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망울을 활짝 터뜨린 벚꽃들로 도쿄 시내 곳곳이 파스텔톤으로 물들었다. 집 근처 센조쿠이케(洗足池) 공원의 벚나무들은 여느 해보다 탐스러운 꽃송이를 뽐내며 상춘객들을 반긴다. 하지만 만개한 벚꽃을 즐길 시간은 불과 며칠뿐이다. ‘꽃놀이’의 여흥이 채 가시기도 전에 길바닥에 연분홍 자국을 남긴 채 벚꽃들은 스러져간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선운사의 동백꽃을 보며 읊었다는 이 시구는 벚꽃에도 딱 어울린다. 찰나여서 아름다운 건지, 아름다움이 원래 찰나일 뿐인지 구분이 안간다. 도쿄특파원 임기를 시작하던 3년 전만 하더라도 한·일관계는 만개한 벚꽃이었다. 정식근무를 시작한 지 닷새 만에 겪은 3·11 동일본대지진을 취재하느라 경황이 없던 중에도 한국인들이 일본을 동정하고 격려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