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단명하는 일본총리들 왜?

서의동 2011. 8. 31. 21:02
일본 국회는 30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54) 민주당 새 대표를 95번째 총리로 선출했다. 내각책임제가 일본에 도입된 1885년부터 계산하면 1년4개월 만에 한번씩 총리가 바뀐 셈이다. 최근 10년을 보면 2001년 4월부터 5년5개월간 집권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를 제외하고는 예외없이 1년 안팎의 임기를 수행하고 사퇴했다. 1년3개월만에 물러난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가 그나마 장수한 편에 속한다.
 
1년이 채 멀다하고 총리가 바뀌는 리더십 부재가 경제는 물론 사회전반에 부작용을 미치고, 다시 정치를 압박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23일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 중 하나도 정치리더십 부재였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치권에 리더십이 실종된 원인으로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의 대립이 항구화하는 ‘네지레(뒤틀린) 국회’ 체제를 꼽는다. 일본은 여타 내각책임제 국가에 비해 참의원의 권한이 강하다. 일본 헌법은 정부 예산안과 조약 비준, 총리 선출에서만 중의원의 우위를 규정하고 있다.

정부 예산안과 조약은 중의원을 통과하면 참의원이 부결하더라도 60일 뒤 자동성립되지만 일반 법안은 참의원 부결시 중의원에서 3분의 2가 찬성해야 성립될 수 있다. 중·참의원 동시선거를 통해 양원을 장악할 경우 정권안정을 꾀할 수 있지만 참의원은 3년마다, 중의원은 4년마다 선거를 치르도록 돼 있어 동시선거도 어렵다.
 
2007년 9월 야당인 민주당이 참의원을 장악한 뒤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미국 등 다국적군 급유지원 활동을 위한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연장에 실패하면서 퇴진했다. 반대로 지난해 선거에서 참의원을 장악한 제1야당 자민당은 사회보장 개혁과 동일본대지진 이후 부흥 관련 법안에 대해 발목을 잡아왔다. ‘네지레 국회’의 여야대립→정책추진 지연→국민불신→지지율 하락이라는 메커니즘이 리더십 부재현상을 낳고 있는 셈이다.
 
1955년 성립한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 하에서 일본 경제는 성장가도를 달려왔고, 이런 배경 속에 정치-관료-기업의 ‘3각 유착’을 통한 이익공유형 정치체제는 그런대로 굴러갔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소선거구제 도입과 정치자금법 개정 등 일련의 정치개혁이 진행되면서 ‘나눠먹기형’ 정치기반은 약화됐고, 타성에 젖은 정치인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허둥댔다.
 
특히 ‘세습 총리’들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며 정치불신을 가중시켰다. 아베를 비롯해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아소 다로(麻生太郞),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등 단명총리들이 모두 그런 경우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장기침체와 실업사태, 국가채무 누적, 고령화, 고이즈미의 신자유주의 개혁 후유증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했지만 ‘총대를 메고’ 돌파하려는 리더십은 없었다. 아프거나 법안통과에 실패했거나(아베), 지지율이 낮다(후쿠다, 하토야마)는 이유로 책무를 완수하기 보다 물러앉는 쪽을 택했다.
 
중심을 잡고 정책을 추진해가는 카리스마형 리더십이 없다보니 일본 정치권은 언론 비판이나 내각지지율에 과민반응하다 스스로 무너져 버리기 일쑤였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과거에 비해 정치인들의 자질이 현격히 낮아진 데다 중·참의원간 대립구조가 지속되면서 총리의 리더십이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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