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47

[한일비교] (1)시선관리

가깝고, 알 만큼 아는 나라이긴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쌓여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어 간다. 일본에 체류한지 1년반을 넘기면서 보고 듣고, 체험한 '한국과 다른 일본'을 연재한다. 이 민감한 시기에 한일 비교를 연재하는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아울러 다른 의견이나 반론이 있으면 기탄없이 댓글을 달아주시길 바란다. 1.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남을 쳐다보지 않는다. 1년반 이상 체류하면서 늘상 느끼는 것인데, 흘낏거리거나 멀뚱거리며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일이 거의 없다. 자연 시선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드물다. 전철안에서는 대부분 신문, 책, 휴대폰을 쳐다보거나 전철내 광고판(주간지나 월간지 등도 많다)을 읽는다. 때론..

한국과 일본 2012.09.09

'빨간 신호등' 앞에 선 일본

도쿄의 중심부인 오테마치 거리. 저녁 6시가 넘어서면서 퇴근을 위해 사무실을 빠져나오는 직장인들로 거리가 가득 메워진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이들의 옆얼굴은 석양으로 벌겋게 물든다. 5월 도쿄의 저녁 공기는 쾌적하다. 오가는 행인들의 표정은 ‘후쿠시마’ 이전과 다름없어 보인다. 하긴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때도 현지에서는 체육대회도 소풍도 했다고 하니, 일상의 힘은 이렇게 무서운 것인가. 만성피폭이 무서운 원전사고 이후 어떤 일상을 만들어야 할지 실로 고민스럽다. 3월11일 규모 9.0의 대지진 직후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던 TV의 공익광고는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이 많은 NHK를 제외하면 나머지 민영방송들은 다시 예능 프로그램으로 시간대를 채운다. 아는 일본기자는 20..

한국과 일본 2011.05.27

도쿄일기 3.30 - 교과서 발표와 원전사태

오늘은 제일 바쁜 날. 원전사태와 교과서 두개를 동시에 처리했다. 어느 나라 관료도 마찬가지라지만 일본의 문부과학성도 우리 교육과학기술부 만큼 보수적인 듯. 민주당의 간 총리는 작년에 영토문제로 중국, 러시아한테 치여서 그런지 전혀 말이 안먹히는 분위기인 것 같고... 원전사태는 해결전망이 안보이고. 이런 식으로라면 5년까지 걸릴 수 있다는 일본내 전문가들 목소리... 특파원 3년내내 원전과 씨름하라는 거냐? 지진과 쓰나미의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미나미 산리쿠초에 갔을 때인데 서양기자들이 현장에 몇명 있었다. 얘네들이 피해자 인터뷰를 하는데 이 영어통역을 하러 20대 여성이 센다이에서 왔다. 근데 질문을 옮길 때마다 눈물을 펑펑 흘리는 거다. 기자들 질문이란게 좀 짖궂으니까 곤혹스럽기도 했겠지...

한국과 일본 2011.03.30

시마우타 이야기

시마우타에 대해 좀더 소개합니다. 이 노래는 오키나와의 민요라기 보다는 오키나와의 선율을 한껏 살린 가요인데 오키나와 출신이 아닌 일본 본토출신의 그룹이 오키나와에 갔다가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でいごのはながさき 데이고노 하나가사키/ 엄나무에 꽃이 피고 (1945년 4월 1일 봄이 오고) かぜをよび あらしがきた 카제오요비 아라시가키타/ 바람을 부르는 폭풍이 왔어요 (오키나와 본도에 미군이 상륙했다) でいごがさきみがれ 데이고가사키미가레/엄나무에 꽃이 만발하고 (4월부터 6월까지) かぜをよび あらしがきた카제오요비 아라시가키타/바람을 부르는 폭풍이 왔어요(미군의 침공이 계속됐다) ふりかえす かなしみは 후리카에스 카나시미와/반복되는 슬픔은 (미군의 잔혹한 살육은) しまわたる なみのよ 시마와타라루 나미노요오/섬을..

한국과 일본 2009.12.14

일본의 중국학생들

학기가 바뀌어서 4레벨(가장 높은 레벨임-_-)로 올라가 새로운 클라스메이트들과 같이 지내게 됐습니다. 19명쯤 되나. 대충 보면 한국애들이 저 포함해서 8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이 5명(조선족 1명 포함), 대만이 2명, 베트남 1명, 미국 2명, 오스트레일리아 1명 정도입니다. 반분위기는 약간 살벌합니다. 4레벨중에서도 속성반,일본어연수과정에선 가장 실력이 우수한 애들이 모인탓인지 수업중에 누구하나 장난하면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애들도 없고 그렇지요. 저는 배치고사만 잘 봤을 뿐 아직도 더듬더듬거립니다. 애들 발표하는 거 보면 스트레스 쌓여 죽겠죠. 재밌는 건 중국애들인데, 각지방에서 와서 그런지 정치적 견해가 사뭇 다릅니니다. 특히 베이징쪽 북부와 南京쪽 남부에서 온 애들간에는 생각이 확연히 틀리더군..

한국과 일본 2004.11.09

일본드라마

3~5월달까지가 여행에 빠져있던 시기라면 6월달부터는 일본드라마에 취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우리 드라마도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맥락을 잘 모르는데 하물며 말도 잘 못알아듣는 일본드라마는 오죽 하겠습니까. 그래서 비디오 가게에서 철지난 드라마부터 하나둘씩 빌려다가 섭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금까지 본 건 주로 기무라타쿠야가 주연인 것들로 '롱 버케이션','뷰티풀라이프','굳럭'. 요건 다 본 것들이고 지금 보고 있는 거는 '고쿠센','GTO','러브 제너레이션',등입니다. 딸기가 요즘 빠져 있는 인물은 '기무라타쿠야'. 한국계라는 설도 있는데 확실한 건 잘 모르겠어요. 원빈하고도 조금 비슷하게 생겼는데 빼어나게 잘 생긴 얼굴은 아니고 약간 억울하게 생겼죠. 극중 배역도 보면 뭔가 좀 안풀리거나 뒤쳐져 ..

한국과 일본 2004.07.19

타이완이라는 나라

한국에 있을 땐 아직도 있나 싶었던 나란데 일본와서 매일 그 나라애들과 부딪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됐다. 이곳 게이오 별과에도 타이완 학생들이 꽤나 많다. 우리반 19명에 5명이나 되니. 이 친구들 다정한 편이다. 특별히 낯을 가리는 것도 없고,늘 표정들이 밝다. 늘 먹을 걸 들고와서 나눠 주거나 하는데 그냥 자연스럽다. 다른글에서도 소개했는데 이 친구들 밥먹는데 시간 꽤나 걸린다. 먹으면서 떠드느라 삼각김밥하나 먹는데 30분씩 걸린다. 여기는 1교시가 90분씩이고 점심시간은 45분밖에 안돼 오후수업들어가려면 학생식당에서 먹어도 시간이 빠듯한데 이 친구들과 밥먹다보면 지각하기 일쑤다. 타이완애들은 일본을 무척 동경한다. 한 애는 일본에 와서 살아보면서 가끔씩 일본인들에 대해 존경심을 느낄때가 ..

한국과 일본 2004.07.17

도쿄일기 하나

낼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뜬금없이 이시각에 인터넷을 하고 있군요. 3개월 남짓한 학교생활인데 그럭저럭 즐겁게 보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외국애들하고 섞여서 공부하다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젊어지는 기분도 들고 그랬어요. 재미있는 건 여러나라 애들이 섞여있다 보니 특성들을 조금씩 느끼겠더군요. 우선 독일애들. 얘네들은 기본적으로 학구파인 것 같습니다. 마크라는 애가 있는데 본에서 대학을 다니다 온 교환학생입니다. 지난 가을학기부터 있었는데 일본어 끝내주게 해요. 서양애들 보면 인토네이션이 엉망인데 이 친구는 목소리만 들으면 일본애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한국에도 관심이 많아서 '동승'같은 비디오도 보고 와서 이야기하고 합니다. 마리아란 여학생도 독일앤데 일본어가 꽤나 유창합니다. 다음으로 프랑스 애들. 얘네들..

한국과 일본 2004.07.16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요즘 내 최대관심사는 일본어다.(쓰고 보니 좀 이상하군) 마흔살 가까이 살면서 정복한 외국어가 단 한개도 없는 나로서는 이 1년간이 갖는 의미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어렸을땐 언어감각이 있다는 이야기도 조금 듣긴 했는데 어찌어찌해서 영어하고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그래도 대학입시는 대학입시형 영어, 회사에 들어올때는 고시용 영어만 배우면 그다지 불편이 없었다. 물론 가끔 외국나가거나 하면 귀국길 비행기안에서 "다시 영어책을 잡아야쥐"하고 작심삼일하던 적은 많다. 어쨌건 남의 나라말이란 것에 대해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외국어를 너무 괄시하며 사는 것 아니냐는^^)이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늘 뭉개둔채 수십년을 살아온 것이다. 영어가 안되고 무섭다보니 차선으로 택한 게 일본어다. ..

한국과 일본 2004.05.17

뭐든 쓰는게 많은 나라

일본서 살면서 늘상 느끼던 일인데 오늘 새삼 실감한 것은 여기선 뭐든 손으로 쓰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오늘 수강신청변경을 하러 담임인 미사키 선생을 만나러 갔다. 이러이러한 과목을 저러저러한 과목으로 바꾸겠다고 했더니 선생이 이제 1학기의 4분의1쯤 지났는데 지금 변경하면 출석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중급 문법을 듣겠다고 했더니 놀라면서(왜냐하면 나는 지금 상급코스이기 때문임) 문법선생한테 편지를 쓰라는 것이다. 짤막해도 좋으니까 상급인 당신이 왜 지금 수강신청을 변경해서까지 수업을 듣고자 하는가 하는 이유를 쓰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저주저하다가 다시 상담을 해서 과목을 다른 걸로 바꿨다. 그런데 미사키선생이 이 과목들도 중간에 듣게 되는 것이니 앞으로 출석을 잘하라고 하면서 그 ..

한국과 일본 2004.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