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중 경제·군사력 추월에 일본 위기감… 언론서도 툭하면 ‘중국 위협론’

서의동 2012. 5. 29. 10:18

ㆍ일본이 바라보는 중국

일본의 대중 감정이 결정적으로 나빠진 해는 2010년이다. 이 해 9월 센카쿠 열도(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경비정 간 충돌사건이 발생했고, 연말에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일본이 중국에 세계 2위 자리를 내줬다. 두 사건이 일본 국민에게 준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일본 사회는 국제정치뿐 아니라 경제 면에서도 욱일승천의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박탈감과 열패감에 휩싸였다.

이후로도 일본은 대중관계에 대한 뚜렷한 비전과 구상이 없는 사실상 ‘외교 공백’ 상태를 보이고 있다. 2009년 집권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을 둘러싼 미·일 간 마찰로 물러난 이후 외교의 대미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고, 그런 만큼 중·일관계에 대한 독자적인 모색 노력은 실종됐기 때문이다. 다만 여타 국가들에 대한 외교행보에서 ‘대중 포위망’을 형성하려는 안간힘만은 두드러져 보인다. 주일미군 재편을 통해 자위대의 행동반경을 넓힌 데 이어 인도, 버마와의 관계 강화에 나서는 한편 최근에는 태평양 섬나라들에 공을 들였다.

일본 언론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위협론’을 들먹이고 있다. 중국이 해양진출을 가속화하는 것이 일본에 안보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일본은 중국 선박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 출몰할 때마다 촉각을 곤두세운다. 

특히 지난 13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센카쿠 열도를 중국의 ‘핵심적 이익’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런 중국위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국위협론은 한편으로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미군정에 의해 형성된 ‘전후체제’를 탈피하려는 일본 내 움직임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강경보수계열 산케이신문이 최근 자체적인 헌법 개정 초안을 마련하면서 중국위협론을 든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일본 영해를 침범하고 있는데도 일본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근본원인은 무력행사를 포기한 현행 헌법에 있는 만큼 조속히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군대도 못 갖게 하는 헌법은 폐기해야 한다”(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목소리도 커지면서 지난 3일 헌법기념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개헌 찬성 여론이 우세하게 나오기도 했다. 야당인 자민당도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바꾸고, 현행 헌법상 ‘국가의 상징’인 일왕을 ‘일본국 원수’로 규정하는 헌법 개정안을 지난달 말 발표한 바 있다. 

노다 내각이 미국을 중시하는 데 비해 아시아 외교에서는 명확한 전략이 없다는 점도 대중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분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2010년 9월 센카쿠 열도 양국 선박 충돌 사건 이후 양국 관계 회복의 전기는 좀처럼 마련되지 않는 반면 도쿄도지사와 나고야 시장의 악재성 발언들이 돌출하고, 이를 정부가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영토문제를 계기로 악화된 대중 여론에 영합하려는 인상도 풍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