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거 본거 68

우석훈의 언론비판 '아프다'

우석훈의 생각은 무릎을 탁치게 하는 발랄함 뿐 아니라. 보통사람들은 잘 건드리지 않는 대목에까지 칼을 들이대는 신랄함에 있다. 보통 기득권이 있거나 하는 사람들은 언론에 대해 이렇게까지 씹지 않는다. 그의 언론 비판은 거의 진실에 가깝다.(미디어 오늘 12월18일 기사 인용)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인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지난 10일 이 연구소 창립식에서 돌출 발언을 했다. 이사장인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 등 이 자리에 초청된 정치인들의 경악하는 표정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우 소장의 강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섹스는 토건경제와 반비례한다. 1995년 이후 토건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우리 국민들 섹스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마음 놓고 섹스할 수 있는 좋은 나라..

읽은거 본거 2009.12.18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종교가 구원이 아니라 굴레가 된 까닭은?

다 빈치 코드의 비밀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마가렛 스타버드 (지은이) | 임경아 (옮긴이) | 루비박스 고등학교 때 한때의 유행처럼 교회에 다닌적이 있다. 나는 성격상 쏠림 내지는 몰입현상이 심한 편이어서 당시 기독교에 꽤 빠져들었다. 교회가 가장 부정적으로 미친 영향을 꼽으라면 죄책감일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게 마련이라는 점. 이 죄는 반드시 기독교를 통해서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등이 내 뇌리속에 깊게 새겨졌다. 사춘기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그 때문에 고뇌했던 적도 적지 않았다.(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철없다는 생각 뿐이다) 이후 대학에 들어가서 언더써클(당시엔 동아리란 말이 없었다)에 가입하게 됐다. 사회과학책을 열심히 읽으며 때때로 가두시위에 동원되곤 했는데 2학년이 됐을 때 ..

읽은거 본거 2009.10.12

<십자군>당대의 시각으로 본 십자군의 역사

토머스 F 매든 지음(권영주 옮김) 루비박스 예루살렘과 그리스도의 성묘를 이슬람의 지배로부터 탈환하겠다는 목적으로 시작된 십자군 운동에 대해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십자군에 대한 현대 역사가들의 부정적 편견을 걷어내고 당대의 시각으로 조명했다. 현대의 역사가들은 십자군이 유럽의 ‘무용지물’들이 모인 집단, 즉 영지나 작위를 계승할 권리가 없는 귀족의 둘째 또는 셋째 아들, 노상강도들, 탐욕스러운 수도사들로 폄훼했다. 또 유럽최초의 식민지 전쟁이자 이슬람에 대한 원시 제국주의로 묘사하는 서술들이 많다. 하지만 최근들어 십자군 원정과 관련한 대량의 고문서들이 분석되면서 십자군의 다른 면모가 발견되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십자군에 참가한 기사들의 대부분은 영주의 아들들이 아니라 영주 자신이었고, 잃을 것이..

읽은거 본거 2009.10.06

<진보와 야만>야누스의 시대를 정리하는 교과서

700쪽에 달하는 이 책을 잡기 시작한지 2년만에 읽었다. 서재에 꽂힌 책을 볼 때마다 두고 두고 부담이 됐는데, 어쨌건 끝냈더니 속이 후련하다. 의 지은이인 클라이브 폰팅의 이 저작은 연대기순이 아니라 각기 정해둔 테마에 맞춰 역사적 사실을 서술하는 방식으로 전개돼 있다. 제국, 전쟁, 사회 등등의 분류대로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가급적 사관을 배제하고, 객관을 지향하는 서술(역사서에서 객관적이란 말이 허무하긴 하겠지만)방식이라 어쩔 수 없을 수 있지만, 우리가 알아야 하지만 알지 못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체계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유전은 서방자본에 의해 장악됐지만 멕시코의 경우는 1938년부터 국유화된다...

읽은거 본거 2009.09.27

<다빈치 코드> 중세 마녀사냥은 이런 이유?

워낙 말들이 많았던 소설인데 뒤늦게 보게 됐다. 언젠가 비행기안에서 영화를 비몽사몽식으로 보게 됐는데 알비노(백색증 환자)인 사일래스의 연기가 너무 강렬해서 제대로 보고프다는 생각이었다. 허나 세월이 흘러 흘러 못보고 있다가 딸내미 학교에 책반납하러 갔다가 있는 김에 빌렸다. 주말내내 시간가는줄 모르고 탐독했다. 일단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잔뜩 나와 있는게 맘에 들었다. 생각의 줄기가 이런곳으로도 뻗게 되는구나 하는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템플기사단, 오푸스데이, 시온수도회 등등 비밀스런 조직들의 존재도 첨 알게 됐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이교성(그를 더 매혹적으로 잡아끄는)을 접하게 된 것도 재미였다. 결론부가 좀 실망스러운 점은 있지만 어차피 이 정도이상 끌고 나간다면 감당못할 환타지가 돼 버릴 우려..

읽은거 본거 2009.09.27

<유러피언 드림> 유럽의 소리없는, 그러나 반가운 혁명

한·미 FTA에 이어 한국과 유럽연합(EU)간의 FTA를 지켜보면서 유럽연합은 내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는 나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연합이 내놓은 협상안 중엔 동물복지라는 게 있었는데, 예를들면 양계장을 지을때 닭의 마리당 공간을 넓히고, 도축 48시간 전에는 동물을 학대하지 말 것이 포함돼 있었다. 무역분쟁이 발생할 경우 무역보복 대신 정부와 시민대표로 구성된 포럼에서 해결하자는 내용도 있었다. 자유무역하자는 협상에서 동물복지나 시민대표라는 어울리지 않는 개념들이 왜 나오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뼛속까지 미국을 닮기 위해 몸부림치는 한국사회에서 수십년을 살아온 이들이라면 누구나 엇비슷한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유럽은 어떤 나라이고, 나는 얼마나 유럽을 알고 있는가 궁금증이 들었..

읽은거 본거 2009.09.08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거침없고 날카로운 국외자의 시선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우리의 자손들이 장차 유치원 시기부터 서로를 경쟁자로만 인식해 ‘무한 경쟁’에 몰입할 것인지 아니면 서로를 배려해주고 도와주는 정상적인 사람으로 살 것인지는 지금 우리들의 행동에 달려 있다. 오른쪽으로 치우쳐도 너무 치우친 우리 상황에서는, 비시장적 사회와 같은 궁극적 이상은 고사하고 일반 대중들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만한 복지 자본주의만이라도 성취하려면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지배계층에게는 왼쪽으로부터의, 밑으로부터의 압력을 계속 넣어야 한다"(22~23쪽) 박노자의 시선은 늘 날카롭다. 우리가 ‘이 정도는 대충 넘어가도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지점을 매섭고 아프게 찝어낸다. 그의 지향점은 사회민주주의다. 볼셰비즘 혁명을 한때 꿈꾸던 386들이 코..

읽은거 본거 2009.08.09

[회랑정살인사건] 아름다운 전통료칸에서 이런 엽기사건들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이번 휴가때 두편 연달아 읽었다. 은 그중 한권. 30대 여자인 주인공이 60대 노파로까지 분장해서 자신과 애인을 해친 범인을 찾아내는 스토리 전개가 꽤 탄탄하다. 하지만 이 책은 추리소설의 본령에서는 약간 비껴나 있다. 막판 반전이 주는 쇼킹함은 평가할만 하지만 반전을 위한 복선이 거의 막판까지 조금이라도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아쉬움이다. 추리소설은 작가와 독자간의 두뇌게임이라는 말도 있지만, 반전을 위한 도구를 작가가 독점해 버리는 구조가 약간의 실망감을 갖게 한다. 일본 소설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일본인들은 복수를 꼭 제손으로 하겠다는 집념이 강한 것 같다. 사법기관에 맡겨놓기엔 원한이 풀리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적당한 흥정과 타협으로 범죄에 대한 단죄가 유야무야..

읽은거 본거 2009.08.09

[뼛속치맛속] 파리에서 민주노동당까지

'삶을 즐길줄 모르면 좌파가 아니고, 하면서 신나게 일하지 않으면 운동이 아니다. 모든 엄숙주의와 모든 '묻지마 일벌레'들은 결국 위선으로 그 세월을 보답한다. 난 오늘을 희생하며 내일을 기약하는 그 어떤 설교도 믿지 않는다. 천국을 팔고 예수를 팔아 배타적인 좁은 길속에서 사람을 가두는 기독교, 민중을 팔아 개인적 욕구를 폄하하고 집단주의에 사람을 복속시키는 자가당착의 낡은 정치집단을 믿지 않는다.'(이밖에도 무수한 구절이 가슴에 남는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을 지냈던 목수정씨의 책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의 한 대목이다.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을 서점에 갈때마다 함 봐야지 하고 맘먹었는데, 며칠전에야 샀다. 보고 싶었던 책이라 잘 넘어갔다...

읽은거 본거 2009.07.31

[용의자X의 헌신]뼛속까지 우울해지는 인간의 심연 엿보기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 작품은 . TV드라마에 국내에선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는 그 책을 읽었을 때의 뼛속까지 우울해지는 스산함에 몸서리를 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롭다. 는 강도면에선 덜 부담스럽다. 처럼 극단에서 극단으로 치닫는 전개속에 인간이란 존재를 발가벗겨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웅크린 모습의 천재 수학자 이시가미, 그의 웅크림 속에 도사리고 있는 맨얼굴을 엿보게 되는 독자들은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의 책을 접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청결하고, 남에게 폐끼치기 싫어하고, 단정한 일본사회와 일본인들이 실제로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인지. 좋아하는 이웃집 이혼녀 야스코가 일하는 도시락가게를 드나들면서 좋아한다는 감정이 드러날까 조바심치는, 그래서 자로 ..

읽은거 본거 2009.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