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47

종잡을 수 없는 MB

이명박 대통령의 금융상황에 대한 인식은 종잡을 수 없을 때가 많다. 이 대통령은 22일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신(新) 브레튼우즈’ 창설 논의에 한국도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현재의 금융감독 시스템이 금융 변화에 적합하지 않는 만큼 현재의 체제를 개혁하거나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야 할 때라며 신 브레튼우즈 체제 논의에 지지를 보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좋게 해석하면 새로운 금융질서를 구축하려는 국제적인 흐름에서 한국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에서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미국발 금융위기는 자본이 갖는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한데서 비롯됐고, ‘신 브레튼우즈’ 체제..

칼럼 2008.10.22

엇나간 경제인식, 소통없는 토크쇼

지난 9일 밤 5개 방송사가 동시에 생중계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100분 중 60분 가량을 경제문제에 할애했다. 그만큼 ‘위기설’이 거론될 정도로 어려운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집권 이후 6개월만에 각종 경제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닫고 있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대화’를 지켜본 시민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경제난에 처하게 된 데 대한 깊은 반성과 해결책 제시가 미흡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 대통령은 대화 초반에 “너무 서둘렀던 측면이 있고, 국민들의 심정을 이해하는데 소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론에 접어들면서 태도를 바꿨다.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온 참석자가 ‘경제위기설’을 청와대와 ..

칼럼 2008.09.10

강만수 장관의 선택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인적쇄신 대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쇄신대상에서 운좋게 빠진다 하더라도 자청해서 물러나야 한다. 위기에 빠진 국정을 수습하기 위해 강 장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강만수 장관은 촛불시위 사태의 중대한 원인을 제공했다. 촛불시위는 쇠고기 졸속협상으로 촉발됐지만 요동치는 물가 또한 촛불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고유가 상황에 대응한 정책을 내놓지도 못했고 서민생활은 아랑곳없는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를 솟구치게 한 책임은 어물쩍 넘어갈 수 없다. 유가와 곡물가격 급등이 아무리 대외변수라 하더라도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잡기에 나섰어야 할 경제팀이 거꾸로 원화가치를 떨어뜨려 물가충격을 키운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이 안된다. 취임초기부터 환율주권론을 내세운..

칼럼 2008.06.17

돈의 위기

지금은 위세가 다소 바랬지만 일본 엔화의 힘은 막강하다. 기축통화인 달러화에는 못미치지만 엔화는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주요화폐다. 하지만 일본 본토에서 멀찍이 떨어진 오키나와(沖繩)현 사람들은 엔화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50대 이상은 엔화에 대한 애착이 없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왜 그럴까.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때 미국과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일본군의 마지막 보루였다. 1945년 오키나와를 점령한 미군은 1972년까지 무려 27년간 오키나와에 대해 군정(軍政)을 실시했다. 이 27년간 오키나와의 화폐는 부침을 거듭했다. 군정 초기에는 엔화가 미 군정이 발행한 ‘B엔화’란 화폐와 함께 통용됐다. 지폐의 바탕에 큼직하게 ‘B’라는 문양이 찍혀 있는 ‘군표’같은 투박한 돈이다. 미군은 군기지 건설에 필요..

칼럼 2008.05.17

중앙은행論

1950~60년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장을 지낸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는 연준의 역할을 “파티가 달아오를 때 펀치볼을 치우도록 지시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펀치볼은 포도주에 레몬주스, 얼음 등을 섞은 것을 담은 커다란 주발이다. 펀치볼을 파티장에서 치우면 흥청대던 분위기도 일시에 가라앉기 마련이다. 중앙은행은 시중에 돈이 풀리고 경기가 과열될 때 금리를 올리거나 돈줄을 죄어 경제에 거품이 끼는 것을 막는다. 물론 물가상승 우려가 없다면 금리를 내려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맡지만 가끔은 경기침체에도 불구,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면 금리를 묶어야 하는 ‘악역’도 맡는다. 사정이 이런 만큼 중앙은행은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 없다. 경기가 더 확장되고 성..

칼럼 2008.04.17

1993년과 2008년

“○○○차기대통령은 최근의 경기침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경제활성화에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차기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6~7%의 경제성장률이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경제활성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인 1993년 1월27일 어느 신문의 머리기사다. 김영삼 대통령이 권력을 잡던 1992년말~1993년초는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서 경제위기론이 확산되던 때였다. 수출이 석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고용불안과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한때 아시아의 네마리용 가운데 으뜸이었던 우리가 이제 미꾸라지로 전락했다’(1992년 11월16일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통령후보의 연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에 휩싸였다. ..

칼럼 2008.03.25

서비스 리스크

얼마 전 일본 출장 도중 도쿄(東京)의 한 비즈니스 호텔에 머물렀다. 중저가 호텔이라 방은 좁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아침 식사가 맘에 들었다. 식당은 방에 비해 제법 널찍하고 음식도 깔끔했다. 일본인 특유의 붙임성 있는 인사도 밥맛을 한결 돋웠다. ‘이국 땅에서 여독에 지친 여행자에게 숙소의 아침 식사는 든든한 위안거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몇해 전 한국을 방문한 한 일본인 지인이 한국엔 왜 아침 식사를 주는 비즈니스 호텔이 없느냐고 불평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한국에도 비즈니스 호텔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엔 아침을 주는 호텔이 제법 눈에 띈다. 하지만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일본 정부기관의 한국사무소에 근무중인 한 일본인이 지난해 서..

칼럼 2008.02.28

경제를 북돋우는 정치

주말에 할인마트에 가거나 홈쇼핑 채널을 지켜 보면 공산품 값이 의외로 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내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산 여성용 방한코트의 가격은 고작 4만원. 어느 브랜드의 어떤 소재를 썼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디자인도 그런 대로 갖췄고 한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 불만이 없다고 한다. 딸아이의 부츠도 2만5000원에 그럴싸한 물건을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이 역시 저렴한데다 상품자체의 ‘사용가치’에 적합한 구색을 갖췄다. 물론 사교육비와 집값 등을 포함해 세세하게 따져본다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는 차이를 보이겠지만 어쨌건 1980년대 이후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여 왔다. 본관로비 중앙에 ‘물가안정’ 글씨를 새겨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5~3.5%인데 2000년대 들어 이 범..

칼럼 2007.12.11

경제를 북돋우는 정치

주말에 할인마트에 가거나 홈쇼핑 채널을 지켜 보면 공산품 값이 의외로 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내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산 여성용 방한코트의 가격은 고작 4만원. 어느 브랜드의 어떤 소재를 썼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디자인도 그런 대로 갖췄고 한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 불만이 없다고 한다. 딸아이의 부츠도 2만5000원에 그럴싸한 물건을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이 역시 저렴한데다 상품자체의 ‘사용가치’에 적합한 구색을 갖췄다. 물론 사교육비와 집값 등을 포함해 세세하게 따져본다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는 차이를 보이겠지만 어쨌건 1980년대 이후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여 왔다. 본관로비 중앙에 ‘물가안정’ 글씨를 새겨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5~3.5%인데 2000년대 들어 이 범..

칼럼 2007.12.11

유럽의 펀드복지

마가렛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영국 전 총리. 20세기 중반이후 `늙은 호랑이'로 전락했던 영국이 21세기 강국으로 재기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영국 보수당 당수였던 대처가 1979년 5월 집권한 뒤 추진한 정책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광산노조와 1년반에 걸친 사투끝에 석탄산업 합리화를 강행한 일과 복지삭감을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모델을 확립한 점 등이 가장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론 탄광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1990년대 영국 북부 요크셔 지방의 한 탄광노조 밴드를 소재로 한 영화 `브래스드 오프'(Brassed off)에서 본 실직광부들의 고단한 모습들이 생생했던 탓인지 `철의 여인' 대처와 영국에 대한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영화를 볼 당시가 외환위기의 암운이..

칼럼 2007.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