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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심은경의 일본 영화상 수상(2020.3.10)

일본에서 지난해 6월 개봉된 영화 의 주연을 한국 배우 심은경이 맡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영화팬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총리관저(官邸)로 불리는 권부의 비리를 정면으로 파헤치는 신문기자 요시오카 에리카 역할에 일본 배우들이 부담을 느끼다 보니 한국 배우에게 배역이 돌아갔다는 일본 주간지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한국 개봉 때 방한한 가와무라 미쓰노부 프로듀서는 “일본 여배우에게는 전혀 출연 제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는 아베 신조 정권을 뒤흔든 ‘가케학원 의혹’과 흡사한 사학 스캔들을 소재로 한다. 정부가 가케학원 산하의 오카야마 이과대학에 수의학부 설치를 허가하는 과정에 아베 총리가 개입한 사건이다. 스캔들에 연루된 고위 관료의 자살, 총리와 가까운 기자의 성폭력 사건(이토 시오..

여적 2020.09.15

[여적] 김여정의 독설(2020.3.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한국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8년 2월9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함께 비행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다음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고,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등 2박3일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갔다. 고전적인 헤어스타일에 수수한 옷차림의 ‘백두혈통’ 김여정은 방한기간 중 품격 있는 태도로 한국 사회에 깊은 인상을 심었다. 2018년 세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분주히 움직이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내는 모습에 ‘신스틸러’ ‘열일하는 김여정’ 같은 수식이 붙기도 했다. 그런 김여정이 지난 3일 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여적 2020.09.15

[여적] 착한 임대료(2020.2.29)

서울은 나날이 새로워진다. 이건 찬사가 아니라 비아냥이다. 오래된 거리와 가게를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을 오랜만에 찾은 외국인들이 예전 들렀던 가게를 찾아갔다가 사라져 낙심하곤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임대료가 턱없이 오르기 때문이다. 철거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노포(老鋪) 냉면집 ‘을지면옥’도 결국 철거될 운명이다. 숱한 근대유산들이 표지석 하나 달랑 남기고 스러졌다. 지대추구라는 불가사리는 600년 도시 서울에 쌓인 ‘세월의 더께’까지 남김없이 먹어 치운다. 저금리하에서 대량으로 풀린 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한국 경제의 밑동이 썩어간다. 자발적인 근로의욕과 창의력, 높은 저축열, 모험적인 기업가정신이 넘치던 성장시대의 다이너미즘은 말라붙은 지 오래다. 지금은 어린 학생들조차 ‘강남 건물주’를 ..

여적 2020.09.15

[여적]언택트 사회(2020.2.25)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해 여성들과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으로 구설에 오르자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스트레이트 암 클럽(straight arm club)에 가입하라”고 충고했다. 한쪽 팔을 뻗은 정도로 상대방과 거리를 두라는 의미다. 재일코리안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金城一樹)의 소설 에서 왕년의 복서였던 아버지는 권투를 배우려는 아들을 걱정하며 말한다. “지금 네 주먹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충 너란 인간의 크기다. 그 원 안에서 꼼짝 않고 앉아서, 손 닿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만 손을 내밀고 가만히만 있으면 넌 아무 상처 없이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주먹을 뻗어 그린 반지름 1m의 원이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안전과 존엄을 지킬 수 있는 ‘퍼스널 스페이스’인 셈이다. 그러나 일..

여적 2020.09.15

[여적]트럼프의 ‘기생충’ 헐뜯기(2020.2.2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하던 지난해 6월 트럼프를 형상화한 6m 크기의 대형 풍선이 런던 국회의사당 상공에 떠올랐다. 알몸에 기저귀를 찬 채 잔뜩 찡그린 ‘아기 트럼프’가 한 손에 휴대전화를 쥔 모습이다. 무릎을 칠 만큼 트럼프의 특징을 잘 잡아낸 ‘베이비 트럼프’ 풍선은 영국은 물론, 미국 내 반(反)트럼프 시위대의 인기 아이템이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언행을 유아행동론으로 분석한다. 떼쓰기의 절정기인 ‘미운 두 살(terrible two)’의 행태라는 것이다. “두 살 때는 세상에 대한 인식이 제한돼 이랬다저랬다 하고, 자신의 힘을 착각해 무모한 실험을 하며, 타협과 양보를 할 줄 모르며, 남을 괴롭히고도 억울하다고 주장한다”(워싱턴포스트). 이런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 미..

여적 2020.09.15

[여적]BBC와 NHK(경향신문 2020.2.18)

영국과 일본은 대륙에 인접한 섬나라라는 지리적 특징 외에도 왕실제도, 차량 좌측통행 등 닮은 것들이 꽤 많다. 1926년 창립된 NHK와, 4년 앞서 개국했다가 1927년 왕실특허를 받고 공영기업이 된 BBC도 운영구조가 흡사하다. BBC와 NHK는 오랜 기간 공영방송의 대표 격이었지만, 최근에는 둘 다 형편이 썩 좋지 못하다. 영국 정부가 지난 5일 BBC 수입의 근간인 수신료 제도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수신료 미납을 형사처벌하는 현행 제도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조사로, 자칫 수신료 폐지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다. 이번 조사가 보리스 존슨이 이끄는 보수당 정권과 BBC 간의 마찰에서 비롯된 정치보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영국인들의 BBC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높다. 왕실, 군대, 의료보험제도..

여적 2020.09.15

[경향의 눈] ‘경항모는 되고 재난지원금은 안 된다’는 재정 형편(경향신문 2020.9.10)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지급으로 낙착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면서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재정 형편은 현실적인 이유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재정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돈 들어갈 곳은 많은데 세수는 제자리걸음이어서 내년에도 적자살림이다. 허리끈을 조이자는 설명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군비에 뭉텅이로 돈을 쏟아붓는 걸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정부는 지난달 ‘국방중기계획’에서 향후 5년간 방위력 개선에 100조원을 포함해 301조원의 국방비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규모도 천문학적이지만, 경(輕)항공모함과 극초음속 미사일, 북한 장사정 포탄 요격용 아이언돔 등 타당성과 현..

칼럼 2020.09.15

[경향의 눈] ‘제2차 토지개혁’ 더 미룰 수 없다(경향신문 2020.8.6)

이승만 정부의 토지개혁은 “불꽃이 튀면 금방이라도 폭발할 ‘화약통’ ”(미 군정 정치고문 배닝호프) 같던 한국 사회를 진정시켰다. 이승만 대통령은 초대 농림부 장관에 사회주의자 조봉암을 파격 기용했고, 조봉암은 당시 정부가 용인 가능한 가장 급진적인 인물로 토지개혁팀을 구성했다. 농림부의 초안은 지주세력이 중심이던 민국당의 반발로 좌초했지만 이승만은 전국 각지에서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대중동원 선풍을 일으키며 지주들을 압박했고, 개혁은 모처럼 언론과 농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추진됐다. 인구의 70%가 농민이고 그중 80%가 소작인이던 당시 남한에서 토지문제는 가장 정치적인 의제였다. 토지개혁이 “이승만 정부가 사회에 침투하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는 평가(박명림 )는 이후 “농민은 (한국..

칼럼 2020.09.15

[경향의 눈]결국 대북전단이 문제였다(경향신문 2020.7.2)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로 이어진 6월의 격동은 남북관계의 ‘흑역사’로 남게 됐다. 그 바람에 ‘한국전쟁 70년’의 현재적 의미를 차분히 성찰할 기회도 사라졌다. 그렇다 해도 지난 한 달간 북한이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를 짚어보는 일마저 생략해선 안 된다. 4·27 판문점선언은 2조 1항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지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이는 애초부터 지켜질 가능성이 낮은 ‘거품’ 조항이었다. 반북주의가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대북전단 규제는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이상으로 풀기 힘든 난제이기 때문이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가 안 되는 것은 미국 탓이라도 할 수 있지만, 전단 규제는 한국 정부..

칼럼 2020.09.15

[경향의 눈]남북 ‘갈라서기’로 70년 전쟁 마침표 찍자(경향신문 2020.5.28)

미국이 코로나19 이후의 국제 질서를 미·중 신냉전 구도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원맨쇼’가 아니다.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가 지난 21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 보고서는 미·중 갈등이 미·소 냉전기 이상으로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1979년 미·중관계 정상화 이후 40년간 중국의 발전이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나타났다”는 대목에서 미·중관계를 송두리째 부정하고픈 미국 집권세력의 인식이 드러난다. 굴기하는 중국을 냉전시대 ‘죽(竹)의 장막’ 안으로 되몰아 봉인하겠다는 기세다. 미국의 11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중국봉쇄 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 같다. 미국은 반중(反中) 대열에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 등을 세우겠다고..

칼럼 2020.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