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금융지주법 ‘절차적 하자’ 논란

서의동 2009. 7. 23. 21:06
ㆍ폐기됐던 내용 끼워넣기… 설명도 없이 졸속처리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처리과정이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채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법안에 중대한 내용이 ‘끼워넣기’식으로 들어갔고, 이로 인해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의 정확한 내용도 모른 채 표결에 참여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국회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처리하려다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최대 쟁점이 됐던 미디어법 처리 여부에 야당의 관심이 소홀해진 틈을 타 강행처리를 관철시켰다.

23일 국회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정부 제출 법안이 지난 6월 정무위원회에,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의한 법안이 법사위에 계류돼 있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22일 비은행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해 ‘삼성특혜법’ 논란이 제기된 공성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직권상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본회의에서 돌연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수정안에는 대기업이 은행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 추가됐다.

이는 지난 4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당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대와 기권으로 부결됐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내용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22일 처리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공성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폐기된 법안 내용이 합쳐진 것이다.

특히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야가 미디어법 처리를 놓고 충돌하는 바람에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대한 설명은 물론 질의와 토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법안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채 표결에 참여했다.

정부도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변칙을 동원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4월 임시국회에서 부결되자 산업자본의 은행지주회사 지분소유 한도를 9%에서 10%로 높이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달 입법예고도 하지 않은 채 국무회의를 통과시키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사회적 논란이 큰 법안을 사회적 합의없이 졸속으로 강행처리한 것에 대해 정부와 국회의장, 한나라당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금융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재벌의 은행 소유를 가능케 하고,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무력화시킨 법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