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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주민 오랫만에 목욕

지진과 쓰나미로 시가지가 처참하게 파괴된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의 피난소가 설치된 요네자키초등학교에 지난 20일 오랫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피해복구에 나선 자위대가 피난민을 위해 학교 운동장에 너비 4m·세로 3m 크기의 간이 목욕탕을 설치해준 것이다. 열흘가량 제대로 씻지 못한 피난주민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 “최고다” “살거 같다”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하루에만 190명이 잠시나마 피로와 상심을 씻어냈다. 주민 간노 하라오(61)는 “오늘은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다카다초의 초등학교 급식센터 옆에 임시청사도 마련됐다. 지진과 쓰나미로 휩쓸려간 시청사를 대신해 매장허가증 및 사망확인서 발급 등 대민업무를 시작했다. 직원 296명 중 80명이 아직 행방불명이지만 ..

일본의 오늘 2011.03.22

채소, 수돗물 방사능 오염시작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물질로 식품오염 우려가 확산되자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등 4개현의 농축산물에 대해 출하중지를 지시했다. 또 후쿠시마 제1원전 2, 3호기에서 연기가 관측돼 현장인력이 긴급 대피하는 등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은 21일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이바라키·도치기·군마 등 4개 현에 대해 당분간 시금치의 출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후쿠시마현에 대해서는 우유 원유도 출하중지를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후쿠시마 원전주변에서 재배된 시금치 등 농산물에서 일본 내 잠정 기준치를 넘어선 방사성 물질이 검출됨에 따라 일본 원자력재해특별법 20조3항의 규정을 적용한 조치라고 에다노 관방장관은 설명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이 농산물을 먹는다고 해서..

일본의 오늘 2011.03.22

고베는 지진으로 항구대신 사람을 얻었다

“도호쿠 대지진을 보면서 16년전 5살일 때 겪었던 한신·아와지 대지진의 기억이 되살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0일 오전 11시. 효고헌 고베시 중심부인 한신전철 산노미야 역 앞에서 다케우치 렌(21·경제학과)을 비롯한 고베 가쿠인대학생 5명이 ‘도호쿠 피해주민을 응원합시다’라는 팻말을 들고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다케우치는 “(한신 대지진 당시) 머리에 모포를 뒤집어 쓰고 있었는데 그 위로 옷장이 넘어져 매몰됐지만 그 때문에 추위에 견뎌 살아남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쓰나미에 원전사고까지 겹친 도호쿠 주민들을 보면 안됐다는 생각이 들어 모금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산노미야 역 고가보도에서는 타니가와 중학교 학생들이 ‘피해지에 사랑의 마음을 보냅시다’라는 플래카드를 들..

일본의 오늘 2011.03.20

엔고에 지진, 원전사고...삼각파도 만난 일본경제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 재난에 ‘엔고’가 가세하면서 일본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올들어 회복조짐을 보이던 경기가 ‘삼각파도’를 만난 형국이다. 이에 따라 수출기업들의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생산거점의 해외이전과 국내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진피해 복구의 재원마련을 위해 10조엔(약 135조원)이상의 ‘부흥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알려져 재정형편도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는 18일 일본 정부와 긴급회의를 열어 ‘엔고’ 행진을 저지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합의했다. 이에 힘입어 전날 1달러당 76.25엔으로 16년전(76.75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엔화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81.81엔으로 3.6% 급락..

일본의 오늘 2011.03.19

도쿄는 거대한 '난민' 대기소

17일 오전 9시쯤 도후쿠 지방 야마가타현의 야마가타 공항. 시골의 고속버스 터미널 정도로 협소한 2층 짜리 공항의 출국장에 이른 아침부터 큼직한 여행용 트렁크를 앞세운 승객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미야기현 등 지진과 쓰나미 피해지역에서 비교적 안전한 야마가타현을 경유해 도쿄 이남으로 빠져나가려는 주민들의 행렬이다. 미야기·이와테→야마가타→도쿄의 탈출경로다. 야마가타 공항은 도쿄행 승객이 늘어나자 이날 임시항공편을 증설했으나 폭설로 도쿄발 여객기가 잇따라 연착하면서 11시30분발 도쿄행 JAL기가 오후 2시를 넘겨 출발했다. 오후 3시30분쯤 도쿄 하네다 공항의 국내선 도착장 로비에는 도호쿠 지방을 탈출한 친지들을 마중나온 이들로 붐볐다. 일본의 수도이자 메트로폴리스인 도쿄가 도호쿠 대지진 이후 하나의 ..

일본의 오늘 2011.03.18

[르뽀] 건물 붕괴위기 센다이 도호쿠조선학교

일본 도후쿠 지방 총련계 조선학교들이 일본 당국의 보조금 지급중단에 따른 재정난에 대지진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진으로 건물이 파손된 데다 물자난까지 겹쳐 학교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타이하쿠구 나가마치의 야산에 자리잡은 도후쿠(東北)조선초중고급학교는 지난 11일 지진으로 4층 교사건물이 40cm가량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16일 오후 학교 건물을 찾아가 보니 가로 1m·세로 60cm가량의 오른쪽 지반이 약 10cm가량 땅으로 푹 꺼져 있었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붕괴될 우려에 노출돼 있다. 건물 내부 바닥은 곳곳이 쩍쩍 갈라졌고 교무실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책상과 의자, 책장 등이 뒤엉켜 있어 당시 상황을 실감케 했다. 교무실로 통하는 복도에는 유리창 파편들이 어지러..

일본의 오늘 2011.03.16

[르포]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

15일 오후 일본 센다이에서 택시를 빌려타고 꼬박 3시간40분만에 도착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마을. 지난 11일 대지진과 함께 밀어닥친 쓰나미에 휩쓸려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공간을 거대한 쓰레기 잔해더미가 채우고 있었다. 초겨울 기온에 가랑비마저 흩뿌려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마을의 어귀에는 ‘재해파견’이라고 쓰인 흰 천을 두른 자위대 트럭과 통신장비를 짊어진 얼룩무늬 군복차림의 자위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미야기현 북부의 미나미산리쿠는 주민 1만7000여명 중 1만명이 실종돼 미야기현 내에서도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 마을이 ‘괴멸’됐다는 일본 언론들의 표현을 절감케 하는 살풍경이 펼쳐졌다. 계곡 구석구석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쓰레기 더미들을 보자 쓰나미가 엄청난 위력으로 차와 주택은 물론 ..

일본의 오늘 2011.03.16

일본 안전신화의 붕괴

‘도호쿠(동북) 대지진으로 일본의 원전안전 신화가 붕괴됐다.’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크고 작은 원전사고가 되풀이됐지만 정부는 원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도호쿠 강진으로 원전폭발과 방사능 누출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본의 원전안전 신화는 붕괴했다. 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피폭경험을 한 일본에서 원전사고에 대한 공포감은 상상을 넘는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사전대책 미흡과 늑장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원전안전 시스템의 한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노심용해 및 방사능 누출사고의 근본원인은 핵심 비상장치인 ‘긴급노심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데 있다. 지진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전의 작동중단..

일본의 오늘 2011.03.13

[통근기]오테마치(大手町)에서 미나미구가하라(南久が原)까지

사상최대의 지진이 발생한 11일 도쿄시내는 ‘교통지옥’으로 돌변했다. 대중교통에서 전철과 지하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지진이 지진으로 인한 교통상황은 상상이상이었다. 지하철은 7시간 가량 멈췄고, 기간 교통수단인 JR전철은 다음날 오전에서야 운행이 재개됐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자정을 약간 넘겨서야 일부 지하철 구간이 서서히 운행이 재개됐다. 하지만 지요다(千代田)구 오테마치(大手町)의 사무실에서 시내 남부의 미나미 구가하라(南久が原)의 집까지 가는 길은 평소의 두배 이상 걸린 ‘고난의 여정’이었다. 평소 통근경로는 집 근처의 구가하라역에서 도큐이케가마선을 탄 뒤 카마타에서 JR게이힌도호쿠선으로 갈아타 도쿄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5분여 거리다. 그러나 10개역에 걸리는 시간과 갈아..

일본의 오늘 2011.03.12

동일본대지진 당일 나는...

11일 오후 2시50분쯤. 일본 도쿄 중심부인 지요다구 오테마치 산케이빌딩의 사무실에서 석간신문을 사기 위해 지하상가 쪽으로 발길을 옮기던 길이었다. 2~3m 앞 천장에 있는 신호표지판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틀 전에도 가벼운 지진으로 사무실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터라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3초도 지나지 않아 지하도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 지하도를 지나던 여성들이 기둥을 잡으면서 “도시요(어떻게 해)”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행인들도 멈춰서서 벽을 붙잡으며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진도 3도 정도의 가벼운 지진에는 아랑곳하지 않던 일본인들의 평소 모습과 전혀 달랐다. 지하도의 가판대 쪽으로 발걸음을 빨리했다. 평소 오후 2시45분쯤이면 도착해야..

일본의 오늘 2011.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