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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論

1950~60년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의장을 지낸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는 연준의 역할을 “파티가 달아오를 때 펀치볼을 치우도록 지시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펀치볼은 포도주에 레몬주스, 얼음 등을 섞은 것을 담은 커다란 주발이다. 펀치볼을 파티장에서 치우면 흥청대던 분위기도 일시에 가라앉기 마련이다. 중앙은행은 시중에 돈이 풀리고 경기가 과열될 때 금리를 올리거나 돈줄을 죄어 경제에 거품이 끼는 것을 막는다. 물론 물가상승 우려가 없다면 금리를 내려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역할도 맡지만 가끔은 경기침체에도 불구, 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면 금리를 묶어야 하는 ‘악역’도 맡는다. 사정이 이런 만큼 중앙은행은 정치인들이나 관료들에게 인기가 있을 리 없다. 경기가 더 확장되고 성..

칼럼 2008.04.17

1993년과 2008년

“○○○차기대통령은 최근의 경기침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경제활성화에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밝혔다. ○차기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제대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6~7%의 경제성장률이 유지돼야 할 것이라고 경제활성화 조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인 1993년 1월27일 어느 신문의 머리기사다. 김영삼 대통령이 권력을 잡던 1992년말~1993년초는 성장률이 곤두박질치면서 경제위기론이 확산되던 때였다. 수출이 석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고용불안과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한때 아시아의 네마리용 가운데 으뜸이었던 우리가 이제 미꾸라지로 전락했다’(1992년 11월16일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통령후보의 연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위기감에 휩싸였다. ..

칼럼 2008.03.25

서비스 리스크

얼마 전 일본 출장 도중 도쿄(東京)의 한 비즈니스 호텔에 머물렀다. 중저가 호텔이라 방은 좁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아침 식사가 맘에 들었다. 식당은 방에 비해 제법 널찍하고 음식도 깔끔했다. 일본인 특유의 붙임성 있는 인사도 밥맛을 한결 돋웠다. ‘이국 땅에서 여독에 지친 여행자에게 숙소의 아침 식사는 든든한 위안거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몇해 전 한국을 방문한 한 일본인 지인이 한국엔 왜 아침 식사를 주는 비즈니스 호텔이 없느냐고 불평한 적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한국에도 비즈니스 호텔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엔 아침을 주는 호텔이 제법 눈에 띈다. 하지만 만족스러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일본 정부기관의 한국사무소에 근무중인 한 일본인이 지난해 서..

칼럼 2008.02.28

이럴 바에야 차라리 내각제가

이번 선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인데, 이럴 바에는 차라리 내각제가 나을 것 같다. 대통령제는 이제 우리 정치에서 수명이 다한 거 같다. 정책선거는 온데간데 없고 BBK만 갖고 찧고 까불고 난리도 아니다. 이렇게 해서 집권하면 5년간 꼼짝없이 '깜'안되는 인물한테 국정의 운명을 맡겨야 하는...싫다고 바꿀수도 없고 '오기정치'구조가 그대로 가는 식의 구조가 5년간 되풀이된다니 끔찍하다. 대통령제는 원래 총력안보나 총화단결 등 국민이 뭔가 똘똘뭉쳐 이뤄야 할 시대적 과제가 있거나 카리스마를 갖고 성취해 내야할 개혁작업이 있거나 할 때 유효한 권력구조다. 우리에게 시대적 과제라 하면 민주화나 통일 등일텐데 민주화는 이미 거의 달성됐고, 통일문제는 어차피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독일은 내각제하에서도 통일..

불현듯... 2007.12.19

경제를 북돋우는 정치

주말에 할인마트에 가거나 홈쇼핑 채널을 지켜 보면 공산품 값이 의외로 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내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산 여성용 방한코트의 가격은 고작 4만원. 어느 브랜드의 어떤 소재를 썼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디자인도 그런 대로 갖췄고 한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 불만이 없다고 한다. 딸아이의 부츠도 2만5000원에 그럴싸한 물건을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이 역시 저렴한데다 상품자체의 ‘사용가치’에 적합한 구색을 갖췄다. 물론 사교육비와 집값 등을 포함해 세세하게 따져본다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는 차이를 보이겠지만 어쨌건 1980년대 이후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여 왔다. 본관로비 중앙에 ‘물가안정’ 글씨를 새겨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5~3.5%인데 2000년대 들어 이 범..

칼럼 2007.12.11

경제를 북돋우는 정치

주말에 할인마트에 가거나 홈쇼핑 채널을 지켜 보면 공산품 값이 의외로 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아내가 최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산 여성용 방한코트의 가격은 고작 4만원. 어느 브랜드의 어떤 소재를 썼느냐가 중요하겠지만 디자인도 그런 대로 갖췄고 한겨울을 날 수 있을 정도로 따뜻해 불만이 없다고 한다. 딸아이의 부츠도 2만5000원에 그럴싸한 물건을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이 역시 저렴한데다 상품자체의 ‘사용가치’에 적합한 구색을 갖췄다. 물론 사교육비와 집값 등을 포함해 세세하게 따져본다면 지표물가와 체감물가는 차이를 보이겠지만 어쨌건 1980년대 이후 물가는 대체로 안정세를 보여 왔다. 본관로비 중앙에 ‘물가안정’ 글씨를 새겨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는 2.5~3.5%인데 2000년대 들어 이 범..

칼럼 2007.12.11

프랑스 여행 1

샹제리제 거리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 개선문이 바라보이는 널찍한 대로를 중심으로 세계 내로라하는 명품점들이 밀집해 있다. 여기에 가게를 내는 광고효과가 제법 클 것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루이비똥, 까르띠에, 푸조 등등의 세계적 브랜드들이 진출해 있다. 명품엔 관심이 없지만 일행중 한명이 까르띠에 매장진열대에 적힌 시계값이 680유로(우리돈으로 약 100만원)라며 "싸다"고 들어가보자고 했는데 알고보니 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29900유로(한화 4000만원)안팎의 '그림의 떡'들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루브르 박물관 옛날 궁으로 쓰였다던 루브르 박물관의 모습. 경내 가운데 유리로 만든 피라미드가 좀 깨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몽마르뜨르 수없이 들어봤던 몽마르뜨르 언덕. 별 감흥은 없지..

여행의 맛 2007.11.30

유럽의 펀드복지

마가렛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영국 전 총리. 20세기 중반이후 `늙은 호랑이'로 전락했던 영국이 21세기 강국으로 재기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인물이다. 영국 보수당 당수였던 대처가 1979년 5월 집권한 뒤 추진한 정책들은 잘 알려져 있지만 광산노조와 1년반에 걸친 사투끝에 석탄산업 합리화를 강행한 일과 복지삭감을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모델을 확립한 점 등이 가장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론 탄광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1990년대 영국 북부 요크셔 지방의 한 탄광노조 밴드를 소재로 한 영화 `브래스드 오프'(Brassed off)에서 본 실직광부들의 고단한 모습들이 생생했던 탓인지 `철의 여인' 대처와 영국에 대한 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영화를 볼 당시가 외환위기의 암운이..

칼럼 2007.11.22

벨기에 여행 2

브뤼헤 브뤼셀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아기자기한 타운이다. 옛 건물과 성당, 수로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벳부 근처에 있는 유후인이 연상되던 곳. 워털루 브뤼셀에서 한시간 남짓 떨어진 곳에 유럽최대의 격전지였던 워털루 평원이 있다. 나폴레옹의 프랑스군대를 영국과 프로이센 연합군대가 격파한 역사적인 장소. 200계단 남짓한 계단을 힘겹게 걸어 올라가 보니 너른 평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행의 맛 2007.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