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오늘

사상 첫 재외국민 대선 투표…베이징선 한파에도 투표소 북적

서의동 2012. 12. 6. 18:24

“지난 4월 총선 때는 절차에 익숙지 않고 경황도 없어 못했지만 대통령 선거만큼은 반드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5일 오전 10시쯤 일본 도쿄 주재 한국대사관에 설치된 재외국민 대통령선거 투표장을 찾은 유학생 백진주씨(28·여)는 투표를 마친 뒤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말했다. 유학생활 3년차로 방송을 전공 중인 백씨는 이같이 말하면서 “내 주변 학생들도 대개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재외국민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이날 도쿄 주재 한국대사관에는 투표시작인 오전 8시가 되기 전부터 10여명의 유권자들이 대사관 1층 로비에서 차분히 주권행사의 순간을 맞이했다. 가족 전체를 이끌고 참여한 재일동포 2세들이 있는가 하면 유학생이나 상사 주재원, 1980년대 이후 일본에 정착한 ‘뉴커머’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투표시작 3시간여 전인 오전 4시30분에 대사관에 투표장에 도착한 유권자도 있었다. 이들은 한결같이 “5년간 모국을 이끌어갈 대통령을 직접 뽑게 돼 감개무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프라노 성악가로 활약 중인 재일동포 2세 성악가 전월선씨(54)는 “이역땅 일본에 와서 고생하다 타계한 부모님이 만약 살아계신다면 이번에 어떤 선택을 했을까 떠올리며 투표했다”며 “후보선택이 쉽지 않아 어제까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오공태 재일본대한민국민단(재일민단) 단장은 “한일관계와 대북관계를 확실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는 후보를 골랐다”면서 “다음 선거에서는 여권이 있어야만 선거인 등록을 할 수 있는 제약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35년 유학차 일본에 건너온 뒤 한국전쟁 때 재일학도의용군으로 참전한 이봉남 재일학도의용군동지회장(93)도 이날 한표를 행사했다. 

 

일본에서는 한국대사관 외에 오사카 등 9개 지역 총영사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오전 8시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추정 선거권자 46만2509명 중 3만7342명(8.3%)이 선거인 등록을 마쳐 4·11 총선 당시 1만3658명의 두 배를 넘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소재 대한민국 대사관 분관과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에서도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오클랜드 대사관 분관에는 이른 아침부터 젊은 유권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중국 베이징은 이날 낮 최고 기온이 영하 2도에 그칠 정도로 한파가 몰아쳤지만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가 총선 첫날의 3배에 가까울 정도로 열기를 보였다. 

 

이번 투표는 세계 110개국 현지 공관 등에 설치된 투표소 164곳에서 현지시각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 시행되며, 선거인 수에 따라 지역별로 4∼6일간 투표소를 운영한다. 선거인 등록을 끝낸 재외유권자는 22만2389명으로 추정 선거권자 223만3695명의 약 10%에 해당한다. 지난 4·11 총선 때 등록한 재외 유권자(12만3571명)와 비교하면 약 80% 증가했다. 유권자 중 주민등록이 없는 영주권자가 4만3201명(19.4%), 해외 주재원과 유학생, 여행객 등 국외 부재자가 17만9188명(80.6%)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