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회가 한 달 이내 단기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파견업체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떼는 수수료율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노동자파견법 개정안을 28일 통과시켰다. 일본 노동계는 제조업 파견 금지와 같은 핵심 내용이 빠졌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파견노동의 남용에 제동을 걸어 ‘워킹푸어’(근로빈곤층) 문제 해결을 위한 첫발을 뗀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참의원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노동자파견법은 파견근로자가 적정한 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파견업체가 근로자를 파견한 대가로 받는 요금 중 파견업체가 갖는 수수료율을 공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공개가 의무화되면 파견근로자들은 어떤 회사가 적정한 임금을 주는지 비교해 유리한 업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또 파견업체들이 ‘업무관리비’ 명목으로 원천징수해가는 수수료가 불투명하게 산정되는 문제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불안정 노동의 확산 배경으로 지목돼온 30일 이내 단기 파견도 금지된다.
이번 개정법에서는 또 회사가 근로자와 위장청부(도급) 계약을 맺어 놓고 파견근로를 시키다가 적발될 경우 회사가 해당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의제(간주)고용’ 제도도 도입했다. 2010년 위장청부 사실이 적발돼 시정 지도를 받은 업체는 257개에 이른다. 다만 의제고용 제도는 법 개정 3년이 지난 뒤 시행하도록 경과규정을 뒀다.
이번 법 개정은 근로빈곤층 양산의 원인으로 꼽힌 파견근로 남용에 처음으로 제동을 걸었다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법 개정과정에서 노동계가 요구해온 제조업의 파견근로 금지와 노동수요가 있을 때만 고용계약을 맺는 등록형 파견 금지 2가지 핵심사안은 야당의 반대로 제외됐다.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제조업 파견근로자들은 경기가 악화될 때 가장 먼저 해제(해고)되면서 기업들로부터 경기대응용 인력 취급을 받았다. 일용 파견으로 부르는 등록형 파견도 근로빈곤층을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파견근로에 대한 규제 완화를 진행했다. 2003년에는 제조업 파견도 허용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가 사회격차를 확대시켰고, 내수 부족을 유발시켜 경기침체를 장기화하는 원인이 됐다. 2008년에는 세계 경제위기로 제조업체들이 파견근로자들을 대량 해고하는 ‘하켄기리(派遣切り)’ 사태가 발생해 15만명이 실직했다. 해고와 동시에 회사 기숙사에서 쫓겨나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이들이 속출하면서 워킹푸어 문제가 사회현안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2009년 총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한 민주당은 선거 당시 제조업 파견근로 금지를 대표공약으로 내놨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파견유니온’의 세키네 슈이치로(關根秀一郞) 서기장은 법 개정에 대해 “이런 상태라면 파견근로자 대량해고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며 “등록형 파견·제조업 파견은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번에 도입한 파견업체의 수수료율 공개와 단기 파견 금지 조항은 한국에서는 도입되지 않은 규제로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에 주는 시사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현행 법률은 직업소개업체에 대해서만 수수료 규제를 실시하고 있을 뿐이어서 파견업체들이 근로자들을 상대로 과도한 수수료를 떼는 횡포가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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