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4 30

[여적]코렉시트(Korexit)

2019.02.18 일본 언론에 ‘코렉시트(Korexit)’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한국(Korea)이 한·미·일 대북공조체제에서 빠져나가는’ 현상을 가리킨다고 한다. 일본 ‘일간 겐다이’는 “미·일 외교당국자 사이에서 코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난 11일 보도했다. 지난해부터 남북화해가 급류를 타고, 북·미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는 한반도 정세변화가 ‘코렉시트’라는 단어의 탄생배경이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열리기로 확정되자 일본의 초조감은 더 커지고 있는 듯하다. 북·미 협상이 일본에는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7일(현지시간)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만 신경을 써 일본을 사정거리로 하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여적 2019.08.04

[여적]금강산에 가지 못한 취재 카메라

2019.02.14 국제사회가 북한에 적용하고 있는 제재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촘촘해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미국은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17년 11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했다. 테러지원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국제금융기관법, 무기수출통제법, 수출관리법 규제가 적용된다. 특히 수출관리령(EAR)은 미국 기업은 물론 제3국 기업도 미국산 부품이나 기술이 10% 이상 포함된 제품을 테러지원국 등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또 대통령 행정명령과 ‘이란·러시아·북한 제재 현대화법’ 등을 통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러시아 기업들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유엔도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형식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해 왔다. 안보리 대북 제재는 2016년부터 ..

여적 2019.08.04

[여적]지정학 리스크

2019.02.11 미국의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플란은 2006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했을 때 받은 느낌을 ‘폭력’이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2017년 국내에 출간된 카플란의 책 의 한 대목이다. “남한 병사들은 주먹을 불끈 쥐고 팔에 잔뜩 힘을 준 태권도 준비 자세로 북한 병사들의 얼굴을 노려보며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남한과 북한 모두 키도 제일 크고 가장 위압적인 병사들을 선별하여 DMZ 철책을 지키는 임무를 맡겼다.” 언제나 제국의 관리자인 듯하는 오만한 시선으로 세계를 내려다보는 카플란에게도 남북 병사들이 마주선 채 대치 중인 기묘하고 낯선 현장감은 꽤나 자극적이었던 모양이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인 JSA는 외국인에게 한반도의 지정학 리스크를 체감케 하는 공간임에 틀림없다. ..

여적 2019.08.04

[여적]수난의 베네수엘라

2019.01.30 “어제 악마가 이 자리에 왔다. 아직도 유황 냄새가 난다.” 2006년 9월20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연단에 오르자마자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악마’로 지칭해 장내를 발칵 뒤집었다. 차베스가 15분간 연설에서 제국주의자, 파시스트, 살인자로 표현을 바꿔가며 부시를 맹비난하자 간간이 폭소와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차베스는 1999년부터 14년간 베네수엘라를 이끌면서 중남미 좌파 정부들과 강력한 반미전선을 구축했고,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해왔다. 또 ‘21세기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미시온(misssion·선교)’이라는 사회복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반미와 복지를 지탱한 것은 두말할 것 없이 원유였다. 하지만 석유는 축복..

여적 2019.08.04

[여적]‘FTA 도마’에 오른 한국 노동권

2019.01.22 2007년 7월18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EU)본부에서 열린 한국과 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2차 본협상. 이날 EU 측이 제시한 협상의제 중 상당수는 한국에는 생소한 것들이었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복지’로 축산용 가축들도 도축 전까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양계장에서 닭이 안심하게 쉬도록 횃대를 설치하고, 밀집사육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리적표시제도 새로운 통상의제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샴페인, 보르도, 파르마 등은 유럽의 지리적 명칭이면서 그 자체로 증류주, 와인, 햄을 나타내는 상표인 만큼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보호 대상이라는 것이다. 공항·음식점 등 공공장소에서 음악을 틀 경우 가수 등 저작 인접권자에게 보상금을 주는..

여적 2019.08.04

[여적]통미통남(通美通南)

2019.01.21 1994년 11월1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집권여당인 민자당의 노재봉 의원은 김영삼 정부의 대북정책이 ‘환상주의’에 머물러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이는 북한이 우리를 제치고 미국과 직접 담판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화근을 초래했다”고 했다. 노 의원의 발언은 북·미가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기본합의에 서명한 지 열흘 뒤 나왔다. 미국이 북한의 핵동결 대가로 경수로 발전소 2기를 지어주고 수교를 포함한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자 한국 보수세력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노 의원의 발언은 “지난 50년간 나라를 좌우했던 극우·반공·냉전·독재체제의 타락한 기득권 집단들과 개인들의 울분”(리영희 당시 한양대 교수)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어쨌거나 당시 등장한 사자성어 ‘통미봉..

카테고리 없음 2019.08.04

[여적]영국과 유럽

2019.01.16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무렵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대서양과 유럽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대서양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은 2016년 영국 독립당 당수 나이젤 파라지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인용됐다. 하지만 이는 처칠의 다양한 어록 중 입맛에 맞는 일부만을 빌린 것이다. 오히려 처칠은 1946년 스위스 취리히 대학에서 “우리는 유럽합중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베르사유 조약 체제가 붕괴된 1930년대부터 처칠은 ‘유럽합중국 건설’을 구상해 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처칠이 영국 전체를 대표하지 않듯, 그의 외교노선도 오래가지 못했다. ‘영광스러운 고립(splendid isolation)’ 노..

여적 2019.08.04

[여적]센카쿠와 한·일 레이더 갈등

2019.01.03 일본명 센카쿠(尖閣)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는 동중국해 해상의 8개 섬으로 이뤄진 무인도다. 일본 오키나와 서남쪽 약 410㎞, 중국 해안에서 동쪽 약 330㎞, 대만에서 북동쪽으로 170㎞ 떨어진 곳에 있다.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지만 중국, 대만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2010년 9월7일 이 해역에서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에 퇴거를 경고했으나 응하지 않자 나포했다. 선장과 선원 석방을 요구하는 중국에 일본은 법대로 하겠다며 버텼으나 중국이 ‘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토류 금수조치를 취하자 사태 발생 18일 만에 일본은 중국 선장까지 석방하며 굴복했다. 그런데 그해 11월 당시 중국 어선이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두차례나 일부러 들이받는 장면이..

여적 2019.08.04

[여적]명태의 귀환

2018.12.25 명태는 ‘국민생선’이다. 동해 연안에서 산란해 북태평양, 베링해, 오호츠크해까지 갔다가 동해 연안으로 돌아와 알을 낳는다. 먹는 용도와 방식이 다채로워 생태찌개와 황태북엇국, 동태전은 물론이고, 내장과 알은 젓갈로 만들어 먹고, 꼬리와 지느러미는 국물맛을 내는 데 쓰인다. 명태는 일본과 북한에서도 즐겨 먹는다. 일본에서는 어묵 종류인 ‘가마보코’, ‘멘타이코’로 불리는 명란으로 식탁에 오른다. 북한에서는 명태에 무와 좁쌀밥, 양념 등을 넣어 발효시킨 명태식해가 유명하다. 북한에서는 1970년대까지는 명태가 너무 많이 잡혀 연필을 사면 명태를 덤으로 끼워줄 정도였다. 제철에는 마을 단위로 의무 소진량이 내려오는데 채 먹지 못해 그냥 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남북 모두에 친근한 ‘민족생선’..

여적 2019.08.04

[여적]안후이성 샤오강촌

2018.12.17 올해 40주년을 맞는 개혁·개방 이전의 중국 농촌은 인민공사(人民公社)로 불리는 집단농장 체제였다. 영농은 생산대 단위로 이뤄졌고, 농민들은 생산대에 소속된 사원이었다. 당 간부들의 관료주의, 생산대원들의 ‘평균주의’가 만연하면서 먹는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했다. 농민들은 빈둥거리며 의욕 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농촌개혁의 발원지인 안후이(安徽)성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작업 시작을 알리는 생산대 대장의 첫번째 호루라기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두번째 호루라기에는 머리를 들어 쳐다본다. 세번째 호루라기에는 천천히 움직인다. 밭에 도착해서는 호미를 두고 왔다고 둘러대고 다시 집에 다녀온다.’ 1977년 안후이성 당서기로 부임한 완리(萬里)가 농가를 찾았다. 노인과 나이가 찬 딸 두 명..

여적 2019.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