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일본 반환 40년, 본토와 더 멀어진 오키나와

서의동 2012. 5. 11. 17:52

ㆍ미군기지 이전 해결 안돼… 주민 반감 갈수록 깊어져

ㆍ15일 노다 총리 방문 주목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오는 15일 오키나와(沖繩)현을 방문해 주일미군기지 재편계획에 따라 이전이 확정된 미군기지 부지에 최신 암치료센터를 건설하는 등 큼직한 ‘선물보따리’를 내놓기로 했다. 선물보따리에는 전기자동차 보급확대를 위한 충전소 확충, 국내외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전문 교육시설 등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오키나와에 의료·에너지·교육사업을 유치해 자립적 발전을 꾀하겠다는 명분이지만 실은 미군 후텐마기지 이전문제를 빨리 매듭짓기 위한 ‘주민선무용’ 성격이 강하다. 



노다 총리가 오키나와를 방문하는 5월15일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27년간 미군정 통치를 받아온 오니카와현이 일본에 반환된 지 40년이 되는 날이다. 오키나와는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일본 총리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69년 연 정상회담에서 일본 반환을 합의한 뒤 3년 뒤인 1972년 일본에 귀속됐다. 하지만 일본 내 미군기지 74%가 집중돼 있으면서 각종 사건·사고가 5500건이나 발생한 데다 기지이전 문제도 교착상태에 빠져 있어 완전한 귀속은 ‘진행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센카쿠(尖閣)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마찰로 오키나와 주변의 긴장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 차별의 상징 후텐마기지

오키나와와 일본 정부 간의 최대 현안은 16년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는 후텐마기지 이전문제다. 오키나와 중부 기노완(宜野灣)시의 인구 밀집지역에 위치한 후텐마 비행장 주변지역에서 군용기 추락사고 등이 빈발하면서 기지 이전문제는 오키나와 주민들의 숙원이 돼왔다. 2004년에는 기지 인근의 오키나와국제대학에 미군 대형헬기가 추락하기도 했다. 미·일 양국은 1996년 후텐마기지를 헤노코 해안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헤노코 앞바다를 길이 2500m, 너비 730m로 메워 활주로를 짓겠다는 이 계획은 미국이 내심 추진해왔던 사안이다. 미국은 헤노코의 조류나 기상조건이 해상기지에 최적이라며 눈독을 들여오다 한 해 전인 1995년 발생한 미군의 초등학교 여학생 성폭행 사건으로 기지 이전 요구가 격화되자 이를 역이용해 이전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아랫돌 빼다 윗돌 괴는 격’이어서 계획이 발표된 이후 16년째 반대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후텐마기지의 현외 이전을 공약한 민주당이 2009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교체가 이뤄지면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이 때문에 불거진 미국과의 갈등 끝에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퇴진하면서 현외이전 계획은 좌절됐다. 미·일 정부는 최근 합의한 주일미군 재편계획에서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원 9000명을 일본 국외로 이전배치하기로 했으나 후텐마기지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기지이전 계획이 사실상 물 건너가고 후텐마기지가 ‘고정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더 깊어진 본토와의 갈등 

후텐마기지 이전 문제를 계기로 오키나와 주민들의 본토에 대한 반감은 더 커졌다. 하토야마 총리가 기지 이전을 공약했다가 좌절한 뒤로는 오키나와 현지 언론에서 ‘차별’이란 단어가 공공연하게 쓰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안전보장을 위해 오키나와를 희생시키면서도 짐을 나눠 지려 하지 않는 본토인들의 태도는 또 다른 차별이기 때문이다.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오키나와 현 지사조차 2010년 열린 기지 이전 촉구집회에서 “(기지의 오키나와 집중은) 차별에 가깝다”고 할 정도였다. 

정부 관료들의 잇따른 추태도 주민들을 자극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다나카 사토시(田中聰) 오키나와 방위국장이 후텐마기지 이전을 성폭행에 비유하는 망언을 했고, 올 초에는 후임인 마나베 로(眞部朗) 국장이 후텐마기지가 있는 기노완시 시장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는 기지문제를 둘러싼 오키나와와 본토인들의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오키나와 주민 828명을 상대로 오키나와에 미군기지가 집중돼 있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69%가 ‘불평등하다’고 응답한 반면 전국 1035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33%만이 불평등하다고 답한 것이다. 

■ 원전사고 이후 ‘청정지역’ 각광 

오키나와는 일본귀속 이후에도 미군기지와 공공사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탈피하지 못하면서 현재 평균소득이 일본 평균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오키나와의 정부 재정 의존도는 반환 당시인 1972년 23.5%에서 2009년에는 39.2%로 오히려 심화됐다. 하지만 오키나와 특유의 끈끈한 유대감과 청정지역이라는 이점 덕분에 본토에서 이주가 늘면서 1972년 96만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14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 제조업체들도 중국·대만과 가까운 물류상의 이점을 중시해 거점을 오키나와로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