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밤 5개 방송사가 동시에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100분 중 60분 가량을 경제문제에 할애했다. 그만큼
‘위기설’이 거론될 정도로 어려운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집권 이후 6개월만에 각종 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대화’를 지켜본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경제난에 처하게 된 데 대한 깊은 반성과 해결책 제시가 미흡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대화 초반에 “너무 서둘렀던 측면이 있고,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하는데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론에 접어들면서 태도를
바꿨다.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온 참석자가 ‘경제위기설’을 청와대와 정부가 먼저 제기한 것에 대해 질문하자 이 대통령은 “긴장감을 갖기 위해
‘위기’란 말을 쓴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제위기설’의 진원지가 청와대와 정부였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지만 최고 국정책임자가 ‘경제위기설’을
언급하는 것이 얼마나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는 호소에 이 대통령은 “앞으로 기업, 비정규직, 정부 이런 이해당사자가 모여서 사회적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며 언뜻 듣기에 ‘스웨덴식 대타협’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내놨다. 전문패널이 이 대통령의 말을 받아 “(이 대통령이) 이랜드나 코스콤,
기륭전자 등과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묻자 “3자 개입없이 순수한 비정규직과 기업과 타협을 한다면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햇다.
한 대학생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자살한 대학생 얘기를 꺼내며 공약으로 내건 ‘반값 등록금’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묻자 이 대통령은
“나 자신은 ‘반 값’ 공약을 말한 적 없다”고 피해갔다. 이 대통령은 “환율은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역량에서 벗어나 있다”면서도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폭등을 야기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무한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경험을 내세워 비정규직의 아픈 현실을 피해갔고, ‘촛불시위’에 대한 방어막도 쳤다. 역경을 딛고 ‘성공신화’를 쓴 대통령의 경험담은 성공할 수 없는 대다수 서민 시청자들을 위로하는 자리에 어울리지 않았다. 100분간의 ‘토크 쇼’가 끝난 뒤 참여연대는 “국민과의 소통 의지가 없음을 다시 보여준 대화”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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