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금융지주법 통과… 재벌 사금고화·경제력 집중 우려

서의동 2009. 7. 22. 19:38
ㆍ대기업 은행소유 빗장 풀려
ㆍ시민단체 “삼성그룹 특혜법” 비판

 
숱한 논란을 불러왔던 금융지주회사법이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됐고, 증권·보험사 등 비은행 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게 됐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의 빗장이 사실상 모두 풀린 셈이어서 재벌의 사금고화와 경제력 집중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은행 인수 길 열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은 산업자본이 은행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 핵심이다.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분소유 한도를 4%에서 9%로 높이고, 산업자본의 사모투자펀드(PEF) 출자 한도를 현행 10%에서 18%로 올렸다. 서로 다른 대기업집단들이 PEF에 출자한 지분 합계액의 한도는 30%에서 36%로 완화됐고, 연기금은 출자 한도규제를 받지 않게 됐다. 이에 따라 2~3개의 대기업과 연기금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지주나 산은금융지주 등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증권·보험사 등을 지배하고 있는 비은행 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둘 수 있게 됐다. 다만 보험지주회사의 보험 자회사는 제조업 손자회사를 거느리지 못하도록 제한을 뒀다. 보험사가 고객 자산을 제조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활용할 때 이해상충이 생기고, 보험사의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규제 추세에 역행 =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삼성그룹이 삼성생명을 보험지주회사로 만든 뒤 자회사로 삼성전자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삼성특혜법’이라고 비판해왔다. 물론 삼성생명 중심의 금융지주회사를 만들 경우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21%)을 지주회사가 받아주거나 다른 계열사에 처분해야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당장 삼성의 소유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추후 자회사의 정의를 수정하는 법안 개정으로 삼성그룹에 특혜를 주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부는 금융규제 완화와 관련해 산업자본이 최대주주가 되거나 경영개입시 사전승인을 받도록 했고, 은행 지주회사의 주요출자자에 대한 사후감독을 강화하는 등 안전장치가 강화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그동안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의 불법행위와 규정 위반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해왔던 점으로 미뤄볼 때 사후감독 강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 

◇‘짜깁기 법안’ 통과, 처리과정도 졸속=김형오 국회의장이 이날 직권상정하겠다고 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었으나 정작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박종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었다. ‘박종희 의원 법안’은 공성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던 정부 입법안을 합쳐 이날 즉석으로 만들어진 법안인 것으로 드러났다. 직권상정에 의한 법안 강행처리 방침이 굳어지자 정무위 심사도 없이 새로운 내용을 ‘끼워넣기’한 셈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법안을 강행처리했어야 하는 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금융당국이 은행업에 진출한 대기업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할지도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도 “국회는 금산분리 원칙을 완전히 허물어뜨려 국가경제에 큰 파장을 미칠 금융지주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