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47

[한일비교](11)전통에 대한 태도

어제는 일본의 절기인 '세쓰분(節分)'이었다. 콩을 밖으로 던지면서 '귀신은 밖으로, 복은 안으로(鬼は外、福は内)'라는 주문을 외는 풍습으로 유명한 이날 전국적으로 행사가 벌어졌다. 절이나 신사에 많은 이들이 모여 유명인이 던지는 콩을 받으며 한해의 복을 기원한다. 역도산의 묘소가 있는 우리 집 근처 이케가미 혼몬지(池上本門寺)를 비롯해 각 신사에서는 콩던지기 행사들이 벌어졌다. 유럽에서 살아본 적이 없고, 살아본 외국은 일본뿐이라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일본은 한국에 비해 전통에 대한 애착이 강한 나라임엔 틀림없다. 절기가 다가오면 그 절기에 따라 정해진 다양한 전통행사가 펼쳐진다. 신문 방송들도 이런 전통행사를 꽤 상세하게 보도한다. 그런 시기가 되면 남자들은 하카마를 두른 전통복장, 여성들은 후리소데를..

한국과 일본 2013.02.04

[한일비교](10)미국에 대한 태도

"1980년대에 미국과 보험시장 개방문제를 놓고 밀고 당기기 협상을 벌일 때였는데, 갑자기 등뒤에서 총알이 날아오더라.(後ろから銃弾が飛んでくる라고 그는 표현했다) 돌아보니 일본 신문들이 '적당히 양보해라'며 우리 협상팀을 공격하더라."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榊原英資)전 대장성(현 재무성) 차관을 지난해 11월 인터뷰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 통상협상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나선 자국 정부 협상팀에게 '적당히 미국에 져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그는 "일본 언론에게 미국은 성역임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를 인터뷰하던 시점은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자유무역협정(TPP)에 대해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참가의사를 표명하고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 반대 목소리를 높여..

한국과 일본 2012.11.18

[한일비교](9)일본의 쇼와(昭和)열광

얼마전 TV에서 70~90년대 일본 아이돌 특집을 방영했다. 일본의 여장 남자 방송인 마쓰코 디럭스와 30~40대 여성들이 대거 출연해 아이돌 가수들의 옛날 영상들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일본인들의 쇼와사랑은 못말린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쇼와시대는 1926~1989년의 기간을 가리키지만 보통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를 떠올린다. 2005년 제작돼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3탄까지 제작된 영화 은 1955년부터 1964년 도쿄올림픽 때까지가 배경이다. 일본인들은 이 시기를 '패전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성장을 향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희망의 시대. 가난해도 내일은 나아질 것이라는 꿈과 따뜻한 가족애가 있던 시절'로 기억한다. 일본의 고도성장이 70년대 오일쇼크, 85년 플라자합의에 의..

한국과 일본 2012.10.31

[한일비교](8)집단주의 일본

"한국인들은 왜 레스토랑이나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걸 내버려두는거죠?"재일동포들과 저녁자리에서 한 중년 여성이 이런 질문을 해왔다. 답변이 궁색해 '공부로 고생하니까 그 외 시간에는 풀어주는 거 아니겠냐'고 둘러대고 말았다. 일본에서 아이들이 전철안이나 길거리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례는 상당히 드물다.(물론 없지는 않다) 아이가 울거나 보채면 부모들이 달래보다가 도중에 전철에서 내리는 경우도 가끔 본다. 물론 아이가 운다고 해서 "조용히 시키라"고 짜증내는 승객들도 없다. 일본인들이 늘상 이야기하듯 '공기를 읽고' 부모가 알아서 자리를 피하는 것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당사국이지만 본토(오키나와를 제외한 나머지 국토)가 전란에 휩싸이는 것은 면했다. 1945년 전쟁이 말기로 ..

한국과 일본 2012.10.23

[한일비교](7)일본의 방과후활동

한 재일교포와 만났다가 작년에 사립대학에 들어간 딸이 고3때까지 방과후에 '부카쓰(部活. 방과후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놀랐다. 무슨 활동을 했냐고 물었더니 손연재가 하는 리듬체조였다고 한다. 대회에 나가 입상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고, 학교에서 정식 단체활동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고 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때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하고는 아주 각별하게 지내고 있지요." 대학입시생이 고교 3때까지 방과후 활동을 할 수 있다니. 물론 대단한 상위권 대학은 아니었고, 저출산 때문에 일본의 대학정원이 남아 돌아가는 형편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 현실에 비춰보면 상상이 잘 안된다. 돌이켜보면 고교시절 1학년때까지 써클활동을 하긴 했지만, 2학년때부터는 음악, 미술시간도 없어졌던 것 같다. 체..

한국과 일본 2012.09.21

[한일비교](6)일본 아이돌 특징은 '미완성'

한국의 K-POP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아이돌에 대한 비교론들이 나온다. 일본인들은 일본 아이돌의 가장 큰 특징을 '미완성'으로 꼽는다. 다소 미숙하고, 서투른 점이 있더라도 팬들은 이들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봐주며 후원한다. 한국이 수년간 합숙하며 갈고닦은 실력을 일거에 내놓는 '완성품'아이돌이라면 일본은 다소 미숙해도 팬들의 관심과 사랑속에 꾸준히 성장해가는 스타일이다. 일본에서 국민아이돌로 등극한 AKB48도 외모와 노래, 춤실력은 보잘 것 없다. 리더로 활약하다 최근 졸업한 마에다 아쓰코는 14살때 데뷰했다. 데뷰당시 사진을 보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중생의 모습이지만, 팬들의 관심과 성원이 그를 활짝 피어나게 했다.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내..

한국과 일본 2012.09.20

[한일비교](5)죽음에 대한 태도

내가 단골로 다니는 동네 야키도리(닭꼬치)집의 60대 주인(여기선 마스터라고 부름)은 10여년전에 부인을 잃었다. 그는 아침마다 불단에 뜨거운 차를 올려놓고, 망자에 대한 예를 올린다. "새벽같이 골프를 치러가는 날 외엔 거의 매일 오차를 올려놓고 기도한다. 기도내용은 별거 없다. 그냥 일 잘되게 해달라는 정도지." 불단에 오차를 올려놓은 뒤 권투시합때 울리는 '공'같은 걸 친 다음에 합장하는 게 일상의 습관이다. 일본은 사람이 죽으면 대개 화장을 하는 데 우리처럼 가루로 만들지 않고, 뼈가 그대로 남도록 해 유골함에 넣는다고 한다. 뼈를 차곡차곡 쌓아 복숭아씨처럼 생긴 목뼈를 맨 위에 올려놓고 유골함을 봉해 묘지에 안장한다. 부모 묘지는 장남이 관리하긴 하지만, 가끔 차남이나, 다른 형제에게 뼈를 나눠..

한국과 일본 2012.09.14

[한일비교](4) 영어에 대한 태도

얼마전 알고 지내는 일본기자와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하다 잠시 놀란 적이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 처음으로 주쿠(塾. 한국의 학원)에 보냈다고 한다. "무슨 과목을 시키느냐"고 물었더니, 국어(일본어), 수학이란다. "영어 공부는 안시키냐"고 했더니, "영어야 아이가 대학 들어가서 유학을 가거나 필요를 느낄 때 공부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아니 초등학교 5학년 정도면 영어를 열심히 해야 될 때 아니냐"고 했더니 못알아듣는 눈치였다. 영어에 대한 태도는 일본과 한국이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유치원때부터 영어 유치원을 다니게 할 정도로 '몰빵' 상태지만 일본은 관심이 희박하다. 도쿄에 주재하는 한 금융기관장은 "일본의 평균소득은 한국에 비해서 그리 높지 않지만, 그래도 먹고..

한국과 일본 2012.09.12

[한일비교](3)공공부문

3. 공공시설(부문)에 인력이 많다. 도쿄에서의 통근비는 비싸다. 전철 왕복요금이 하루 720엔(딱 집과 회사만 왕복했을때)이니 하루 만원 정도쯤 된다. 왜 이리 철도요금이 비싼가 늘 불만이지만 가끔씩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어느 날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카마타에서 JR로 갈아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데 역무원 두사람이 줄 서는 곳으로 접이식 철판 같은 걸 들고 황급히 달려왔다. 조금 있다가 보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도착했다. 전철 차량과 플랫홈 사이에 홈이 꽤 있다보니 휠체어로만 건너기가 어렵기 때문에 휠체어가 건널 수 있도록 철판 같은 걸 깔아주는 것이다. 가끔은 지팡이를 짚은 시각 장애인들을 역무원들이 플랫홈까지 데려다 주는 장면도 목격한 적이 있다.(물론 내가 이용하는 전철중 하나는 도..

한국과 일본 2012.09.09

[한일비교](2)사람 등 뒤에서 인사

2. 사람 등 뒤에다 대고 인사한다 일본드라마를 보면 잘 이해가 안가는 장면중 하나가 사람 등 뒤에서 고개를 숙인다는 점이다. '그렇게 뒤에서 인사를 한다고 알아줄까' '드라마 말고 실생활에서도 저런가'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실생활에선 별로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렵다. 어쨌건 확실한 것은 일본 사람들은 인사를 매우 잘한다는 것. 드라마를 보면 1편에 10번 정도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가끔은 낯선이들에게도 목례를 한다. 좁은 출입문을 열때는 맞은 편에서 문을 열려는 이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 늦게 올라탈 경우에도 이미 탄 채 대기중인 이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 관한 에티켓에 관해 글을 올린 적(http://soidong.khan.kr/489..

한국과 일본 2012.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