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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요즘 내 최대관심사는 일본어다.(쓰고 보니 좀 이상하군) 마흔살 가까이 살면서 정복한 외국어가 단 한개도 없는 나로서는 이 1년간이 갖는 의미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어렸을땐 언어감각이 있다는 이야기도 조금 듣긴 했는데 어찌어찌해서 영어하고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그래도 대학입시는 대학입시형 영어, 회사에 들어올때는 고시용 영어만 배우면 그다지 불편이 없었다. 물론 가끔 외국나가거나 하면 귀국길 비행기안에서 "다시 영어책을 잡아야쥐"하고 작심삼일하던 적은 많다. 어쨌건 남의 나라말이란 것에 대해 심각하게는 아니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외국어를 너무 괄시하며 사는 것 아니냐는^^)이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늘 뭉개둔채 수십년을 살아온 것이다. 영어가 안되고 무섭다보니 차선으로 택한 게 일본어다. ..

한국과 일본 2004.05.17

뭐든 쓰는게 많은 나라

일본서 살면서 늘상 느끼던 일인데 오늘 새삼 실감한 것은 여기선 뭐든 손으로 쓰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오늘 수강신청변경을 하러 담임인 미사키 선생을 만나러 갔다. 이러이러한 과목을 저러저러한 과목으로 바꾸겠다고 했더니 선생이 이제 1학기의 4분의1쯤 지났는데 지금 변경하면 출석등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중급 문법을 듣겠다고 했더니 놀라면서(왜냐하면 나는 지금 상급코스이기 때문임) 문법선생한테 편지를 쓰라는 것이다. 짤막해도 좋으니까 상급인 당신이 왜 지금 수강신청을 변경해서까지 수업을 듣고자 하는가 하는 이유를 쓰라는 것이다. 그래서 주저주저하다가 다시 상담을 해서 과목을 다른 걸로 바꿨다. 그런데 미사키선생이 이 과목들도 중간에 듣게 되는 것이니 앞으로 출석을 잘하라고 하면서 그 ..

한국과 일본 2004.04.18

중국사람&한국사람

일본에서 저는 주로 중국사람으로 오해받고 있습니다^^. 오늘 여행사에서 일본인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는데 제 일본어에 지친 그 직원이 중국어 잘하는 직원을 부르더니 함께 이야기하자고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달려온 그 직원은 저보고 중국사람이냐고..^^ 대만에서 온 친구 테기. 근데 게이오에서 보면 한국사람은 어딘지 구분이 되더라고요. 한국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수업시간에 잘 아는척도 안하지만 발음만 들어봐도 알 수 있어요. 일본어를 해도 인토네이션이 전혀 없거나 밋밋하면 영락없는 한국사람입니다. 중국사람들은 워낙 자기네 말에 성조가 있다보니까 일본어를 해도 입체적(^^)으로 하더라고요. 중국애들은 발표도 활달하게 하고 자기들끼리도 시끌벅적 잘 떠들고 뭔가 되게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근데 기분나쁜 것은..

한국과 일본 2004.04.15

자전거 범칙금

일본에 와서 가장 큰 즐거움중 하나가 자전거 타는 일이다. 어차피 차를 살 형편이 아닌 상황에서 행동반경을 넓히는데는 자전거가 그만이다. 자전거를 타게 되면 나와바리가 반경 5km가량쯤 된다. 강변에도 가고 쇼핑에도 제격이어서 제법 큰 가구도 배달시킬 필요없이 자전거 짐받이에 싣고 온다. 요즘은 자전거로 통학까지 한다. 아침에 자전거로 15분쯤 되는 역(카마타)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서 세워두고 전철을 타면 학교까지 한번에 갈 수 있다. 집앞에 있는 역에서 꼬마열차를 타고 카마타역에서 갈아타는 시간과 거의 비슷하고 전철비를 하루 220엔이나 아낄 수 있고 일거양득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카마타역앞은 자전거 주차금지구역인데 그간에 무단주차해놓고 다녔다. 주륜장이 있긴 하지만 하루 100..

한국과 일본 2004.04.11

내가 다녔던 게이오대학

제가 다니는 게이오대학입니다. 미나토(港)구 미타(三田)이라는 도쿄 도심에 있는 학교인데 150년 역사라고 합니다. 학교가 여기저기 분산돼 있어서 제가 다니는 미타캠퍼스는 운동장을 뺀 고등학교(약간 큰)크기쯤 될까요. 건물이 8~9개쯤 있고 도서관앞에 조그마한 광장이 있는 아담사이즈입니다. 저는 방문연구원신분이라 3명이 쓰는 연구실을 하나 얻었습니다. 여기 학제는 4월부터 봄학기가 시작되는데 내일 시업식이 있고 모레(8일)부터 본강의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곳에서 일본어연수과정을 들으면서 다른 학부 강의를 청강하거나 하면서 지내게 될 예정입니다.

한국과 일본 2004.04.06

지긋지긋한 날씨에 지진까지

이제 막 봄인가 싶더니만 어제는 기온이 10도가까이 떨어져 덜덜떨며 지냈습니다. 벽장에 넣어 둔 겨울옷을 다시 꺼내 입었습니다. 어제는 우리가 사는 오오타구의 조총련지부와 민단지부가 합동으로 꽃놀이 행사가 예정돼 있었는데 비때문에 취소했습니다. 그런줄도 모르고 겨울옷 껴입고 자전거타고 강변을 5km쯤 달려 대회장까지 갔다가 허탕만 치고 돌아왔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까 체감온도가 더 낮아지거든요. 그 와중에 뒷자리에 앉은 꼼양은 졸고... 어제는 지진이 두번이나 일어났습니다. 새벽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방바닥이 요동을 치더라고요. 물건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집전체가 흔들흔들해 깜짝 놀라 잠을 깼습니다. 밤에도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보다는 약했지만 방바닥이 흔들거리더라구요. 공포스럽다는 느낌보다..

한국과 일본 2004.04.05

일본의 존대말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늘 신경쓰이는건데 일본에서는 누가 누구에게 어느 경우에 반말을 해도 괜찮은지, 영 헷갈린다. 오늘 빌려다본 GTO라는 드라마에서도 여선생과 여학생의 대화도 그랬다. 선생은 가끔씩 데쓰,마쓰하면서 존대를 하는데 그 여학생은 '~시타노' (우리말로는 했니?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한다. 한집에 사는 며느리와 시아버지간의 대화에서도 며느리가 시아버지에게 반말체를 쓰는 경우도 있단다.(물론 직접 본건 아니고 누가 드라마를 보니까 그렇다더라) 물론 몇십년씩 모셔서 익숙해져 있던 탓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방영중인 동경만경(재일한국인과 일본인의 사랑이야기)에도 처음 만나는 동년배 남자끼리 대화를 보면 좀 지체높은 사람이 처음부터 반말을 하고 신분(?)이 좀 낮은 사람은 존대를 한다. 물론 그 반말..

한국과 일본 2004.04.01

도쿄의 물가

한달쯤 살아보니 물가에 대한 감이 어렴풋이 잡힙니다. 가장 비싼 건 역시 교통비. 거의 살인적이라고 볼 수 있죠. 그 외에는 대략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정도라고 할까요. 1. 비디오 대여=입회비(300엔) 구프로는 하루 300엔, 7박8일 400엔(신프로는 좀더 비싼데 잘 모르겠음) 2. 고등어=90엔 3. 돼지고기=100g에150엔쯤 4. 자전거 8800엔(가장 싼 거) 5. 21인치 TV(비디오 달린거)=3만5000엔 6. 밥상(3명이 간신히 먹을 크기)=980엔 7. 라면=가격이 천차만별인데 가장 싼 라면은 180엔 8. 만두=이거 역시 천차만별인데 6개짜리 군만두가 100엔~300엔 9. 전철비=가장 싼 마을전철(우리 마을버스)의 가장 짧은 구간이 110엔. 우리집서 우에노까지 450엔(서울로 따..

한국과 일본 2004.04.01

이곳 생활은

지금까지는 '세팅'같은 거 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가구,가전제품 사러 다니고 외국인등록, 의료보험,국민연금 가입, 은행계좌 개설, 전화,인터넷 설치 등등. 말이 서툴러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도통 못알아들었는제 조금씩 적응이 되고 있습니다. 요샌 TV드라마도 조금씩 재미를 붙여가고 있어요. 몇가지 생활의 재미랄까 즐거움같은 것도 생기고 있어요. 우선 가장 맘에 드는 건 자전거입니다. 거의 다리나 다름없죠. 책상같은 짐도 뒷좌석에 칭칭감아서 집으로 옮길 수 있고, 꼼양 뒤에 태우고 여기 저기 바람쐬고(꼼양은 자전거만 타면 곧잘 잡니다). 차가 없는 가운데 자전거가 생활반경을 무지 넓혀주고 있어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계좌개설도 전화도 놓기 힘들지만 여기 이웃은 친절한 편입니다. 건너집의 다나카 할아버..

한국과 일본 2004.03.27

영화 실미도,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이란 말이 있듯, 이 영화는 소재 갖고 절반이상 먹었을 뿐 아니라 영화를 볼 준비가 돼 있는 관객층이 상당히 두터웠던 점을 잘 활용한 영화가 아닐까 싶네요. 그 비극사를 떠올리며 충분히 감동할 준비가 돼있던 30~40대 관객은 물론 옛날엔 이런 시절도 있었구나하고 영화를 보며 비로소 사실을 접하게 된 나이어린 관객들까지요. 몰랐던 관객들은 더욱 쇼킹하게 받아들이고 분노로 치를 떨며 영화를 볼 테고, 쉬쉬하던 이야기가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나이든 관객들은 '어쨌거나 봐야겠다' 싶었을 테고. 근데 영화는 진짜 별로였습니다. 말죽거리나 요즘 나온 한국영화의 짜임새를 절반도 못 따라간 느낌 아닌가 싶네요. 억지로 감동을 유도하는 신파조의 장면들도 적지 않고 상황전개가 너..

읽은거 본거 2004.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