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근로빈곤 심화

서의동 2011. 9. 15. 21:25
일본에서 연수입이 200만엔(약 2800만원)에 못미치는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가 74%에 달한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2년 전 조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로 일본의 근로빈곤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간제 비정규직 근로자는 파트타이머, 계약·파견 근로자 등 기간을 정해 일하는 기간제(유기계약) 근로자를 말한다. 15일 일본 언론들은 기간제 근로자의 실태에 대한 후생노동성의 조사결과 연수입 200만엔 이하가 74.0%로 2009년(57.3%)에 비해 16.7%포인트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정규직과 동일한 직무를 담당하는 기간제 근로자도 60.3%가 200만엔 이하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09년(40.7%)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일본에서 연수입 200만엔은 근로빈곤의 기준선으로 통용되고 있다. 
 

프리터들의 메이데이에서 행진하는 일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아마미아 카린 제공

 

이번 조사는 7월에 5415개 사업장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후생노동성의 자문기관인 노동정책심의회 분과회에 보고됐다. 2년전에 비해 대상 근로자중 단시간 근로자의 비율을 취업실태에 맞게 23.6%(2009년 14.1%)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연수입 200만엔 이하 비율이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핵심업무를 수행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낮은 임금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실제 조사에서는 ‘정규직 보다 고도의 기술을 활용하는 직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중에서도 절반 가까이인 43.5%가 연수입 200만엔 이하였다. 취업형태별로는 계약사원이 47.2%, 파견사원이 56.7%였다. 
 
일본의 비정규직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이 지난해 10월 전국의 5인 이상 사업장 1만414곳의 근로자 3만30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형태의 다양화에 관한 종합실태조사’를 보면 지난해 일본의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38.7%로 1987년 조사 시작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3년 전 조사보다 0.9%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남성은 24.1%, 여성은 58.1%가 비정규직이었다. 
 
일본의 비정규직은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 당시 파견근로자 제도를 일반 제조업으로 전면 확대하면서 급증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전후로 파견근로자 대량해고가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2009년 집권한 민주당 정부는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법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국회 심의단계에 머물러 있다.
 
비정규직 뿐 아니라 정규직 근로자들의 대우도 점차 악화돼 지난해 10월 조사에서 상여금을 지급한 사업장은 2007년에 비해 13.5%포인트 감소한 65.0%, 퇴직금을 지급한 사업장은 6.1%포인트 감소한 58.4%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일본 기업들의 비정규직 의존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비정규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의 79.7%가 ‘(비정규직을) 고용하지 않으면 사업을 꾸려나갈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2009년 조사에 비해 2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기업들은 그 이유로 ‘인건비가 높아지기 때문’(51%) ‘업무의 변동성을 감안할 때 정규직만으로는 대응이 어렵기 때문’(38%) 등이라고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