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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자주빛 머리칼의 까칠한 경제학자, 하마 노리코

ㆍ“성장 집착 말고 축적한 부 잘 분배… 일본, 우아하고 아름답게 늙어가야” “일본은 우아하게 늙어가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하마 노리코(浜矩子·60) 도시샤(同志社)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불온한’ 학자다. 일본 정부와 게이단렌(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로 우리나라 전경련에 해당), 대기업이 들으면 펄쩍 뛸 ‘탈성장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진단은 상당한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다. 하마 교수가 주장하는 요체는 이런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채권보유국이며 풍부한 자산과 인프라를 갖춘 경제이기 때문에 성장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성장에 집착하다 보면 신흥국들과 수출경쟁을 벌이느라 근로자들은 저임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내수불황이 지속된다. 대신 해외투자로 벌어들인 부를 나눠 격차를..

사람들 2012.09.29

[한일비교](7)일본의 방과후활동

한 재일교포와 만났다가 작년에 사립대학에 들어간 딸이 고3때까지 방과후에 '부카쓰(部活. 방과후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꽤 놀랐다. 무슨 활동을 했냐고 물었더니 손연재가 하는 리듬체조였다고 한다. 대회에 나가 입상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고, 학교에서 정식 단체활동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고 하지만, 열정만큼은 대단했다고 한다. "그때 같이 활동하던 친구들하고는 아주 각별하게 지내고 있지요." 대학입시생이 고교 3때까지 방과후 활동을 할 수 있다니. 물론 대단한 상위권 대학은 아니었고, 저출산 때문에 일본의 대학정원이 남아 돌아가는 형편이긴 하다. 하지만 한국 현실에 비춰보면 상상이 잘 안된다. 돌이켜보면 고교시절 1학년때까지 써클활동을 하긴 했지만, 2학년때부터는 음악, 미술시간도 없어졌던 것 같다. 체..

한국과 일본 2012.09.21

노다 총리의 오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오판했다. 지난 9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 것을 귀담아듣지 않은 것이다. 후진타오가 경고를 한 다음날 노다 총리는 각료회의를 열어 센카쿠 열도 3개 섬의 국유화를 결정했다. 외무성의 일부 간부들이 “국유화는 조금 기다렸다 하자”며 충고했지만 노다 총리는 듣지 않았다. 국가주석의 체면이 구겨진 중국은 무섭게 화를 내고 있고,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일본은 속수무책으로 중국의 노기가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일본의 외교라인은 중국의 본심을 읽는 데 실패했다. 이토추(伊藤忠)상사 회장을 지낸 친중파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주중 일본대사를 ‘이지메’할 때부터 대중국 라인은..

칼럼 2012.09.20

[한일비교](6)일본 아이돌 특징은 '미완성'

한국의 K-POP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아이돌에 대한 비교론들이 나온다. 일본인들은 일본 아이돌의 가장 큰 특징을 '미완성'으로 꼽는다. 다소 미숙하고, 서투른 점이 있더라도 팬들은 이들의 성장을 꾸준히 지켜봐주며 후원한다. 한국이 수년간 합숙하며 갈고닦은 실력을 일거에 내놓는 '완성품'아이돌이라면 일본은 다소 미숙해도 팬들의 관심과 사랑속에 꾸준히 성장해가는 스타일이다. 일본에서 국민아이돌로 등극한 AKB48도 외모와 노래, 춤실력은 보잘 것 없다. 리더로 활약하다 최근 졸업한 마에다 아쓰코는 14살때 데뷰했다. 데뷰당시 사진을 보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중생의 모습이지만, 팬들의 관심과 성원이 그를 활짝 피어나게 했다.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컨셉을 내..

한국과 일본 2012.09.20

[한일비교](5)죽음에 대한 태도

내가 단골로 다니는 동네 야키도리(닭꼬치)집의 60대 주인(여기선 마스터라고 부름)은 10여년전에 부인을 잃었다. 그는 아침마다 불단에 뜨거운 차를 올려놓고, 망자에 대한 예를 올린다. "새벽같이 골프를 치러가는 날 외엔 거의 매일 오차를 올려놓고 기도한다. 기도내용은 별거 없다. 그냥 일 잘되게 해달라는 정도지." 불단에 오차를 올려놓은 뒤 권투시합때 울리는 '공'같은 걸 친 다음에 합장하는 게 일상의 습관이다. 일본은 사람이 죽으면 대개 화장을 하는 데 우리처럼 가루로 만들지 않고, 뼈가 그대로 남도록 해 유골함에 넣는다고 한다. 뼈를 차곡차곡 쌓아 복숭아씨처럼 생긴 목뼈를 맨 위에 올려놓고 유골함을 봉해 묘지에 안장한다. 부모 묘지는 장남이 관리하긴 하지만, 가끔 차남이나, 다른 형제에게 뼈를 나눠..

한국과 일본 2012.09.14

[한일비교](4) 영어에 대한 태도

얼마전 알고 지내는 일본기자와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하다 잠시 놀란 적이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에 올라가 처음으로 주쿠(塾. 한국의 학원)에 보냈다고 한다. "무슨 과목을 시키느냐"고 물었더니, 국어(일본어), 수학이란다. "영어 공부는 안시키냐"고 했더니, "영어야 아이가 대학 들어가서 유학을 가거나 필요를 느낄 때 공부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아니 초등학교 5학년 정도면 영어를 열심히 해야 될 때 아니냐"고 했더니 못알아듣는 눈치였다. 영어에 대한 태도는 일본과 한국이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유치원때부터 영어 유치원을 다니게 할 정도로 '몰빵' 상태지만 일본은 관심이 희박하다. 도쿄에 주재하는 한 금융기관장은 "일본의 평균소득은 한국에 비해서 그리 높지 않지만, 그래도 먹고..

한국과 일본 2012.09.12

[한일비교](3)공공부문

3. 공공시설(부문)에 인력이 많다. 도쿄에서의 통근비는 비싸다. 전철 왕복요금이 하루 720엔(딱 집과 회사만 왕복했을때)이니 하루 만원 정도쯤 된다. 왜 이리 철도요금이 비싼가 늘 불만이지만 가끔씩 그렇지 않다고 느낄 때도 있다. 어느 날 우리집에서 멀지 않은 카마타에서 JR로 갈아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데 역무원 두사람이 줄 서는 곳으로 접이식 철판 같은 걸 들고 황급히 달려왔다. 조금 있다가 보니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도착했다. 전철 차량과 플랫홈 사이에 홈이 꽤 있다보니 휠체어로만 건너기가 어렵기 때문에 휠체어가 건널 수 있도록 철판 같은 걸 깔아주는 것이다. 가끔은 지팡이를 짚은 시각 장애인들을 역무원들이 플랫홈까지 데려다 주는 장면도 목격한 적이 있다.(물론 내가 이용하는 전철중 하나는 도..

한국과 일본 2012.09.09

[한일비교](2)사람 등 뒤에서 인사

2. 사람 등 뒤에다 대고 인사한다 일본드라마를 보면 잘 이해가 안가는 장면중 하나가 사람 등 뒤에서 고개를 숙인다는 점이다. '그렇게 뒤에서 인사를 한다고 알아줄까' '드라마 말고 실생활에서도 저런가' 하는 의문이 들긴 하지만 실생활에선 별로 경험을 못해봤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렵다. 어쨌건 확실한 것은 일본 사람들은 인사를 매우 잘한다는 것. 드라마를 보면 1편에 10번 정도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가끔은 낯선이들에게도 목례를 한다. 좁은 출입문을 열때는 맞은 편에서 문을 열려는 이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 늦게 올라탈 경우에도 이미 탄 채 대기중인 이들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엘리베이터에 관한 에티켓에 관해 글을 올린 적(http://soidong.khan.kr/489..

한국과 일본 2012.09.09

[한일비교] (1)시선관리

가깝고, 알 만큼 아는 나라이긴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다른 점이 너무 많다. 작은 차이일 수 있지만, 그 차이가 쌓여 전혀 다른 사회를 만들어 간다. 일본에 체류한지 1년반을 넘기면서 보고 듣고, 체험한 '한국과 다른 일본'을 연재한다. 이 민감한 시기에 한일 비교를 연재하는게 부담스럽긴 하지만, 가벼운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아울러 다른 의견이나 반론이 있으면 기탄없이 댓글을 달아주시길 바란다. 1. 전철이나 길거리에서 남을 쳐다보지 않는다. 1년반 이상 체류하면서 늘상 느끼는 것인데, 흘낏거리거나 멀뚱거리며 다른 사람을 쳐다보는 일이 거의 없다. 자연 시선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드물다. 전철안에서는 대부분 신문, 책, 휴대폰을 쳐다보거나 전철내 광고판(주간지나 월간지 등도 많다)을 읽는다. 때론..

한국과 일본 2012.09.09

일본, 사회파 아이돌 '제복향상위원회'

사람들은 ‘반핵 혹은 반체제 아이돌’이라고 하지만 그들은 ‘사회파 아이돌’을 표방한다. 이들이 불러온 노래들은 , 등 환경, 아동학대 등 관심분야가 다양하다. 1992년 결성돼 만 20년을 맞는 일본 10대 걸그룹 ‘제복향상위원회’는 ‘모닝구 무스메’ ‘AKB48’ 등 메이저 걸그룹와 같은 반열에 올리긴 어렵지만 어쨌건 일본 최장수 걸그룹이다. 제복향상위원회는 지난해 6월 탈원전을 주제로 한 를 발표하면서 두 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깜찍한 소녀들이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수습과정과 일본 원전정책의 문제점을 정면으로 비판한 노래를 부른 것이 첫번째다. 또다른 이유는 이들의 노래가 대중매체에 철저히 봉쇄된 점이다. 음반발매 기념으로 연 팬미팅에서조차 ‘이 노래만은 부르지 말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광고로 ..

일본의 오늘 201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