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B정권의 막말들

서의동 2009. 1. 5. 19:28

지난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나온 참석자들의 발언이 두고두고 원성을 사고 있다. MB(이명박)정부 인사들의 '4차원성' 발언이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국무회의 발언들 역시 압권이었다.

 2008년 12월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 회의에서 한승수 국무총리는 "과거에는 정상들이 외국에 나가면 조마조마할 때가 있었는데 이 대통령은 대외관계를 잘하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나라로서도 복된 일"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덜컥 개방하고, 남북관계를 10년이나 후퇴시켜 놓은 대통령을 두고 대외관계를 잘한다니.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가 아마 과거 왕조시대의 호조판서를 포함해서 역대 재무 책임자 중 가장 돈을 많이 써 본 사람일 것이다. 올해는 정말 원없이 돈을 써봤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돈을 최대한 풀었다는 정도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민심이 어떤 상황인지 헤아렸다면 말을 가렸어야 했다. 강 장관에게는 위기로 치닫고 있는 국민경제에 대한 책임감이나 사명감보다는 막대한 재정집행 권한을 휘둘러봤다는 만족감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하긴 지난 한해 국민들은 MB진영 인사들의 더 어처구니 없는 말들을 들어야 했다. 연말 방송들은 한·미 쇠고기 협상 대표였던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농업통상정책관이 쇠고기 협상 결과를 추궁하던 한 야당의원에 대해 "선물을 줬다면 우리가 미국에 준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에게 준 것"이라며 태연히 맞받던 모습을 방영했다.

 위험관리를 과신하지 말라는 게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져다준 가장 큰 교훈인데 여권은 아랑곳없이 금융규제 완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고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이 법안들에 '개혁'이란 수식어를 붙여 부르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배웠다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는 걸 보고 있으면 소름이 끼친다"고 했다.

 MB인사들의 막말들이 횡행하는 동안 국민들은 말할 자유와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는 지난해 말 절필을 선언하며 "나는 닭은 닭이라고 하고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한 거밖에 없다"며 권력의 압박에 마지막 일침을 놓았다. 사이버 모욕죄가 도입되면 '입바른 소리'들은 다음 아고라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도 사라져 갈 것이다.

 연말에 만난 한 공무원에게 MB정부에서 1년을 보낸 소감을 묻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며 피해갔다. 올해부터는 국민들도 '영혼'을 빼앗기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방송법을 강행처리하고 인터넷에 재갈을 물리려는 여권의 시도를 보면 그렇게 될 개연성이 높다. 정권이 뻔한 거짓말을 늘어놔도 틀렸다는 말도 할 수 없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얼마전 MBC에 대해 '정명(正名)'이 무엇인지 스스로 돌아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체 누가 누구에게 할 말인가. 이 정권의 화법에 연초부터 울화가 치민다. 
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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