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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고시엔 가나아시 농고의 준우승을 보며

오늘의 단어는 東北이다. 일본어로는 도호쿠. 어제 끝난 여름 고시엔에서 도호쿠 지역 아키타현의 가나아시농고(金足農高)가 준우승을 차지했다. 고시엔이 1915년 생긴 이래 아키타현 고교가 결승에 진출한 건 103년만이라고 한다. 오사카의 강호 토인고에게 13-2로 대패하면서 우승은 놓쳤지만 선수층도 빈약한 이 시골고교의 선전에 아키타현은 물론 도호쿠 지방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여 있다.2011년 발생한 동일본대지진으로 도호쿠 전체가 쑥밭이 됐을 당시 도호쿠를 몇차례 취재하면서 짠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이후 '도호쿠'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아릿한 느낌이 든다.도호쿠 사람들은 '가만즈요이'(我慢強い), 즉 참을성이 많고 내색도 잘 안한다. 도호쿠 주민들은 묵묵히 수도권에 배후지 역할을 해왔다. 일본..

일본의 오늘 2018.08.22

[영화]카운터스

에무시네마란 곳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밥 먹으러 자주 다니는 신문로파출소 뒤편 골목이다.(참고로 에무는 에라스무스의 약자다) 를 상영하는 곳을 찾다보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 에무시네마였다. 공연장도 있고 영화관도 있는 복합문화 공간이다. 50석 남짓 돼 보이는 초미니 영화관이다. 객석을 다 채우리라곤 생각도 안했지만, 혹시나 혼자 보게 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그래도 5명이나 됐다. 영화는 일본의 헤이트스피치, 혐한시위에 힘으로 맞서는 카운터스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다. 팔뚝에 문신을 새긴 전직 야쿠자 다카하시와 기모토 등이 혐한 시위대에 몸으로 부딪혀 저지한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시바키타이(しばき隊)라고 불리는데 '두들겨패는 집단'이라는 뜻이다. 특히 몸으로 부딪히는 '오토코구미(男組)'의 활약이..

읽은거 본거 2018.08.18

[경향의 눈] 폐곡선에 갇힌 북·미관계

북·미 협상 25년 역사는 동일한 패턴의 지겨운 반복 과정이었다. 협상이 타결되고 관계 개선의 전기가 마련될 때쯤이면 북한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돌출하거나, 미국이 합의에서 벗어난 요구를 하며 북한을 자극한다. 북한이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고, 북·미관계가 다시 얼어붙는다. 폐곡선(閉曲線)궤도를 벗어날 수 없는 장난감 기차처럼 북·미관계는 수십년째 같은 경로를 뱅뱅 돌고 있다. 1992년 1월 한·미 양국이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하기로 하자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체결은 한반도 국면을 바꿀 만한 중대 결정이었다. 그러자 ‘북한이 핵무기 1~2기를 만들 수 있는 10㎏ 안팎의 플루토늄을 추출했다’는 추정을 미국 CIA가 들고 나왔다..

칼럼 2018.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