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대지진 두달...도호쿠는?

서의동 2011. 5. 11. 17:30
두달이 됐지만 도호쿠 지방은 수도·전기·하수도·철도 등 기본적인 인프라 복구작업조차 느린 진행을 보이고 있다. 2500만t에 달하는 잔해를 처리하는 데만 3~5년 가량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향후 3개월 내 이재민들을 대피소에서 가설·공영주택 등으로 이주시키는 등 단기 안정방안을 마련했으나 계획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도호쿠 지방의 정상화는 멀고도 험한 여정이 될 전망이다.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 등 3개현은 지금도 약 7만3000호가 단수, 12만호가 정전상태이다. 주민 1만8000여명 중 8000명이 실종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는 지난 4일 현재 마을 전역이 거의 단수상태이고, 전력복구율은 40%에 머무르고 있다. 같은 현 이시노마키는 도호쿠전력이 시내 대피소에 설치한 급수차에서 식수를 배급하는 형편이다. 이와테현 리쿠젠다카타시도 수도 복구율이 10%에 머물고 있다. 대피소 급수차에서 식수는 해결하지만 빨래는 인근 하천에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민 이토 히사오(73)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기가 안들어와 지금도 저녁 7시에 잠자리에 든다”며 “외딴 고도나 다름없다”고 푸념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도호쿠 지방의 7만호가 수돗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정전은 지진 직후 274만호에서 크게 줄었으나 여전히 1만508호에 달한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16개현에서 109개 하수시설이 피해를 입었고 이중 18개 시설이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식수와 전기의 복구가 지연될 경우 위생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쓰나미로 침수되고 하수와 뒤섞인 가재도구 등에서 발생하는 먼지로 호흡기질환과 식중독도 우려된다.

일본 정부는 향후 3개월 이내 대피소 주민들을 가설주택이나 공영·민간주택으로 이주시키는 한편 주거지 주변의 잔해를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재민 수용에 5만8000호의 가설주택이 필요한 반면 지난 9일 현재 설치된 가설주택은 4400여호에 머무르고 있다.
 
재난으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의 생계문제도 막막한 실정이다. 마이니치신문이 피난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이 휴업중’(25%)이거나 실직(20%)한 주민이 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과 도호쿠를 연결하는 신간센은 복구됐지만 해안지역 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JR재래철도는 역사와 선로가 쓰나미에 쓸려간 곳이 많아 해를 넘겨서나 복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안지역 마을들이 쓰나미 피해를 막기 위해 고지대로 옮겨갈 경우 노선변경도 불가피해 한동안 주민불편이 지속될 전망이다. 
 
약 2500만t에 달하는 잔해철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쓰나미에 휩쓸린 잔해들은 소금기를 머금고 있어 소각시 염화수소 등 유독물질이 발생한다. 염화수소는 물과 섞이면 염산으로 변해 실명이나 화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잔해철거에 적어도 3~5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피해지역의 잔해처리 공간이 부족해지자 미야기현은 일본의 3대 명승지로 꼽히는 마쓰시마(松島)에 폐기물 처리장을 짓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편 지난달 14일 발족한 부흥구상회의는 오는 6월 중 도호쿠 지방의 부흥방안을 종합할 계획이다. 피해지역의 지역공동체가 주체가 돼 산업과 마을재생에 나서게 할 방침이다. 고령농가와 시민들이 함께 농업을 꾸려가는 시민농원 조성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