
복구작업의 핵심은 원자로 냉각시스템의 복원이다. 핵연료봉을 100도 이하의 ‘냉온정지’ 상태로 둬야 연료봉 용해와 폭발 등 추가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진과 쓰나미로 비상냉각시스템이 파손된 이후 도쿄전력은 해수와 담수를 주입해 원자로를 식히는 ‘임시변통’을 시도했다. 하지만 연료봉이 담겨 있는 압력용기의 균열로 오염수가 대거 유출됐다. 결국 궁리해낸 것이 압력용기를 둘러싼 격납용기에 물을 채워 압력용기 자체를 식히는 ‘수관(水棺)’ 방식이다. 원자로에서 데워진 냉각수를 배관을 통해 건물 밖으로 빼낸 뒤 열교환기와 공랭식 냉각장치를 통해 식히는 순환냉각시스템도 함께 도입하기로 했다. 터빈실 지하 1층에 있는 열교환기를 재가동해 냉각수를 바닷물로 식히는 방안도 검토됐다. 하지만 터빈실에 들어찬 오염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시도도 하지 못했다.
도쿄전력은 지난 5일부터 1호기 건물 내부에 환기장치를 설치해 방사성물질의 오염수위를 낮우었다. 9일부터는 원자로 수위와 압력조정 작업을 위해 근로자들이 투입됐다. 하지만 건물내 방사선량이 시간당 10~100mSv(밀리시버트)에 달해 장시간 작업은 불가능하다. 도쿄전력은 방사선 차폐효과가 큰 납으로 차단막을 설치한 뒤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6월까지 압력용기와 격납용기의 수위측정 계기와 열교환기 등을 설치하고, 외부 장착형 공기냉각장치까지 끝낼 것을 기대하고 있다
나머지 원자로는 갈 길이 더욱 멀다. 2호기는 격납용기 아래쪽의 압력제어실 일부가 손상돼 ‘수관’을 하기위해서라도 보수공사를 해야한다. 3, 4호기는 건물이 수소폭발로 부서진 상태여서 추가폭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3호기의 압력용기는 지난 8일 한때 217℃까지 상승해 냉각수 배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폐연료봉 1300여개와 새 연료봉 200여개가 있는 4호기 저장수조는 구조물 손상에 따른 붕괴우려가 있어 보강공사가 필요하다.
방사능 오염은 여전히 진행중
후쿠시마원전 사고대책통합본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호소노 고시 총리 보좌관은 복구작업의 최대 장애물 중 하나로 오염수를 꼽았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터빈건물 지하 등에 약 9만t의 오염수가 있다. 원자로 냉각을 위해 물을 계속 주입하고 있어 연내 20만t로 불어난다. 5월 중순부터 시작될 장마로 오염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우려도 있다. 그러나 오염수 저장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되는 방사성물질 방출량은 지난달 중순 현재 시간당 100억 ㏃(베크렐)에서 1T㏃(1조 베크렐)로 추정된다. 사고 초기 최대 1만T㏃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었지만 아직 상당량의 방사성물질이 계속 유출되고 있다. 원자로에 연결된 배관의 틈이나 원자로 건물잔해에 붙어있는 방사성물질들이 바람에 날려 대기중으로 퍼지고 있기도 하다. 도쿄전력은 원자로 건물에 커버를 씌우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건물 내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대기, 바다오염은 다소 완화됐지만 방사성물질이 침전, 축적되면서 후쿠시마현 소마시에서 이달초 목초 1㎏당 9200㏃(기준치 300㏃)의 세슘이 검출되는 등 토양오염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도쿄전력이 지난달 17일 발표한 로드맵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로드맵 발표일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일본을 방문한 날”이라며 “일본의 사고 대응에 불만을 가져온 미국에 선물이 필요하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로드맵 발표를 서둘렀다는 분석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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