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40대 대기업 부채 비율, 절반 이상이 200% 넘어

서의동 2009. 5. 8. 20:36
ㆍ경제개혁연대 ‘연결재무제표’ 분석
ㆍ공정위 발표 수치보다 65.8%P 높아

국제기준으로 산출한 40대 대규모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이 평균 176%에 달하고, 이중 절반 이상의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는 등 재무불안정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수치(109.9%)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대규모 기업집단의 재무상태가 안심할 수준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7일 40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외부감사 대상 계열사 중 비금융업종의 회사의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부채비율을 산출한 결과 40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이 175.7%로 1년 전보다 39.6%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는 공정위의 단순합산 부채비율(109.9%)보다 65.8%포인트 높았다.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곳은 삼성테스코(965.5%), 대우조선해양(880.4%), GM대우(827.5%) 등 23개사에 달했다. 10대 기업집단 중에서는 현대중공업(503.1%), 금호아시아나(492.4%), 현대자동차(222.3%), SK(205.5%) 등 4곳이 부채비율 200%를 넘어섰다. 부채비율 200%가 외환위기 이후 재무건전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선으로 인식돼 온 점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집단의 절반 이상이 재무적 불안정 상태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 40개 기업집단 중 금호아시아나(492.4%), 두산(440.7%), 한화(365.9%), STX(480.2%), 대우조선해양(880.4%) 등 5개 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공정위 발표에 비해 200%포인트 이상, 코오롱(402.2%)·동양(385.5%) 등 14개는 공정위 발표보다 10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특히 11~30위인 중위권 그룹의 재무건전성 악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1~10위 그룹(145.8%), 31~40위 그룹(175.7%)은 부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11~20위(316.7%), 21~30위(245%) 그룹은 평균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섰고, 1년 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구조조정압력을 받는 그룹들은 중위권 기업집단”이라며 “이들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거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경우 상위 10대 재벌로의 경제력 집중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업집단 계열사간 상호출자와 내부거래 등을 제거한 뒤 연결기준으로 작성한 것으로, 개별기업의 재무제표를 기업집단 차원에서 단순합산한 공정위의 부채비율 산정방식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김주연 연구원은 “공정위의 부채비율은 연결재무제표를 주재무제표로 사용하고 있는 선진국의 부채비율과 직접 비교할 수 없고, 기업집단에 대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은폐하는 착시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