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3년 전의 도쿄는 어둑한 암회색의 이미지로 뇌리에 남아 있다. 전철은 낮에 실내 조명을 끄고 운행했으며, 역 구내 에스컬레이터에는 ‘통행금지’ 표시판이 놓여 있었다. 사무빌딩들의 엘리베이터도 반 이상 멈췄다. 도쿄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던 도쿄타워도 준공 이후 처음으로 조명 스위치를 내렸고, 주택가의 가로등은 절반 이상 꺼졌다. 수도권 전력 공급의 10%를 담당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 폭발사고가 나자 일본 정부는 지역별로 번갈아 ‘계획정전’을 실시해 도쿄 일부지역도 전원공급이 끊겼다. 당시 쓰던 휴대폰에는 내가 살던 지역이 언제 정전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입력해 둔 문의전화 번호가 아직도 ‘정전’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37년 만에 전력사용제한령이 발동되던 그해 여름은 견디기 힘겨울 정도로 무더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