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109

[여적]유전자 편집 아기

2018.11.29 올더스 헉슬리가 1932년에 발표한 소설 에서 모든 인간들은 시험관에서 인공수정으로 태어난다. 수정되기 전부터 등급이 정해지고 그에 걸맞게 지능과 신체능력이 조작된다. 인간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분류된다. 최상위 알파 등급은 최고의 지성을 갖추도록 길러지지만, 최하위인 엡실론은 지성이 제거된다. 하수처리 같은 험한 노동을 불만 없이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 출간된 1930년대는 우생학의 광풍이 몰아치던 시대다. 인간은 개량될 수 있으며, 열등한 인간은 씨를 말려야 한다는 이데올로기가 빚은 극단의 결과는 나치의 홀로코스트다. 1997년에 제작된 앤드루 니콜 감독의 SF영화 도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간들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를 그린다. 아이가 태어나면 유전자 ..

여적 2019.08.04

[여적]화성탐사선 착륙 성공

2018.11.27 인류의 화성탐사 역사는 이미 반세기를 넘어섰다. 1964년 발사된 미국의 탐사선 매리너4호가 이듬해 화성 궤도에 접근해 첫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1976년 7월에는 바이킹 1호가 최초로 화성에 착륙해 화성 표면을 직접 탐사했다. 이 무렵부터 인류는 50여차례나 우주선을 보내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닮은 화성의 비밀을 캐기 시작했다. 화성 탐사에 공을 들이는 것은 그곳에서의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열망 때문이다. 거리로는 금성이 가장 가깝지만 지표면 기온이 450도, 풍속이 초당 360m의 ‘지옥’이어서 조건이 나은 화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2007년 발사된 피닉스호의 탐사를 토대로 미항공우주국(NASA)은 물의 존재를 공식 확인했고, 2010년에는 과거 거대한 바다가 존재..

여적 2019.08.04

[여적]스타 CEO의 몰락

2018.11.20 일본 닛산(日産)자동차 회장 카를로스 곤(64)은 성장 과정부터 ‘다국적’이었다. 레바논계 부모 밑에서 태어나 브라질과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프랑스로 건너가 공학계 그랑제콜인 파리국립고등광업학교를 졸업했다. 프랑스 기업 미슐랭에 입사해 18년간 근무한 뒤 르노자동차로 스카우트됐다. 곤은 1999년 닛산자동차와 르노의 자본제휴 체결 후 닛산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파견됐다. 당시 닛산은 부채가 2조엔(20조원)에 달했고, 46개 차종에서 단 3개만 수익을 낼 정도로 빈사상태였다. 곤은 전체 종업원의 14%에 달하는 2만1000명을 구조조정했다. 일부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자회사를 통폐합하는 한편, 과잉자산을 매각했다. 주요 부품을 르노와 공통화하는 방식으로 생산비용을 절감했..

여적 2019.08.04

[여적]향린교회

2018.11.19 서울 향린(香隣)교회. ‘향기나는 이웃’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개혁교회다. 서울대 기독학생회에서 활동하던 민중신학자 안병무(1922~1996) 등 청년 12명으로 꾸려진 종교공동체가 1953년 5월 남산 기슭의 고아원(향린원) 터에 교회를 세운 것이 시작이다. 처음에는 특정 교파에 속하지 않는 평신도 독립교회로 출발했다가 1959년 한국기독교장로회에 가입했다. 남산에서 남대문시장이 있는 남창동으로 옮겼다가 1967년 을지로에 있는 지금 자리로 이전했다. 향린교회는 대형화를 거부한다. 1974년 일반교회 형태로 전환한 뒤 신자수가 불어나면서 폐해가 나타나자 새로운 교회상을 모색하면서 세운 첫번째 원칙이 ‘대교회주의 배격’이다. “여러가지 구색을 갖추어 놓은 백화점 같은 교회가 되기를 원..

여적 2019.08.04

[여적]금강산관광 20주년

2018.11.18 1998년 11월20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다. 클린턴은 이날 저녁 남쪽 관광객을 실은 두번째 금강산 유람선이 동해항을 떠나는 장면을 호텔 TV로 지켜봤다. 그는 다음날 정상회담에서 “매우 신기하고 아름다운 장면”이었다고 밝혔다. 클린턴의 발언은 천금의 무게를 지녔다. 한국은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투자유치가 절실했지만 국제사회는 한반도 정세악화로 투자를 꺼렸다. 불과 3개월 전인 1998년 8월 초 북한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이 불거졌고, 8월31일에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한껏 높아져 있었다. 전 세계로 타전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금강산관광의 산파는 단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다. ..

여적 2019.08.04

[여적]고노(河野) 부자의 엇갈린 행보

2018.11.07 일본 정치의 ‘55년 체제’는 자유민주당이 1955년에 창당된 것을 기점으로 형성된 양대 정당 체제를 가리킨다. 자민당이 여당, 좌파 사회당이 제1야당을 유지하는 체제가 38년간 이어졌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토록 장기집권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핵심적인 이유로 전문가들은 자민당 내 다양한 파벌이 경쟁하면서 내각을 교체해온 것이 정권교체와 맞먹는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본다. 자민당이라는 ‘빅텐트’는 유지하되 중도 혹은 리버럴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선 것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는 분석이다. 거물 정치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81)가 그런 인물 중 하나다. 중도 색채가 강하고 계파색이 엷어 여러 내각에서 중용됐고, 사상 최장수 중의원 의장을 지냈다. 북한에 쌀 50만t을 지원하고, 중국..

여적 2019.08.04

[여적]보수·진보가 함께하는 통일 대화

2018.11.01 ‘남남(南南)갈등’이란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다방면의 교류협력이 추진되자 보수야당은 ‘대북 퍼주기’와 색깔론으로 공격했다. 국회는 남남갈등의 격전장이었다. 1차 남북정상회담 한 달 뒤인 2000년 7월 당시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정상회담 때문에 통일지상주의적 논의가 분분하고 주적개념이 흔들리는 등 내부의 이념교육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해 11월에는 같은 당 김용갑 의원이 국가보안법 개정 논의를 제기한 민주당에 대해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고 지목하는 바람에 국회가 파행했다. 보수야당은 진보 정권의 대북정책을 집요하게 공격해 정치적 반사이익을 챙겼다. 남남갈등의 전선은 사회 곳곳으로 확대..

여적 2019.08.04

[여적]쓰나미 피해지의 올레길

2018.10.17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지 나흘 뒤인 2011년 3월15일 쓰나미가 공격한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를 찾았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로 변한 거리 곳곳에서 집, 전신주, 차량들이 뒤엉켜 있었다. 어느 집 벽에 걸려 있었을 그림 액자, 이불, 전기밥솥, 전화기가 목조 가옥의 잔해들 사이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었다. 가랑비가 흩뿌리는 영하의 날씨 속에 탐지견을 앞세운 구조대원들이 이날 하루 6구를 잔해 속에서 수습했다. 미나미산리쿠 외에도 이시노마키, 나토리 등 해안 지역은 괴멸적인 피해를 입었고 게센누마는 지진으로 유류탱크가 넘어지면서 시가지 전역이 불바다가 됐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전체 사망·실종자 1만8434명 중 1만763명이 미야기현에서 나왔다. 미나미산리쿠 취재 도중 잔해물 ..

여적 2019.08.04

[여적]아베의 북 위협 부풀리기

2018.08.28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주민들은 지상전(오키나와 제외)은 면했지만, 미군의 공습에 시달려야 했다. 1945년 3월10일 도쿄대공습으로 8만3793명이 죽고, 4만918명이 다쳤으며 도쿄 동부지역 일대가 괴멸됐다. 심야에 도쿄 상공에 진입한 미군 B-29 폭격기 279대가 38만발의 소이탄과 네이팜탄을 퍼부어 목조가옥이 밀집한 ‘시타마치(下町)’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국제사회에선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의 기억이 강렬하지만 도쿄 주민들에게는 도쿄대공습이 더 원초적인 전쟁기억이다. ‘낯선 것이 공중에서 침입하는’ 공습(空襲)은 일본인들에게 근원적인 공포감으로 자리잡았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공습 트라우마’를 되살려 낸 건 북한의 미사일이었다. 1998년 8월31일 발사된 대포동 1호 미..

여적 2019.08.04

[여적]‘질풍노도’ 노인세대

2018.08.23 2007년 60대 어부가 남녀 대학생 4명을 잇따라 살해한 사건은 영화 소재가 될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69세의 노인이 자신의 배에 탄 여대생을 상대로 성욕을 채우려고 악마로 돌변했다. 고령임에도 어부 특유의 완력으로 바다 환경에 익숙지 않은 청년들을 잔혹하게 유린해 ‘가해자=청년, 피해자=노인’이란 통념을 바꿔놨다. 이듬해 2008년 2월에는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채모씨(70)가 국보 1호 숭례문을 불질러 전소시켰다. 2014년 5월 일어난 전남 장성 요양원 화재와 서울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방화 사건의 범인도 70~80대 노인이었다. 이제 ‘질풍노도’는 청소년이 아니라 노년세대에 붙여야 할 수식어가 돼버린 건가. 노인범죄의 급증세는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최근 5년간(2012~20..

여적 2019.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