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미국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한·미 외교가에서는 ‘ABC’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ABC는 ‘Anything but Clinton(클린턴만 아니라면)’의 약자로, 전임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은 일단 부정하고 보는 태도를 가리킨다. 클린턴 대통령과 궁합을 맞춰 대북 햇볕정책을 추진해온 김대중 정부에 네오콘(신보수주의)을 표방하는 부시의 집권은 재앙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시는 9·11테러사건을 계기로 이라크, 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더니 클린턴 행정부의 ‘북·미 제네바 합의’를 파탄내고 2차 북핵위기를 촉발시켰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은 핵을 동결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경수로형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해주는 한편 장기적으로 국교정상화를 하기로 한 합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