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자민당 총재의 자민당 정권이 3년3개월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보수우익의 색채를 뚜렷하게 하고 있는 아베 정권의 등장은 독도·센카쿠 열도 갈등을 빚고 있는 동아시아 정세에 새로운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미 중국에서 대일 강경파인 시진핑(習近平) 체제가 들어선 데다 ‘강한 일본’을 외치며 영토와 과거사 문제에 강경한 아베가 총리에 오르게 되면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껏 높아지게 됐다.
아베의 외교·안보 구상은 미국과의 동맹 재구축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군사적 역할을 최대한 확대해 가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강한 일본’의 슬로건이 이를 함축한다. 군국주의적 핵심공약인 집단적 자위권 행사, 국방군 설치, 국방예산 증강 등도 미·일동맹 구도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아베는 “미국이 재정 긴축으로 국방비를 줄일 수밖에 없어 태평양 지역에서 존재감이 줄어들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은 국방비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베는 집권하자마자 내년 1월 중순 미국을 방문해 군국주의적 구상에 대한 미국 측의 용인을 얻어내려 할 가능성이 크다. 2006년 첫 총리 취임 당시 첫 방문지로 중국·한국을 택한 것과는 180도 달라진 행보다.
자민당은 반면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공무원 상주,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의 국가행사로 승격 등 중국과 한국을 한껏 자극할 내용들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런 아베 정권에 맞서 중국이 한층 대립각을 세울 경우 동아시아 긴장이 일찌감치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9월 이후 양국이 사실상 무력대치하고 있는 센카쿠 문제는 아베 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공약에서 센카쿠의 실효지배를 위한 공무원 상주계획에 이어 최근 발매된 월간 문예춘추에는 “영해침범죄를 신설해 센카쿠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며 한발 더 나갔다. 이런 공약들을 실행에 옮길 경우 자칫 무력충돌 상황으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
한국도 아베 정권에 대한 경계를 감추지 않고 있다. 아베 신임 내각이 총선 당시 공약한 대로 내년 2월22일 정부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를 경우 대통령 취임식(2월25일)을 사흘 남겨둔 한국과의 관계는 일거에 험악해질 수 있다. 대통령 취임 축하 일본사절의 한국방문도 자칫 무산될 수 있다. 북한과의 물밑교섭을 통해 납치문제의 해결을 꾀해온 민주당 정권과 달리 아베 정권은 북한에 대한 강경대응을 통해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문제 해결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토뿐 아니라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교과서 검정제도를 수정하고, 주변국에 대한 배려규정인 근린제국조항을 삭제하겠다고 한 공약은 과거 침략에 대한 반성의 역사관을 ‘자학사관’이라며 부정해온 그의 교육관이 담겨있다. 총리 시절 못한 것이 ‘통한의 한’이었다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문제도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다만 아베 총재의 극우적 행보는 제한된 범위에서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연립정권 구성이 확실시되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대표는 지난 8일 “헌법상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헌법 해석도 타당하기 때문에 바꿀 필요가 없다”며 개헌논의를 강하게 견제했다. 아베는 총선이 종반전으로 흐르면서 자민당 압승이 확실시되자 헌법개정, 자위대의 국방군 승격 등에 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아사히신문 주필은 최근 한 기고에서 “아베 정권이 지금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겨우 현실적 범위에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정도”라며 “(야스쿠니 참배도) 반일 폭동이 재연될지 모르는데 굳이 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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