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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수령 신비화’

2019.03.11 ‘축지법 축지법 장군님 쓰신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천하를 쥐락펴락/ 방선천리 주름잡아 장군님 가신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축지법을 쓰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는 북한 노래다. 황당무계하지만 그 정도로 북한에서 최고지도자 신격화는 심각했다.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 당시 일본군에 쫓기다 강에 가로막히자 가랑잎을 물에 띄워 타고 건넜고,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는 신화는 익히 알려져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신격화는 김일성의 항일운동 경력까지 의심토록 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스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한을 칭칭 동여맨 비정상적 관행에 거부감이 컸던 것 같다.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고개를 숙인 2017년 신년사에서 ..

여적 2019.08.09

[여적]저무는 헤이세이

2019.03.05 1989년 1월7일 히로히토(裕仁) 일왕이 사망하자 일본은 나라 전체가 거대한 상가로 변했다. TV는 광고는 물론 노래와 드라마 방송을 중단했다. 유원지, 경마장이 문을 닫았고 유흥가도 철시했다. 상가에는 흰색 제등이 걸렸고, 관공서와 회사의 건물 화단엔 국화가 심어졌다. 도쿄 긴자의 밤거리를 수놓던 네온사인과 광고탑도 모두 꺼졌다. 유명 아이돌그룹 ‘히카루 겐지’의 콘서트가 취소돼 전국에서 몰려든 소녀팬들이 울며 돌아서야 했다. ‘자숙(自肅)’바람은 일왕의 건강이 악화되던 1988년 여름부터 반년 넘게 이어졌다. 일본 언론들은 일왕의 맥박수까지 연일 전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떠들썩한 이벤트는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는 분위기 속에서 결혼식조차 미뤄졌다. 민주주의 국가이자 세계 2위의 ..

여적 2019.08.09

[여적]일본 외무상의 막말

2019.02.21 학생들이 쓰는 은어인 급식체에는 ‘낫닝겐’이란 말이 있다. 영어 단어 ‘not’과 일본어 ‘닝겐(人間·인간)’을 합성한 말로 직역하면 ‘인간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인간을 초월한 듯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거나 인간 이하의 생각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부를 때 쓰인다. 일본어 ‘닝겐’이 한국에 자리잡게 된 데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크다. 인간과 대립하는 존재로 신이나 외계인 등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은데 인류를 경멸하는 내용의 대사들도 많다. 이런 작품들을 통해 ‘닝겐’은 ‘인간’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 존재를 경멸하는 뉘앙스가 입혀지면서 한국의 ‘덕후’들 사이에서 은어로 탄생했다. 외래어 표기법상으로는 ‘닌겐’이 맞지만 은어의 세계에서는 실제 발음에 가까운 ‘닝..

여적 2019.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