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 쓴 글

‘주식·채권·부동산’ 자산시장 거품 낀다

서의동 2009. 4. 28. 20:39
ㆍ단기 부동자금 800조…주식·부동산 과열 조짐

ㆍ실물쪽으론 유입안돼 자금흐름 왜곡현상 심각

국내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실물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주식·채권·부동산 등 자산시장에는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800조원에 이르는 단기성 대기자금이 수익을 좇아 급격하게 움직이면서 자산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자산시장에 거품(버블)이 끼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자산시장의 과잉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금융규제를 잇달아 푼 데 이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투기지역 해제·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성 대기자금이 실물부문이 아닌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어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새로운 자금유입을 나타내는 실질 고객예탁금은 지난 1월 마이너스 600억원에서 이달 20일 현재 3조50억원으로 급증했다.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가리키는 신용융자잔액은 23일 현재 3조2506억원으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31일(1조835억원)에 비해 3배가량 늘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지난 2월 244조798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3조3163억원이 늘어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06년 11월(4조2000억원)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처럼 유동성 과잉으로 자산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도 정부는 금융·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를 지속적으로 풀 태세다. 금융위원회는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신용카드의 발급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수도권의 모든 투기지역을 해제한 데 이어 3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폐지하려다 국회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경제전문가들은 자산시장이 빠른 속도로 부풀려지고 있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자산시장의 이상과열 현상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실물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경제 전반에 더 큰 충격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자금이 넘쳐나지만 실물경제 쪽으로는 흘러들어가지 않는 자금흐름 왜곡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