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68

[인터뷰] 일 총선 최고령 출마 ‘무소속’ 94세 가와시마

“TV토론을 보니 정치가들 입에서 ‘군’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와. 일본은 패전해서 무조건 항복을 한 나라인데도 말이지. 일본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불안해 견딜 수 없었어.” 지난 16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 94세의 최고령으로 출마한 가와시마 료키치(川島良吉·94)는 지난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마 이유에 대해 “일본 정치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고 죽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사이타마(埼玉)현 하뉴(羽生)시에서 독거생활을 하는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나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대표가 헌법을 바꿔 군대를 보유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것에 부아가 치밀었다고 했다. ‘폭주노인’임을 자칭하는 극우 정치인 이시하라에 대해서도 “내가 14살이 더 ..

사람들 2012.12.25

아베 누구인가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함에 따라 두번째로 일본 총리에 오르게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58) 자민당 총재는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정치인이다. 시류를 타는 포퓰리스트가 아니라 확신에 찬 ‘우익본류’로 평가되는 것은 집안 내력과도 관련이 있다. 아베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와 백부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는 각각 총리를 지냈고, 부친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는 외무상을 역임한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외할아버지 기시 전 총리는 일본의 중국 침략 본산이었던 만주국에서 그림자 총리로 활동하다, 전후 A급 전범으로 수감됐던 인물이다. 냉전 체제 성립으로 복권된 뒤 1957년부터 3년간 총리를 맡았다. 군국주의, 국수주의 성향이 강한 ‘기시파’는 중·일 국교 회복을 주도한 다나카파에 밀려 자민당 내 비주류..

사람들 2012.12.17

'탈원전' 일본 배우 야마모토, 거물 이시하라와 총선서 격돌

지난해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 운동가로 변신한 일본 배우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38·사진)가 다음달 16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거물 정치인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55)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야마모토는 1인 정당인 ‘신당 지금은 혼자’를 결성해 도쿄 8구인 스기나미(杉)구에서 출마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야마모토는 일본영화 과 장동건이 주연한 한국영화 에 출연해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연기파 배우로,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 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 때문에 TV드라마 출연이 취소되고 소속 연예기획사를 그만두게 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그는 2008년에는 “독도는 한국에 주는게 좋다”는 발언으로 일본 내에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

사람들 2012.12.05

[인터뷰]마고사키 우케루 "중국은 일본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

개인적으로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마고사키 우케루 전 외무성 국장을 지난 13일 도쿄 지요다구 자택에서 만났다. 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탓인지, 인터뷰가 쇄도해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집에 가니 팀이 와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잠시 엿들으니 아에라 기자가 (이렇게 미국비판을 해도) 괜찮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의 책을 보면 일본의 역대 정치가, 관료, 언론인 들중에 미스터리하게 숨진 이들이 여러명 등장한다.) 나도 그에게 인터뷰 도중 "(신변이) 괜찮겠습니까"라고 물어봤더니 호탕하게 껄껄 웃어 넘겼다. “중국은 일본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에 반발해 강경태도를 보이면서도 분쟁은 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이를 무시하고 정면대응으로 나갈 경우..

사람들 2012.11.19

어떤 대만 청년의 일본 농촌 귀농기

‘ㄱ’자를 거꾸로 쓴 모양으로 동해쪽으로 뻗어 있는 일본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의 노토초(町). 2011년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산의 경사면을 활용한 다락논, 재래식 제염법 등 일본 전통의 농촌·농업문화와 경관이 남아있는 곳이다. 노토초에서도‘슌란(春蘭)마을’으로 불리는 미아치(宮地)·미즈호(瑞穗)지구에 5년전 한 대만 청년이 찾아왔다. 대만 타이페이(台北)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도쿄에 유학해 ‘투어리즘’을 공부하던 청년은 처음 접한 이 마을이 처음부터 낯설지가 않았다. 이국 땅의 시골이지만 고향 같은 푸근함을 느꼈다. 젊은이들이 자취를 감췄고, 폐가들이 늘어나면서 고령자들이 절반이 넘는 초고령화 마을이지만 사람들의 인정 만큼은 흘러넘칠 정도로 넉넉했다. 한달 일정으로 농가에 머물..

사람들 2012.11.17

[인터뷰]자주빛 머리칼의 까칠한 경제학자, 하마 노리코

ㆍ“성장 집착 말고 축적한 부 잘 분배… 일본, 우아하고 아름답게 늙어가야” “일본은 우아하게 늙어가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하마 노리코(浜矩子·60) 도시샤(同志社)대 교수는 일본에서는 ‘불온한’ 학자다. 일본 정부와 게이단렌(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로 우리나라 전경련에 해당), 대기업이 들으면 펄쩍 뛸 ‘탈성장론’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의 진단은 상당한 설득력까지 갖추고 있다. 하마 교수가 주장하는 요체는 이런 것이다. “일본은 세계 최대의 채권보유국이며 풍부한 자산과 인프라를 갖춘 경제이기 때문에 성장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성장에 집착하다 보면 신흥국들과 수출경쟁을 벌이느라 근로자들은 저임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내수불황이 지속된다. 대신 해외투자로 벌어들인 부를 나눠 격차를..

사람들 2012.09.29

사진가 안세홍씨 “일본 우익 압력에도 위안부 할머니들 아픔 공유에 최선”

ㆍ일본 법원 판결로 ‘위안부 사진전’ 열게 된 안세홍씨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아픔을 공유하자는 뜻에서 전시회를 열기로 한 것이니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26일부터 일본 도쿄의 ‘니콘살롱’에서 ‘위안부 할머니 사진전’을 열게 된 재일한국인 사진작가 안세홍씨(41)는 24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알게 모르게 성원해준 일본인들을 위해서라도 예정대로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씨는 26일부터 7월9일까지 카메라업체 니콘이 도쿄 신주쿠에 개설한 갤러리 ‘니콘살롱’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38장을 전시한다. 이번 사진전은 천신만고 끝에 열리게 됐다. 니콘 측은 일본 우익들의 압력이 가중되자 전시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 2012.06.25

아다치 변호사 “기업 강제징용 배상, 일 정부 나서야”

ㆍ일본서 손해배상 소송 맡아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이 이뤄지려면 결국 일본 정부가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일본 내 양심세력들이 정부에 목소리를 높여가는 수밖에 없는 데 그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일본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을 맡아온 아다치 슈이치(足立 修一·53) 변호사는 지난 1일 일본 도쿄시내에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이 최종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일본 내에서 여론화 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본기업들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누가 어떤 방법으로 추진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일본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사람들 2012.06.04

재일 성악가 전월선 “K팝 앞으론 가창력·음악성으로 승부 걸어야”

ㆍ해협 넘나드는 재일동포 성악가 전월선씨 책 펴내 일본은 물론 남북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온 재일동포 2세 성악가 전월선씨(54·사진)가 최근 일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팝에 관한 책을 펴냈다. 제목은 (쇼가쿠간). 일본 NHK방송이 2010년 방영한 K팝 특집프로그램 제작에 전씨가 참여하면서 K팝의 기획자, 작곡가와 아이돌 그룹들을 두루 취재한 내용을 묶고, 한류붐의 이면에 숨겨진 양국 문화교류의 역사도 짚었다. 지난 17일 도쿄의 ‘코리안타운’인 신오쿠보에서 만난 전씨가 책을 쓰게 된 배경은 좀 색다르다. “1994년 오페라 공연을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다가 남대문의 포장마차에서 ‘블루라이트 요코하마’라는 일본 가요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되기 전..

사람들 2012.05.22

일본항공 살린 '80세 경영의 신'

ㆍ2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 이나모리 회장 다시 주목 파산 위기를 맞았던 공룡기업 일본항공(JAL)이 2년 연속 사상 최고 이익을 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회생 가능성조차 의심스럽던 일본항공이 이처럼 기적적으로 재기하자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80·사진) 명예회장 능력에 새삼 일본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일본항공은 14일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영업이익이 2049억엔(2조95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10 회계연도(영업이익 1884억엔)에 이어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2년 전만 해도 영업적자가 1337억엔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기적이나 다름없는 실적이다. 2010년 일본항공이 2조3000억엔의 빚을 떠안고 ..

사람들 2012.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