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원전 추진파들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이 큰 핵재처리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전력회사 관계자들과 비밀회의를 연 사실이 정부 검증팀의 조사결과 확인됐다.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고속증식로 ‘몬주’ 연구개발이 ‘중단’에서 ‘유지’로 뒤바뀐 데는 비밀회의의 역할이 컸던 정황도 드러났다.
7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검증팀은 6일 이 같은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원전사고 담당상에게 제출했다. 검증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원자력위원회 사무국 직원 중 원전 추진파와 전력회사 관계자들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23차례에 걸쳐 ‘연구모임’ 명목의 비밀회의를 열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9월 원자력위에 설치한 핵재처리 정책 재검토 소위원회의 결론을 전력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원자력위 사무국 직원들은 비밀회의를 통해 소위원회의 검토 원안을 전력회사 관계자들에게 사전에 배포했다. 전력회사 관계자들은 소위원회가 사용후 핵연료를 땅속에 묻는 ‘직접처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재처리 병행을 요구했다. 또 재처리시설인 고속증식로 ‘몬주’의 연구개발도 계속하게 해 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소위원회는 당초 검토한 4가지 방안 중 몬주 연구개발을 중단하는 방안을 삭제한 뒤 심의를 진행해 지난 5월23 ‘직접처리와 재처리를 병행하고 몬주 연구개발을 계속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몬주는 우라늄·플루토늄 혼합연료(MOX)를 사용하는 나트륨 고속증식로로, 핵무기로 사용가능한 순도 97.6%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검증팀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연구 모임 참석자들이 (소위원회) 심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밝혔지만, 비밀회의가 소위원회 심의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마이니치신문은 “조사과정에서 경제산업성 공무원 등 참석자들이 회의 내용을 별도로 기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이들의 e메일을 조사하는 수준에 그쳤다”며 정부가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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