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증세 결단 못내리는 일본 정부

서의동 2011. 7. 1. 14:18
동일본대지진 피해복구와 사회보장 개혁 등을 위한 재원조달 방안을 놓고 일본 정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수십조엔에 이르는 모갯돈 마련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리더십 부족으로 결단을 못내리는 상황이다. 뻔한 해법을 목전에 두고도 미적거리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국제사회도 냉소하고 있다. 
 
3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여당인 일본민주당은 사회보장개혁을 위해 2015년까지 소비세(부가가치세)를 현행 5%에서 10%로 올린다는 정부안에 대해 ‘2010년대 중반까지 대략 10% 인상’이라는 절충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세금인상으로 경기악화가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와 “곧 그만둘 총리 하에서 증세를 결정할 경우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동일본대지진 부흥재원 마련을 위해 소비세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붙는 소비세를 인상하게 되면 재해지역 주민들까지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이를 사회보장개혁 재원으로만 사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대신 소득세와 법인세 인상으로 10조엔(약 135조원)의 부흥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소득세는 10%를 올려도 세수증대 효과가 2조엔(약 27조원)에 불과하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공장의 해외이전 등으로 산업공동화가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일본의 올해 사회보장비는 국내총생산(GDP)의 22%인 108조엔(약 146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고령자가 늘어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사회보장비가 급증하고 있지만 그간 일본정부는 국채발행을 통해 비용을 충당해왔다.

이 때문에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올 연말까지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의 184%인 892조엔(약 1경2000조원)에 달하게 된다. 
 
이런 국가채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증세만이 유일한 해법임을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6일 일본에 대해 2012년~17년까지 소비세율을 15%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할 것을 주문했다. 
 
2009년 출범한 민주당 정부는 그간 꾸준히 사회보장및 세제의 개혁에 나서겠다고 공언해왔지만 2년이 다 되도록 한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내놓기로 한 장기재정계획안도 발표가 보류됐다.

이에 실망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7일 일본이 세번째의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치에 있다. 증세에 나서려면 정부의 확고한 리더십이 필수적이지만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정부와 정치권에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내각부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증세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결단력과 국민의 신뢰가 둘다 결여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