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 작품은 <백야행>. TV드라마에 국내에선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뼛속까지 우울해지는 스산함에 몸서리를 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용의자X의 헌신>는 강도면에선 덜 부담스럽다. <백야행>처럼 극단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전개속에 인간이란 존재를 발가벗겨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웅크린 모습의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그의 웅크림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맨얼굴을 엿보게 되는 독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의 책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청결하고, 남에게 폐끼치기 싫어하고, 단정한 일본사회와 일본인들이 실제로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좋아하는 이웃집 이혼녀 야스코가 일하는 도시락가게를 드나들면서 좋아한다는 감정이 드러날까 조바심치는, 그래서 자로 재듯, 정밀한 계산하에 의해 감정선을 넘지 않고, 가둬버리는 이시가미의 모습도 그렇다.
그런 행태가 꼭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정돈된 질서와 체계속에서 전체를 위해 조금씩 침식당해가는, 그러다 한순간에 놀랄 정도의 에너지로 폭발해 버리는 일본사회와 일본인의 모습은 어딘지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엽기적인 살인이 자주 일어나는 것도 이런 것과 상관없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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