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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의 사람·사이-김제동][전문]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우릴 웃게, 행복하게 해줄 수단이죠

방송인 김제동(43)을 만난 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지 열흘 뒤인 지난 20일이다. 김제동은 탄핵현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어 쉽고 분명한 언어로 국민이 권력자임을 일깨웠고, 자존감을 불어넣었다. 그에게 지난 겨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찾았다. 3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행해야 할 정책목록을 시민들이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국민과의 연정’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세월호가 1074일만에 맹골수도를 떠나기 시작한 24일, 다시 15분간 통화해서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지난 25일자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에 지면 제약으로 담지 못한 내용을 보충해 싣는다. ■3주기 추도식 제대로 해야 - 세월호가 1074일..

사람들 2017.03.27

[책]박점규의 <노동여지도>-'노동르포르타주'의 가능성을 보여준 책

한국에는 ‘르포르타주’가 빈약하다는 생각을 평소 해왔다. 2월에 소설가 장강명을 인터뷰하면서 그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는데 그 역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어서 반가웠다. 장강명은 르포문학이 빈약한 이유로 현장취재가 쉽지 않다는 점과 현장에서 채집해서 스스로 텍스트를 만드는 훈련이 없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꼽았다. 현장취재가 쉽지 않은 이유로는 타인에게 질문하거나 소통하기 어려운 어려운 언어체계와 권위주의 문화를 들었다. 그는 그래서 "그나마 현장을 접하기 쉬운 기자들이 책을 많이 쓸 필요가 있다"면서 "신문사에 있는 후배들을 만날 때마다 '책을 쓰라'고 권한다"고 한다. 장강명 = “취재가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나 보죠. 교육도 우리는 정전을 보고 빨리 소화해서 텍스트를 보고 답하는 식이지 않나. 미국학생들..

읽은거 본거 2017.03.17

[서의동의 사람·사이-'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전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46)를 만난 지난 6일 “콜 수를 못 채웠다”며 저수지에 몸을 던진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에 관한 사연이 보도됐다. ‘콜 수’로 불리는 고객 응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초과근무를 해야 했고, 주변에 고통을 하소연해왔다는 기사 아래에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휴대전화 통신회사를 바꾸려고 전화했다가 상담원에게 30분간 붙들린 적이 있다. 바빠 끊겠다고 하니 울먹여서 안쓰러웠다. 기사를 보다 울컥했다. 이 여고생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평생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야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가 뭔지, 억울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배웠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촛불집회 초기인 지난해 11월4일부터 광화문광장을 지켜온 박점규를 만나니..

사람들 2017.03.16

[책]무코다 이발소-즐겁게 쇠락하는 일본의 시골공동체

출판사에 다니는 처제가 준 오쿠다 히데오의 (북로드). 한두장 넘기다가 다 봐버렸다. 홋카이도의 쇠락한 옛 탄광촌에서 벌어진 몇가지 에피소드를 엮어 이야기거리로 만드는 작가의 관록이 돋보인다. 한때 탄광촌으로 번성했던 홋카이도의 시골마을 도마자와. 주인공 50대 남성 무코다는 도시의 광고회사에 다니다가 귀향한 뒤 가업인 이발소를 물려받아 25년째 운영하고 있다. 도시로 떠났던 아들이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을 해서 가업을 이어받겠다고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별로 변화가 없는 쇠락한 시골마을에 크고작은 사건들이 등장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대응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중국인 신부과 40대 매력적인 술집 여주인이 등장하고, 영화촬영과 이곳 출신 청년이 사기사건을 일으켜 이곳으로 숨어드는 장면까지.책을 읽다보면..

읽은거 본거 2017.03.08

<전쟁의 세계사>전쟁이라는 거푸집을 통해 들여다본 인류사

윌리엄 맥닐의 (이산). 고대와 중세 시대의 전쟁방식, 무기의 발달과정 등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일단 책을 잡았지만 단순한 전쟁방식이나 무기에 관한 저서가 아니었다. 무기와 전쟁이 어떻게 역사를 움직여왔나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무기와 전쟁이라고 표현했지만 이 책이 고찰하는 범위는 제철업, 해운업, 선박금융 등 사실상 산업전반에 걸쳐있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전쟁의 상업화'와 '전쟁의 산업화'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전쟁의 상업·산업화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은 서기 1000년으로 잡되 최근 1~2세기 동안 걷잡을 수 없이 속도가 붙었다고 본다. 먼저 중국. 저자는 중국이 제철및 해운에서 유럽의 기술적 성과를 먼저 달성했지만 이 성취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시장'대신 '명령..

읽은거 본거 2017.03.01

[서의동의 사람·사이-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긴버전)]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잘 키워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세요

※2월25일자 지면에 실린 인터뷰보다 좀 더 긴 기사입니다. 아이 키우기만큼 한국인을 괴롭히는 문제가 또 있을까. 첫돌 갓 지난 아이를 사교육 시장에 내보내는 부모 마음도 그리 기꺼울 것 같진 않지만, ‘내 아이는 사교육 안 시킨다’고 결심한 부모들도 편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지는 못한다. 먹고살기 바빠 사교육은커녕 아이 얼굴 제대로 보기 어려운 가정도 숱하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총력육아시대’지만 어른이 되기 싫은 아이도 그만큼 늘어나는 혼돈상태다. 잘 키워야 한다는 부모의 조바심이 지나치다보니 아이가 ‘감정의 하수구’가 되기도 한다. ‘육아멘토’로 통하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48)은 아이 키우기에 대해 ‘쾌도난마’의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꾸준한 관찰과 ..

사람들 2017.02.28

에쿠니 가오리 <벌거숭이들> 가족을 넘어서는 관계맺기의 쿨함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 . 집에 있길래 별 생각없이 들춰보다가 끝까지 읽어버렸다. 사실 이 작가의 책은 처음인데 생각외로 재미있었다. 가족과 결혼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관계맺기가 품은 가능성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작품에는 다양한 연애관계가 등장한다. 우선 채팅으로 만나 동거까지 이르게 된 50대 후반의 커플이다. 여성은 57세의 '카즈에'로 남편을 사별했고, 딸이 결혼해 아이 넷을 둔 주부이다. 딸은 물론 손녀에게도 '할머니'가 아니라 이름을 부르라고 하는 특이한 캐릭터이고, 집 2층은 여대생 2명에게 세를 주고 있다. 이 여성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두세살 연상의 남자(야마구치)와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 남성은 아내와 20대의 딸이 있는 집을 나와 이 집에 와서 동거하게 된..

읽은거 본거 2017.02.27

[책]암흑의 대륙(마크 마조워)

식구의 권유로 보게 된 책 (마크 마조워). 세계사는 개설서만 대략 훑어본 적이 있고 유럽사는 개별사안을 다룬 책을 파편적으로 읽어본 터라 20세기 유럽의 통사는 사실상 처음이다. 너무도 방대한 내용의 이 책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것은 무리임에 틀림없다. 다만 내가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른 대목들은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다. 1. 우선 전간기(1차 세계대전 직후와 2차 세계대전 사이) 유럽은 '형식적 민주주의'에 대한 극심한 염증과 혐오감이 팽배했다는 점이다. 1918년이후 유럽국가들에서는 평균 1년이상 지속된 내각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는 평균 8개월, 이탈리아에서는 5개월, 1931년 이후 스페인에서는 4개월도 버티지 못했다.(41p) 민주주의가 공격받는 가운데 행정부는..

읽은거 본거 2017.02.12

[서의동의 사람·사이]개성공단 전 법무팀장 김광길 변호사[원문]

※2월4일 지면에 실린 인터뷰 기사보다 긴 버전입니다. 개성은 철원-포천, 동해안 도로와 함께 북한군의 3대 남침 루트였다. 한국전쟁 개전초기 인민군 6사단은 개성을 출발해 통진-김포를 거쳐 영등포로 진격했다. 전쟁 1년 전인 1949년 여름에도 남북이 송악산 488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연대급 규모의 군사충돌을 불사할 정도로 개성은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 2000년 이곳에 공단을 짓기로 남북이 합의한 뒤 인민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이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으로 자리를 옮겼다. 휴전선이 실질적으로 10~15㎞ 북상한 것이다. 남북협력의 긴장완화 효과를 이보다 더 극적으로 드러낸 사례는 없다. 그 개성공단이 지난해 2월10일 박근혜 정부의 갑작스런 중단조치로 가동 12년만에 폐쇄됐다. 하루 뒤인 2..

사람들 2017.02.07

[책]<조선은 왜 무너졌는가>-2

(1회에 이어 계속 주요내용 정리) 양반의 특권과 책무 조선에서 양반이 갖는 특권이다. 1. 경제적으로는 지주로서 양인과 천인 계층으로 구성된 농민을 지배하며, 정치적으로는 관료로 중인계급을 지휘해 양반관료 국가를 운영했다. 양반은 지주로서 양인과 천인계층 작인을 두어 경작하게 하고 생산량의 절반을 챙기는 병작반수를 행했으며 국가에 약간의 전세만 납부하면 되는 특권을 갖고 있었다. 2. 원칙적으로는 군역을 부담하게 돼 있었으나 17세기 이후에는 면제받았다. 3. 과거 응시와 교육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4. 관계와 관직에서도 신분간의 명확한 구별이 있어 양반과 그 이외의 신분은 신분에 따라 한품을 다르게 하고 직종도 다르게 했다. 5. 죄를 범하더라도 가능하면 속전을 받거나 가노가 대신 처벌받게 했다..

읽은거 본거 201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