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원전없이 견디는 '실험' 돌입

서의동 2011. 5. 12. 17:33
후쿠시마 원전 사고 두 달을 맞은 일본에서 의미심장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여론의 안전요구에 밀려 하마오카 원전의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일본 내 다른 지역 원전들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여름 일본의 원전가동률은 20%대 초반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간 나오토 총리는 내친 김에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 방침을 밝히며 ‘탈원전’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11일 아사히신문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 내 원전 54기 중 42기가 올 여름 가동중단돼 원전 가동률은 22%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5기를 비롯해 도호쿠지역 원전 15기가 운전 정지됐다. 여기에 정기점검으로 가동중단 중인 12기, 올 여름 정기검사에 들어갈 6기, 정기점검이 완료됐으나 후쿠시마 사고로 가동이 유보된 7기, 하마오카 원전 2기 등을 합하면 42기가 가동을 멈추게 된다.
 
이 가운데 정기검사가 완료된 7기는 지난달 말 재가동할 예정이었으나 정부가 방재대책을 추가 주문한데다 주민들의 반발로 재가동 시기가 불투명해졌다. 니가타, 후쿠이현 등에서는 자치단체장이 나서 “납득할 만한 안전 대책 없이는 원전 재가동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다. 니가타현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3기의 재가동에 대해 아이다 히로시 가시와자키 시장은 지난 4일 “시민들이 후쿠시마 같은 참사를 당하도록 할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했다. 13기 중 6기가 점검중인 후쿠이현의 니시카와 가즈미 지사도 “현이 요망하는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재가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전 방재대책이 마무리되는 향후 수년간은 일본 사회가 원전의존도를 대폭 낮추는 실험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이에 성공하면 일본은 ‘탈원전’ 사회로 진입할 역량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름 전력난에 대비해 도요타 등 자동차업체들이 7~9월 3개월간 평일 2일을 쉬는 대신 전력수요가 적은 주말에 공장을 가동키로 하는 등 ‘절전 방안’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간 총리는 지난 10일 2030년까지 원전 14기 신·증설을 내용으로 하는 에너지기본계획의 백지화 방침을 선언하며 정·관·재계에 포진된 ‘원전마피아’들을 수세에 몰아넣고 있다. 이번 기회를 전력산업의 근본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도쿄전력 구조조정 문제와 관련한 사설에서 “지역독점체제 속에 정치·행정과 유착돼온 전력산업을 이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논의해야 한다”며 “미증유의 위기는 전력산업에 개혁의 메스를 댈 기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