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68

[서의동의 사람·사이-문정인][전문] "차기 정부가 미국에 '사드 동결' 제안해야"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9년간 한국은 대북 봉쇄정책을 펼쳐왔고,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전략적 인내’라는 명목 아래 북한에 빗장을 걸어둔 채 임기를 마쳤다. 그러는 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능력을 급속히 키웠고, 한반도와 동북아 긴장도 동시에 고조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쟁위기설까지 불거졌던 긴장의 파고는 미·중 정상회담을 고비로 잦아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대북 원칙을 수립한 뒤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북한도 도발을 자제하고 탐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존재감을 잃고 논의에서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 현상이 두드러졌다. 한편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이 비용을 내야 한다’는 ..

사람들 2017.05.08

[서의동의 사람·사이-구수정][전문]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죄·배상,우리는 일본처럼 하면 안돼

중국에 오래 거주해온 생면부지의 사업가가 지난해 한베평화재단 상임이사 구수정(51)을 찾아와 후원금 5만달러를 내놓고 갔다. 신문을 보다 한국군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처음 접하고 받은 충격이 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됐던 모양이다. 지난 5일에는 ‘부족하나마 용서받고자 하는 곳에 쓰여지기를 바란다’는 손편지가 재단 사무실로 배달됐다. 충북에 사는 발신인은 기초생활수급자인 2급 장애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형편인데도 매달 3만원 후원을 약정했다. 지난 11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구수정은 “베트남에서 벌어진 참상을 알려온 지 19년째가 되지만 여전히 처음 듣는다는 이들이 많다.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던지고, 동시에 마음을 두드리는 것 같다”고 했다. 구수정은 베트남 유학 시절인 1..

사람들 2017.04.24

[서의동의 사람·사이-김제동][전문]민주주의는 목적이 아니라 우릴 웃게, 행복하게 해줄 수단이죠

방송인 김제동(43)을 만난 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을 파면한 지 열흘 뒤인 지난 20일이다. 김제동은 탄핵현장에서 만민공동회를 열어 쉽고 분명한 언어로 국민이 권력자임을 일깨웠고, 자존감을 불어넣었다. 그에게 지난 겨울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서울 서초동 사무실을 찾았다. 3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행해야 할 정책목록을 시민들이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들이 ‘국민과의 연정’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세월호가 1074일만에 맹골수도를 떠나기 시작한 24일, 다시 15분간 통화해서 세월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지난 25일자 경향신문 인터뷰 기사에 지면 제약으로 담지 못한 내용을 보충해 싣는다. ■3주기 추도식 제대로 해야 - 세월호가 1074일..

사람들 2017.03.27

[서의동의 사람·사이-'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전문]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 박점규(46)를 만난 지난 6일 “콜 수를 못 채웠다”며 저수지에 몸을 던진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 현장실습 여고생에 관한 사연이 보도됐다. ‘콜 수’로 불리는 고객 응대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초과근무를 해야 했고, 주변에 고통을 하소연해왔다는 기사 아래에 수천개의 댓글이 달렸다. “휴대전화 통신회사를 바꾸려고 전화했다가 상담원에게 30분간 붙들린 적이 있다. 바빠 끊겠다고 하니 울먹여서 안쓰러웠다. 기사를 보다 울컥했다. 이 여고생은 얼마나 외로웠을까. 평생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야 하지만 노동자의 권리가 뭔지, 억울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리 배웠더라면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 촛불집회 초기인 지난해 11월4일부터 광화문광장을 지켜온 박점규를 만나니..

사람들 2017.03.16

[서의동의 사람·사이-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긴버전)]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면…잘 키워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세요

※2월25일자 지면에 실린 인터뷰보다 좀 더 긴 기사입니다. 아이 키우기만큼 한국인을 괴롭히는 문제가 또 있을까. 첫돌 갓 지난 아이를 사교육 시장에 내보내는 부모 마음도 그리 기꺼울 것 같진 않지만, ‘내 아이는 사교육 안 시킨다’고 결심한 부모들도 편한 마음으로 일상을 보내지는 못한다. 먹고살기 바빠 사교육은커녕 아이 얼굴 제대로 보기 어려운 가정도 숱하다. 아이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총력육아시대’지만 어른이 되기 싫은 아이도 그만큼 늘어나는 혼돈상태다. 잘 키워야 한다는 부모의 조바심이 지나치다보니 아이가 ‘감정의 하수구’가 되기도 한다. ‘육아멘토’로 통하는 소아정신과 전문의 서천석 행복한아이연구소장(48)은 아이 키우기에 대해 ‘쾌도난마’의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꾸준한 관찰과 ..

사람들 2017.02.28

[서의동의 사람·사이]개성공단 전 법무팀장 김광길 변호사[원문]

※2월4일 지면에 실린 인터뷰 기사보다 긴 버전입니다. 개성은 철원-포천, 동해안 도로와 함께 북한군의 3대 남침 루트였다. 한국전쟁 개전초기 인민군 6사단은 개성을 출발해 통진-김포를 거쳐 영등포로 진격했다. 전쟁 1년 전인 1949년 여름에도 남북이 송악산 488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연대급 규모의 군사충돌을 불사할 정도로 개성은 군사전략적 요충지였다. 2000년 이곳에 공단을 짓기로 남북이 합의한 뒤 인민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여단이 송악산 이북과 개풍군으로 자리를 옮겼다. 휴전선이 실질적으로 10~15㎞ 북상한 것이다. 남북협력의 긴장완화 효과를 이보다 더 극적으로 드러낸 사례는 없다. 그 개성공단이 지난해 2월10일 박근혜 정부의 갑작스런 중단조치로 가동 12년만에 폐쇄됐다. 하루 뒤인 2..

사람들 2017.02.07

[서의동의 사람·사이]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풀버전)

※1월7일자 인터뷰보다 긴 버전. 주진형(58)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전복(顚覆)적 시장주의자’쯤 되지 않을까. 그와 4시간 동안 인터뷰를 하면서 든 생각이다. 한국은 진정한 의미에서 시장경제가 작동된 적이 없는 만큼 시장주의를 고수하는 것은 ‘전복적’일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는 부딪칠 필요가 있다면 누구와도 그럴 준비가 돼 있는 듯하다. 지난해 12월6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재벌 총수들 바로 뒷자리에서 “재벌들은 조직폭력배들과 똑같다”고 발언해 청문회장을 뒤집어놨다. 한화투자증권 대표로 있던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지라는 그룹 지시에 반기를 들다 수난을 당했다. 주진형은 분류하자면 진보에 가깝지만 진보진영 내 ‘수구적인 행태’에는 날을 세운다. 20대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의 ..

사람들 2017.01.06

[서의동의 사람·사이]<판도라>박정우 감독 “과장된 허구? 사고 터지면 현실은 그 이상”

핵연료는 늘 찬물에 잠겨있어야 한다. 열을 식히지 않으면 핵반응이 과도하게 진행되면서 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멜트다운(melt down)’이 발생한다. 이 때부터 핵은 인간의 통제권을 벗어나 폭주한다. 동일본대지진이 있던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에서는 전원공급이 끊겨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자 곧바로 멜트다운이 시작됐다. 지진으로부터 88시간만에 4개 원자로 중에서 3곳의 건물이 수소폭발을 일으키고 방사성물질이 대량 유출되는 최악의 참사로 이어진다. 도쿄특파원 업무를 시작한지 닷새 뒤 벌어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재임기간 3년간 주된 취재대상이었다. 현지취재를 몇차례 하면서 피폭 걱정이 떠나지 않던 ‘실존’문제이기도 했다. 재난 블록버스터 는 세계최대의 원전밀집 지역인 동남권에서 원전..

사람들 2016.12.26

심수관-이삼평 가문 후예들 만나다

“한국 도자 기술과 일본 문화 융합” 조선 출신 일 도자명가 후예들의 긍지 ㆍ심수관 15대손·이삼평 14대손 전시 정유재란(1598년) 때 일본으로 끌려온 뒤 일본의 도자기 문화를 만개시킨 조선 도공 가문의 대표 격인 심수관(沈壽官)가와 이삼평(李參平)가의 후예 2명이 5일 도쿄 요쓰야(四谷)의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다. 심수관가는 ‘사쓰마야키(薩摩燒·가고시마현 사쓰마의 도자기)’로, 이삼평가는 ‘아리타야키(有田燒·사가현 아리타의 도자기)로 일본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는 도자기 명가다. 심수관가의 제15대 심수관(55·본명 심일위)과 이삼평가의 제14대 가나가에 산베에(53·金江三兵衛)는 오는 22일까지 문화원에서 열리는 특별전시회 ‘해협을 잇는 도공, 400년의 여행’ 개막을 앞두고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

사람들 2014.03.05

‘아시아프레스’ 북한 취재팀 22년째 이끌고 있는 이시마루 지로 팀장… ‘꽃제비·장마당’ 등 북한의 민낯 그대로 전해

평양 사정 좋아져? 북한 당국 연출과 시장경제 발전의 혼합물 ㆍ‘아시아프레스’ 북한 취재팀 22년째 이끌고 있는 이시마루 지로 팀장… ‘꽃제비·장마당’ 등 북한의 민낯 그대로 전해 북한 전문가들에게 세계 최고의 북한취재팀을 들라면 독립 저널리스트 집단 ‘아시아프레스’를 꼽는 데 주저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북한인 저널리스트를 동원해 북한 내부를 취재한 영상과 음성파일을 토대로 꽃제비, 장마당 등 북한의 ‘민낯’을 전해온 아시아프레스의 취재력은 독보적이다. 이시마루 지로(石丸次郞·52·사진) 아시아프레스 북한취재팀장은 일본 좌파 지식인들이 대개 그렇듯 식민지배에 대한 속죄의식과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호기심에서 북한 취재를 시작해 22년째 팀을 이끌어오고 있다. 지난 10일 오사카시 기타(北)구에 있는 ..

사람들 2014.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