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68

[서의동의 사람·사이-윤태웅][전문]“'기본'이 더 중요해진 4차 산업혁명 시대…기초과학 투자 늘려야”

‘산업 입국’의 구호가 메아리치던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시대는 지났지만 한국 사회의 과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경제를 떠받치는 부속품’쯤에 머물러 있다. 최근 들어 과학서적 출판붐이 일면서 과학에 대한 지식욕이 커졌지만 과학자들이 어떤 ‘회로’를 밟아 사실을 발견했는지에는 관심이 적다. 신약이 개발돼 얼마를 벌어들일 거라는 뉴스가 뜨거나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등장할 때 잠깐씩 관심이 모일 뿐, 과학은 여전히 일반과 거리가 먼 특수한 지식체계이다. 과학의 ‘열매’에만 열광하고 과정에는 주목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황우석 사태’는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고 방식과 문화가 시민의식에 영향을 주는 과정을 ‘근대화’라고 부른다면 한국은 여전히 근대화의 도상에 있는 건 아닐까. 신고리 ..

사람들 2017.08.28

[서의동의 사람·사이-김홍걸][전문]"아버지 유업,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회 되면 힘 보탤 것”

유투브의 검색창에 ‘김대중’과 ‘마지막’을 입력하면 고 김대중 대통령의 생전 마지막 연설 동영상이 뜬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9일 뒤인 2009년 6월11일의 6·15기념식에서 그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이 되자”고 호소했다. 이명박 정권 하에서 민주주의가 기로에 몰리던 시점에 터져나온 김 대통령의 피맺힌 ‘유언’을 사람들은 가슴 한켠에 불씨로 간직했다가 지난 겨울 촛불로 피워 올렸다. 김 대통령 서거 8주기(8월18일)를 앞두고 목포와 광주, 서울 등에서 열린 추모행사는 전보다 볼륨이 커졌고, 참가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고인의 일생 과업인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다만,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2편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정도로 추모열기가 활발한 반면, 김 대통령에 대해서..

사람들 2017.08.21

[서의동의 사람·사이-박종운][전문]“보기 좋게 찍혔다” 원전 비판 원전 학자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건설 여부를 공론화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원자력계가 똘똘 뭉쳐 반발하고 있다. 원자력학계는 집단성명도 두 차례나 냈다.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인 박종운(53)은 이 대열에서 비껴서서 원전추진파들의 주장들을 논박하고 있다. 원자력 학계의 ‘핵심 학맥’인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에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13년간 근무해 현장사정에도 밝은 박종운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자 원자력 학계는 적잖이 당황한 듯 ‘단톡방’에서는 성토글이 난무한다. ‘원전사고 대응과 안전’ 분야를 전공한 박종운이 원전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월성 1호기 안전성 평가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2년 뒤인 2013년, 설계수명이 다한 월성 1호기에 대해 실시한 스..

사람들 2017.08.14

[서의동의 사람·사이-박경서][전문]“경찰·검찰에 수사권·기소권 각각 주는 것이 둘 다에 이익”

문재인 정부에서 경찰이 수십년의 적폐를 걷어내고 ‘인권경찰’로 거듭날 수 있을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변죽만 울리다 그치곤 하는 행태가 이번에도 되풀이되는 건 아닐까. 민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경찰개혁위원회가 한 달여간 논의 끝에 지난 19일 권고안을 발표했다. 경찰의 물대포에 숨진 백남기 농민 사건,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 등에 대한 진상조사, 내사 단계부터 변호인 참여권 보장, 영상녹화·진술녹음 의무화, 장기수사 일몰제 도입 등 실현만 된다면 ‘체감 인권’을 높일 획기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하지만 경찰이 수십년간 쌓아온 ‘악업’을 생각하면, 백남기 농민을 향해 무자비하게 물대포를 직사하던 장면을 떠올린다면, ‘과연 바뀔까’ 하는 회의감은 가시지 않는다. 다만, 경찰개혁위원장을 대한민국 초대..

사람들 2017.08.03

[서의동의 사람·사이-장경욱][전문]"한국 '간첩생산 시스템' 멈춘 적 없어..탈북민 간첩 조작 더 있다"

생각해보라. 우리 중 누군가가 6개월간 독방에 갇혀 협박과 폭행 속에 거짓 진술을 강요당하게 된다면, 그 결과 스스로 간첩이 되거나 가까운 이를 간첩으로 둔갑시키는 일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을 민주주의·인권 국가로 부를 수 있을까? 이런 방식의 ‘간첩 생산 시스템’은 유신 이후 끊임없이 작동해오고 있다. 피해자가 일반 국민에서 주로 탈북민으로 바뀌어 ‘체감도’가 낮아졌을 뿐. 법무법인 ‘상록’ 변호사 장경욱(49)은 변호사가 된 뒤 18년째 국가폭력에 맞서왔다. 2014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이 조작임을 밝혀냈고,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으로 조작된 홍강철씨 사건도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박근혜 정권이 곱게 볼 리 없었다. 국가정보원은 간첩사건 변호인을 친북 조직원으로 묘사하는 만화를 제작해 유포했고..

사람들 2017.07.10

[서의동의 사람·사이-김현아][전문]“정치 잘 모르니…소신보다는 상식으로 행동”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초선 의원인 김현아(47)는 국회의원이 된 지 반년 만에 기묘한 처지가 됐다. 마음은 바른정당에 합류하고 싶지만 비례대표가 당을 제 발로 떠날 경우 의원직을 잃게 돼 당적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출당을 원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출당 대신 의원총회나 당무 참가가 금지되는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정치 초년생에겐‘절체절명의 위기’이겠지만 김현아의 표정은 어둡지가 않다. 마치 ‘우주 유영을 하듯 국회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느낌마저 받는다. 그를 지탱하는 생명줄은 ‘당론’이 아니라 ‘상식’이다.김현아는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투표 때 자유한국당 의원으로서는 홀로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가 찬성표를 던졌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때도 자리를 지켰다. 자..

사람들 2017.07.04

[서의동의 사람·사이-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총장][전문]'20년 된 대북지원' 달라진 남북 환경에 맞춰 업그레이드돼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 강영식(55)은 예정대로라면 인터뷰가 지면에 실릴 무렵 남북 공동 말라리아 방역사업 협의차 북한을 방문 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 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문제 삼으며 방북은 무산됐다.대북 강경 태도로 일관하던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남북을 가르는 빙벽(氷壁)은 아직 굳건하다. 보수정권 9년을 거치며 남도 북도 많이 변했다. 20년 전엔 북한 동포를 돕는 데는 좌우를 가리지 않았지만 북한 핵·미사일 개발, 보수정권의 ‘반북 공세’ 영향으로 지금은 ‘인도적 지원’에서조차 의견이 갈린다. 북한도 ‘가다 서다’ 하는 남측의 대북지원 사업이 미덥지 못한 듯하다. 북의 경제사정도 호전되고 있다. 여러모로 민간..

사람들 2017.06.12

[서의동의 사람·사이-'금강요정' 김종술][전문]4대강 복원 성공하려면 ‘4대강 마피아’ 청산해야

4대강 사업 이후 강들은 ‘100m 미인’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멀리서 보면 풍부해진 수량 때문에 ‘뭐가 문제냐’ 싶을 정도로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추하고 역겨운 맨 얼굴이 드러난다. 물속 생태계는 지옥이 된 지 오래고, 정수처리해도 사라지지 않는 독을 품고 있다. 강의 ‘쌩얼’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4대강 당국은 사람의 접근을 막고 있다.충남 일대를 흐르는 금강은 예전엔 여울이 많은 하천이었다. 공주 사람이라면 안 가본 이 없다는 곰나루에는 널찍한 모래톱이 그림처럼 펼쳐졌고, 누치와 모래무지가 빠른 물살을 헤치며 뛰놀았다. 지역언론 백제신문과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일하는 김종술(51)은 곰나루 낙조의 황홀경에 반해 14년 전 공주에 내려왔다. 이후 강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녹조 발생, 큰..

사람들 2017.06.07

[서의동의 사람·사이-심상정][전문]"진보정당, 사표론 가위눌림 벗어나…새 정부 성공 위해 협력·비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의 심정이었을까. 19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지난 9일 오후 8시 출구조사가 발표된 직후부터 정의당에 ‘뒤늦은’ 후원이 쇄도했다.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정의당 후원계좌에 7300여명이 3억원을 냈다. 5명의 주요 후보가 경쟁하며 다당제 색채를 짙게 풍겼던 이번 대선에서 정의당 후보 심상정(58)은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TV토론에서 정의당의 정책목표에 대한 논리 정연하고 선명한 설명이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유세장은 청년들의 열광에 휩싸였다. 선거 중반을 넘기면서 10% 득표율도 기대됐지만 막판 ‘사표론’으로 최종득표율은 6.2%에 그쳤다. 방송사의 출구조사 직후 낙담한 표정이 그를 지지한 많은 유권자들의 가슴에 멍울을 남겼다.선거에서 2주일이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

사람들 2017.05.24

[서의동의 사람·사이-최승호][전문]"공영방송이 바로 서야 새 시대가 제대로 출발”

10년여 전 MBC·KBS는 당당하고 거침없었다. MBC 은 2005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허위의혹을 광고 중단 사태까지 겪어가며 보도해 진실을 밝혀냈다. 2006년 정부가 갑작스럽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서자 두 방송은 FTA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했고, 결과적으로 정부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가 됐다. MBC의 다큐멘터리 는 보도연맹 사건, 제주 4·3, 북파공작원 등 봉인된 현대사를 ‘성역 없이’ 조명하면서 관심과 지지를 받았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며 국민 신뢰를 쌓았던 공영방송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 ‘정권방송’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4·13 총선 당시 KBS의 ‘북풍몰이’ 보도는 도를 넘어섰다. MBC는 80%에 달하는 대통령 탄핵여론에도 아랑곳없이 탄핵반대 ..

사람들 2017.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