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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의 사람·사이-김미화][전문] 돌아갈 수 있을 지 모르지만…난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 코미디언

김미화(53)의 직함을 쓰려다 기사 첫줄부터 잠시 멈칫했다. 방송인, 코미디언 어느 쪽일까? 어릴적 마을공터에서 이미자 흉내를 내며 어른들 배꼽을 잡게했고 코미디를 평생의 업으로 삼아왔지만, 지금은 ‘코미디언’으로 부르기 어색해진 것도 사실이다. 코미디 프로 축소라는 방송환경 변화에 시사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이력 때문이겠지만, 권력이 벌인 ‘난장’에 휩쓸리다 보니 그 스스로 이야기하듯 ‘분위기가 딱딱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김미화는 지난 보수 정권의 집중타깃이 됐다. 라디오 생방송 도중 갑자기 정보기관원이 스튜디오에 난입하는 봉변을 겪는가 하면, 보수인터넷 신문으로부터 황당무계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방송에서 정책 비판을 3분 내보낸 며칠 뒤 장관의 해명에 30분을 할애했는데도 편파적이라는 지적을 받..

사람들 2017.10.23

[서의동의 사람·사이-이종석][전문]"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공포증"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출발은 매끈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계승하겠다는 취지를 천명했고, 신베를린선언을 통해 남북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6·15, 10·4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기념식을 성대하게 치른 것도 보수정부와 달랐다. 그런데도 한반도의 긴장수위는 오히려 치솟고, 남북대화의 문도 굳게 닫혀 있다. 북한이 핵실험에 미사일을 쏘아대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말폭탄과 군사적 압박을 번갈아가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지만 한국 정부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깝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한국의 능동적인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미국 주도의 ‘최대의 압박’에 올라탄 채 손을 놓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가 주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까지 했다. 이대로 가다..

사람들 2017.10.16

[서의동의 사람·사이-김상조][전문]“재벌 총수들, 은둔 벗어나 대중 앞에 비전 제시하고 소통해야”

문재인 정부는 경제면에서는 운이 좋은 편이다. 취임을 전후해 외환위기나 SK글로벌 사태 같은 대형 악재가 없었고, 경제 불안요소도 수면아래로 내려가 있다. 조선·해운업 사태로 위기감이 엄습하던 지난해 하반기에 비하면 ‘안온한’ 상황이지만 한국경제는 언제든 응급상태로 치달을 수 있는 만성병 환자다. 공정거래위원장 김상조(55)는 “문재인 정부는 1년 간의 시간을 벌었을 뿐”이라고 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한국경제는 다시 급속히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학자이자 시민운동가에서 새 정부의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변신한 김상조는 기업, 특히 대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책임을 맡고 있다. 재야에서 ‘감시자’로서 20년 가까이 고민해온 과제를, ‘집행자’의 위치에서 직접 풀려는 것이..

사람들 2017.10.12

[서의동의 사람·사이-서경식][전문]“일본 진보진영이 막지 못한 아베 정권, 한국이 브레이크 걸어야“

올해 말로 집권 만 5년을 맞는 아베 신조 정권의 ‘우향우 질주’는 이제 무감각해질 정도로 익숙한 뉴스가 돼버렸다. ‘제2의 패전’으로 불린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일본 사회가 표류하던 2012년 말, ‘일본을 되찾겠다’는 구호 속에 등장한 아베는 경제를 안착시키는 한편으로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 만들기를 추진해왔다. 무기수출 3원칙 폐기, 집단자위권 법제화, ‘공모죄’ 법안 제정이 속속 이뤄지며 ‘전후(戰後) 평화주의 체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아베 정권 3년 전인 2009년 일본 민주당 정권이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내놓았던 것에서 보면 ‘급변침’이라 할 변화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우익의 진격이 본격화된 걸 감안하면 급변침은 오히려 민주당 쪽이었을까. ‘재일..

사람들 2017.09.21

[서의동의 사람·사이-황석영][전문]“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여야…남북 상생할 길 모색이 내 할 일”

작가 황석영(75)의 자전(自傳) 을 읽다 보면 그의 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개의 ‘지리·정치적 공간’과 마주하게 된다. 광주와 북한. 황석영은 1989년 방북을 결행해 공고한 분단체제에 충격을 던진다. 문화활동과 삶의 근거지였던 광주에서 벌어진 시민들의 희생과 항쟁을 국내 언론들이 단 한줄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던 5공화국 시절 광주항쟁 기록의 출간을 감행한다. ‘인생과 문학을 일치시키겠다’는 청년기의 다짐에 비춰볼 때 가장 뜨거운 현장에 있어야 하는 건 그로서 당연한 선택이었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 듯 하다.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6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면서 북한은 더 뜨거워져 있고, 신군부에 대한 사법적 단죄까지 끝난 ‘광주’ 역시 보수정권 10년간 제기된 여러 논란에다 최근 개봉된 영화 가..

사람들 2017.09.11

[서의동의 사람·사이-윤태웅][전문]“'기본'이 더 중요해진 4차 산업혁명 시대…기초과학 투자 늘려야”

‘산업 입국’의 구호가 메아리치던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시대는 지났지만 한국 사회의 과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경제를 떠받치는 부속품’쯤에 머물러 있다. 최근 들어 과학서적 출판붐이 일면서 과학에 대한 지식욕이 커졌지만 과학자들이 어떤 ‘회로’를 밟아 사실을 발견했는지에는 관심이 적다. 신약이 개발돼 얼마를 벌어들일 거라는 뉴스가 뜨거나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등장할 때 잠깐씩 관심이 모일 뿐, 과학은 여전히 일반과 거리가 먼 특수한 지식체계이다. 과학의 ‘열매’에만 열광하고 과정에는 주목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황우석 사태’는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고 방식과 문화가 시민의식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근대화’라고 부른다면 한국은 여전히 근대화의 도상에 있는 건 아닐까. 신고리 ..

사람들 2017.08.28

[서의동의 사람·사이-김홍걸][전문]"아버지 유업,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회 되면 힘 보탤 것”

유투브의 검색창에 ‘김대중’과 ‘마지막’을 입력하면 고 김대중 대통령의 생전 마지막 연설 동영상이 뜬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9일 뒤인 2009년 6월11일의 6·15기념식에서 그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이 되자”고 호소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민주주의가 기로에 몰리던 시점에 터져나온 김 대통령의 피맺힌 ‘유언’을 사람들은 가슴 한켠에 불씨로 간직했다가 지난 겨울 촛불로 피워 올렸다. 김 대통령 서거 8주기(8월18일)를 앞두고 목포와 광주, 서울 등에서 열린 추모행사는 전보다 볼륨이 커졌고, 참가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고인의 일생 과업인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2편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추모열기가 활발한 반면, 김 대통령에 대해서..

사람들 2017.08.21

[서의동의 사람·사이-박종운][전문]“보기 좋게 찍혔다” 원전 비판 원전 학자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원자력계가 똘똘 뭉쳐 반발하고 있다. 원자력학계는 집단성명도 두 차례나 냈다.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인 박종운(53)은 이 대열에서 비껴서서 원전추진파들의 주장들을 논박하고 있다. 원자력 학계의 ‘핵심 학맥’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13년간 근무해 현장사정에도 밝은 박종운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자 원자력 학계는 적잖이 당황한 듯 ‘단톡방’에서는 성토글이 난무한다. ‘원전사고 대응과 안전’ 분야를 전공한 박종운이 원전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월성 1호기 안전성 평가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2년 뒤인 2013년,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에 대해 실시한 스..

사람들 2017.08.14

[서의동의 사람·사이-박경서][전문]“경찰·검찰에 수사권·기소권 각각 주는 것이 둘 다에 이익”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이 수십년의 적폐를 걷어내고 ‘인권경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죽만 울리다 그치곤 하는 행태가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건 아닐까. 민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한 달여간 논의 끝에 지난 19일 권고안을 발표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숨진 백남기 농민 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 내사 단계부터 변호인 참여권 보장, 영상녹화·진술녹음 의무화, 장기수사 일몰제 도입 등 실현만 된다면 ‘체감 인권’을 높일 획기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하지만 경찰이 수십년간 쌓아온 ‘악업’을 생각하면, 백남기 농민을 향해 무자비하게 물대포를 직사하던 장면을 떠올린다면, ‘과연 바뀔까’ 하는 회의감은 가시지 않는다. 다만, 경찰개혁위원장을 대한민국 초대..

사람들 2017.08.03

[서의동의 사람·사이-장경욱][전문]"한국 '간첩생산 시스템' 멈춘 적 없어..탈북민 간첩 조작 더 있다"

생각해보라. 우리 중 누군가가 6개월간 독방에 갇혀 협박과 폭행 속에 거짓 진술을 강요당하게 된다면, 그 결과 스스로 간첩이 되거나 가까운 이를 간첩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인권 국가로 부를 수 있을까? 이런 방식의 ‘간첩 생산 시스템’은 유신 이후 끊임없이 작동해오고 있다. 피해자가 일반 국민에서 주로 탈북민으로 바뀌어 ‘체감도’가 낮아졌을 뿐. 법무법인 ‘상록’ 변호사 장경욱(49)은 변호사가 된 뒤 18년째 국가폭력에 맞서왔다.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조작임을 밝혀냈고,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으로 조작된 홍강철씨 사건도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박근혜 정권이 곱게 볼 리 없었다. 국가정보원은 간첩사건 변호인을 친북 조직원으로 묘사하는 만화를 제작해 유포했고..

사람들 2017.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