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708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 70년의 대화

김연철 교수의 (창비)를 읽었다. 전쟁이후 1954년 제네바 회담부터 박근혜 정부까지의 남북관계의 주요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프롤로그의 한 대목이 와 닿는다. "두개의 코리아는 더 많이 접촉하고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 상대를 이해하고 차이를 인정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거울앞에서 내가 웃으면 거울 속의 상대도 웃고, 내가 주먹을 들면 상대도 주먹을 든다. 그러나 주체와 객체는 분명하다. 거울 속 상대가 나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거울 속 상대를 움직인다. (중략)"거울의 비유는 남북관계를 가리킨다. 북한의 변화를 원하고 남북관계를 원한다면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책을 보며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정리했다. 1. 1954년 제네바 회담은 휴전협정 이후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논..

읽은거 본거 2018.02.04

'국가주의'와 '스마일 이모티콘'이 공존하는 타이베이 거리

타이베이의 건물들에 이어 여행중 느낀 점을 간추렸다. 타이베이 물가도 정리해 봤다. ■보행자, 자전거, 오토바이 이용자에게 편한 거리 타이베이 시내 건물은 대체로 '기루'라고 불리는 보행자용 공간을 두고 있다. 건물을 지을 때 1층의 바닥면적을 2층 이상보다 작게 짓는다. 인도쪽으로 면한 공간을 보행자들이 다닐 수 있도록 내주는 것이다. 2층부터는 바닥면적을 원래대로 늘려 건물을 지으니 지붕역할을 하게 돼 이곳으로 다니면 비를 피할 수도 있다. 인도외에도 이 '기루'로 다닐 수 있으니 그만큼 보행자들의 공간이 넓다. 인도에는 차도쪽 공간에 흰색 페인트로 자전거 도로를 표시해 놓는다. 행인들도 웬만하면 그쪽으로는 다니지 않는다. 인도 자체가 널찍한데다 '기루'까지 있으니 그쪽으로 갈 이유가 많지 않다.차도..

여행의 맛 2018.01.29

도시재생의 본보기 타이베이

지난해 겨울 휴가에 이어 올해에도 대만에서 5일간의 휴가를 보냈다. 지우펀에 당일치기로 다녀온 것외엔 주로 타이베이 시내를 어슬렁 대며 배고프면 먹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부라부라' 형 휴가였다. 타이베이는 볼수록 마음에 드는 구석이 많지만 특히 '도시재생'면에서 배울 점이 많아 보인다. 이번에 처음 가본 '화산1914창의문화원구'라는 곳은 일본 식민지 시대에 지어진 과일주 공장이 있던 곳인데 공장건물들을 철거하지 않고 고스란히 살려 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 타이베이 도심에 있는 이 공장터를 지금까지 그대로 둔 것도 신기하다.(한국 같았으면 벌써 철거하고 아파트를 지었을지도...) 창의문화원구라는 이름이 어울리게 통통튀는 창의력 만점의 물건들을 파는 공간, 오르골 전시장, 카페, 식..

여행의 맛 2018.01.27

박경리 장편소설 <시장과 전장>

올해 읽은 세번째 책. 박경리의 . 1964년 작품이다. 올핸 되도록 소설과 역사서를 많이 읽어보려 한다고 주변에 이야길 했더니 한 선배가 추천하며 빌려준 책이다. 한국전쟁 직전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황해도의 연안지방에 선생님으로 부임한 남지영이 전쟁이 터지면서 피난을 내려와 가족들과 겪는 이야기가 한 축을 이루고, 좌익으로 활동하다 전쟁 때는 인민군, 이후 빨치산이 되는 하기훈의 이야기가 다른 축이다.한국전쟁의 참상을 다룬 책들은 여러권 봤지만 이 책은 에피소드가 넘쳐 당시 상황을 간접체험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주인공 기훈과 인민군 소년병이 인민군 야전병원에서 나누던 대화."아니오, 아니오. 어깨 아니구 팔 다쳤으면 비겁자 되거든요. 하긴 동무는 인민군 아니니께." ".......

어제의 오늘 2018.01.19

나의 1987년

갑자기 들이닥친 형사들 1987년 1월3일. 겨울방학을 맞아 대전 부사동에 있는 집(단독주택)에서 홀로 빈둥거리고 있던 참이었다. 늦은 오후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낯선 사내 두명이 대문 앞에서 "서의동 학생 집이냐"고 물었다. 문을 열어주자 점퍼차림에 눈빛이 날카로운 사내들이 다짜고짜 집안으로 들어왔다. 관악경찰서 대공3계의 형사들이었다.(한명은 40대 정도였고, 한명은 전경에서 경찰로 특채된지 몇년 안된 젊은 형사였다) 형사들은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한 뒤 수배됐던 고교동창 A의 행적을 쫓고 있었다. 이 녀석이 대학입학 때 제출한 학생생활 카드에 가까운 친구로 내 이름을 적어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 녀석이 총학생회장으로 출마한 건 86년 2학기였고, 출마하기 직전에 우리 하숙집으로 찾아온 뒤로는 ..

불현듯... 2018.01.08

서의동의 사람·사이(人間)을 마치며

경향신문 토요판팀에서 인물 인터뷰를 11개월 가량 담당했다. 광고없이 1개면을 통으로 쓰는 와이드 인터뷰였는데 다방면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내게도 크게 공부가 됐다.이 연재를 하면서 만난 마지막 인물은 7년전 고려대 자퇴선언을 했던 김예슬 나눔문화 사무처장이다. 2016년 12월17일자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올해 11월25일까지 11개월간 29명을 했으니 한달에 3명 정도 한 셈이다.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정우(판도라 감독), 주진형(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김광길(전 개성공단 법무팀장), 장강명(소설가), 서천석(소아정신과 전문의), 박점규(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김제동(방송인), 박원순(서울시장), 구수정(한베평화재단 이사), 문정인(연세대 명예교수), 최승호..

사람들 2017.12.22

[서의동의 사람·사이-김예슬]"대학을 벗어나니, 내안에 엄청나게 큰 내가 있음을 깨달았다”

포항 강진이 발발한 지난 15일, 세간의 관심은 포항의 피해상황보다 다음날 치러질 예정이던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예정대로 치러질지에 더 쏠렸다. 지진으로 다친 이들과 삶의 터전이 무너진 이재민들에겐 미안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현실은 그랬다. 대학입시는 한국사회에서 나고 자라온 아이들에게 가격표가 붙는 경매입찰과 비슷하다. 요즘은 경매를 거친 뒤에도 스펙을 쌓거나, 자격증, 공무원 시험 같은 2차, 3차 입찰을 통과해야 하지만 첫 가격이 매겨지는 대입의 중요성엔 미치지 못한다. ‘좋은 대학을 나와야 삶이 보장된다’는 유일신앙이 지배하는 한국의 수능날 풍경은 해외언론들의 조롱거리가 되곤 한다. 학벌체제는 남북분단보다 더 심각한 한국사회의 ‘기본모순’이다.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 사무처장인 김예슬(31)은 한때 ..

사람들 2017.12.22

[서의동의 사람·사이-문성현] “노조, 국민과 동떨어진 존재돼…이대로 가면 ‘화석’될 수도”

서울 평화시장의 청년 재단사 전태일(1948~1970)은 돈이 없어 점심을 굶는 어린 여공들에게 차비를 털어 풀빵을 사주고 청계천에서 창동까지 걸어 다니곤 했다. 청계천 봉제공장의 지옥같은 노동현실에 항거한 전태일의 분신은 한국 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됐고 많은 대학생들이 노동현장에 투신했다. 그 이듬해 대학에 들어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위원장 문성현(65)도 그들 중 하나였다. 47년이 지난 지금 노동운동에서 차비를 아껴 풀빵을 돌리던 전태일의 연대정신을 떠올리는 이들은 많지 않다. 노동운동이 기업의 울타리 안에 고립돼 갈라파고스 섬의 생물처럼 퇴행하고 있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말로는 전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을 외치면서도 어느 대공장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합원 자격을 빼앗는가 하면,..

사람들 2017.12.22

[경향의 눈] 일은 망루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외교를 평가하려면 먼저 사진 한 장을 들여다봐야 한다. 등장인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배경은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 망루다. 2015년 9월3일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서 세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인민해방군의 열병식을 지켜봤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54년 마오쩌둥 주석과 함께 섰던 그 자리다. 그날따라 햇살이 눈부셨는지 박근혜는 행사 도중 선글라스를 꼈고 푸틴은 손바닥으로 차양을 쳤다. 전승절 행사는 중국의 ‘군사굴기’를 과시하는 자리였다. 중국은 동·남중국해의 긴장을 키워 주변국의 반발을 사고 있던 참이었다. 미국·일본을 비롯한 서방 정상들은 ..

칼럼 2017.12.22

[서의동의 사람·사이-이희옥][전문]“시진핑의 중국, 세계질서 만드는 ‘룰세터’ 역할 강화할 것”

세계를 뒤흔든 1주일이었다. 지난달 18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시진핑(習近平) 천하가 개막됐음을 세계에 선포한 이벤트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자신의 이름을 넣은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당의 헌법인 당장(黨章)에 삽입하면서 마오쩌둥(毛澤東)에 버금가는 반열에 올라섰다. 시진핑은 최고 지도그룹인 중앙위 상무위원 7명 중 3명, 정치국 위원 25명 중 13명을 측근으로 채웠고 후계자 지명도 하지 않음으로써 1인 천하를 구축했다. 시진핑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중국몽’을 달성하겠다고 했고, ‘창치라이(强起來·강대해짐)’를 시대정신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서방과 담론·체제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선거로 권력을 선출하는 서..

사람들 2017.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