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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에 필요한 두 가지 처방

올해 한국경제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을 꼽으라면 지난 3월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벌어진 정부와 경제단체 간의 담판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 5단체장과 만나 최저임금 인상에 협조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재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외면했다. 만약 협상이 성공했더라면 한국 경제는 ‘지도에 없는 길’로 한 걸음 내디뎠을지도 모른다. 최소한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최저임금을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연차계획 정도만 합의했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40%대를 넘나드는 탄탄한 지지율에 카리스마까지 갖춘 박근혜 정부의 실세인 최 부총리가 재계의 반발에 힘없이 물러서는 장면을 지켜보며 좌절감이 느껴졌다. 그 한 달 뒤 미국의 월마트는 6년간 7달러대로 동결했..

칼럼 2015.12.20

[西日本新聞 칼럼]閉塞感深まる「ヘル朝鮮」

한국에서는 최근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헬(hell)은 지옥이고, ‘조선’은 한국의 예전 명칭이다. 이 말은 2010년부터 인터넷 상에서 쓰이기 시작했지만 올들어 신문에서도 특집기사로 다루고, 칼럼 제목에 등장할 정도로 ‘시민권’을 얻게 됐다. 헬조선이란 단어에는 ‘한국이 지옥에 가깝고 희망이 없는 사회’라는 사람들의 좌절이 응축돼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과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응실패, 부가 재벌과 부유층으로만 집중되는 현실, 사회 곳곳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갑질’(신분이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함부로 대하는 일) 등이 한국을 지옥상태로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헬조선과 동반해 쓰이는 말 중에서는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 등의 ‘수저계급’도 있다. 부유층을 ..

칼럼 2015.11.19

[칼럼]경제의 밑동을 좀먹는 임대료 착취

한국 경제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중국은 이미 한국을 기술력에서 앞서기 시작했고, 일본은 수십년의 격차를 유지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 중국이 가공무역 구조에서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중간재 품목이 대다수인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은 격감하고 있다.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제살 깎아먹기’식 수주경쟁을 벌이다 부실화된 조선산업에서 보듯 한국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일로다. 삼성이 3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뒀지만 환율 효과 덕이 컸고, 주력상품인 스마트폰의 실적은 미미하다. 산업 전반을 둘러보면 한국이 자체적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지경이 됐다. 극히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미래형 산업에서 한국이 선점한 분야는 찾기 힘들다. 세계 교역이 줄어들고 있는 지금 한국 기업들이 어떤 기술을..

칼럼 2015.10.21

[칼럼]'생활임금'을 받는 일본 알바들

일본 청년들의 취업사정이 궁금해 구인사이트를 살펴보니 최저임금을 웃도는 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한국의 ‘생활임금’에 가까운 편이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한국과 달리 4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정해진다. 지난달 29일 일본 중앙최저임금심의회의 결정에 따라 최저임금은 전국 평균 780엔에서 평균 18엔 오른 798엔이 됐다. 물가가 비싼 도쿄의 경우 888엔에서 907엔(8556엔)으로 오른다. 일본의 ‘마이나비 사이트’에 올라 있는 편의점 알바 구인광고를 보면 토요스(豊洲)에 있는 세븐일레븐의 경우 밤 10시~오전 7시의 밤샘 근무자를 모집하고 있는데 시급 1250엔에 교통비도 준다. 패밀리마트 하라주쿠(原宿)점은 시급이 1050엔~1250엔으로, ‘주 1일 이상, 하루 5시간 이상 근무’가 조..

칼럼 2015.08.04

한일비교(20) 편의점 알바 시급

일본과 한국의 편의점 알바 시급을 비교해봤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한국과 달리 47개 광역자치단체별로 정해진다. 도쿄의 경우 올해 888엔(한화 8380원)으로 이번에 논란끝에 정해진 한국의 최저임금(6030원)보다 39%가량 많다. 일본의 1인당 소득 등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작다고 볼 수 있지만, 좀더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일본에서는 최저임금에 딱 맞춰 시급을 주기 보다는 최저임금보다 10~30%가량 많은 시급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아르바이트나 파견직이 그렇단 이야기다. 일본의 '마이나비 사이트'를 찾아보면 편의점 알바 구인광고가 나온다. 도쿄 시부야구, 치요다구의 편의점 아르바이트의 시급이 1100엔~1375엔으로 돼있다. 여기에 교통비도 별도로 지급된다. 밤시간대의 시급은 1..

한국과 일본 2015.07.26

한일비교(19) 혼자 밥먹기

일본인들이 외롭게 산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인식을 갖게 하는 대표적인 예는 혼자 밥먹는 문화인 것 같다. 실제로 일본 회사원들중에서는 동료와 어울리지 않고 혼자 밥먹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주변의 시선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다.어떤 식당이든 카운터 석이 있어서 혼자 밥먹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라멘집은 오히려 테이블 석이 드물 정도다. 일본에 있을 때 점심 약속이 없으면 사무실 근처의 라면집이나 퓨전 중화요리집 같은 곳을 자주 들렀다. 들어가면 종업원한테 집게손가락을 내밀어 혼자왔음을 표시한다. 혼자 왔다고 해서 종업원의 표정이 바뀌는 일도 없다. 그런 이들이 손님의 3분의 1쯤은 되니.(물론 가끔 식당이 혼잡할때는 모르는 이와 테이블을 마주하고 먹어야 할 때도 있긴 하다) 한국에 와 있는 ..

카테고리 없음 2015.07.25

한일비교 (18) 드라마 심야식당과 일본의 동네 술집

일본의 드라마 이 인기를 끌면서 영화화되고 국내에서도 개봉됐다. SBS에서도 일본 심야식당의 컨셉을 그대로 빌려 드라마를 시작했다. 심야식당은 신주쿠 뒷골목을 배경으로 했는데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맨 처음 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거리가 신주쿠다. 1.동네마다 한두곳은 있는 '동네 사랑방' 일본엔 동네마다 이런 술집겸 식당이 한두곳씩 있다. 영화처럼 새벽까지 하는 심야식당은 아니지만, 내가 살았던 도쿄 오타구 우리동네(미나미쿠가하라)에도 저녁 6시부터 11시까지 하는 비슷한 가게가 있었다. 가게 이름은 '시로(城)' . 10평도 채 안돼 보이는 허름한 동네술집이다. 술집 내부도 수십년은 된 듯한 포스타가 벽에 걸려 있고, 화장실은 주저앉아 볼일을 봐야하는 옛날 식이다. 그런데 이런 허름함이 손님들의 마음을 ..

일본의 오늘 2015.07.04

표절과 한일관계

신경숙 표절사태를 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한국의 표절관행은 '일본 캐치업(catch-up)'을 목표로 뛰어온 한국의 압축적 근대화와 무관하지 않은 듯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일본 베끼기'는 각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국제통화이금(IMF) 사태 이전만해도 정부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면 우선 일본의 법령이나 제도를 베껴 시안으로 깔아놓는 것이 순서이다시피 했다. 한국사회에서 일본 것을 베끼는 데는 별다른 죄책감이 없었던 것 같다. 식민지배 35년을 경과하면서 경제, 사회구조가 일본형으로 재편된 특수상황에다 "일본은 우리에게 죄를 지었으니 일본 거 좀 베껴도 돼"라는 심리도 깔려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가요계에서 일본 노래 표절시비는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2인조 여성그룹 핑크레이디..

한국과 일본 2015.06.22

메르스 사태 속 '원전 추가 건설' 계획

메르스로 온나라가 혼란에 휩싸여 있지만 이런 와중에 국가적 현안들이 졸속 처리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이달중 확정할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도 그중 하나다. 전력수급계획은 정부가 향후 15년간 전력이 얼마나 필요한지와 어떤 방식으로 공급할지를 담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회의에서 원전을 추가로 2기를 더 건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금도 발전소가 남아도는 데다 저성장 국면에서 원전을 추가로 짓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는 18일 관련 공청회가 열리지만 정부는 참석자가 많을 경우 ‘전력관련 업체, 유관단체·협회 대표자’ 등으로 참석대상을 제한하기로 해 의견수렴이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다. 잠시 원전의 문제점들을 살펴보자. 우선 사고 가능성이다. ..

칼럼 2015.06.08

한국리셋론

3년 전쯤 일본 청년들 사이에서 ‘일본리셋론’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 민주당 정권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가 넘는 국가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을 추진하자 등장한 담론이다. 빚을 갚지 못해 국가재정이 파탄나면 기득권층이 가진 금융자산의 가치가 폭락하고, 그 결과 ‘고착화’된 사회가 유동화(流動化)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금을 올리느니 재정이 파탄나게 내버려두자. 사회가 불안정해지면 기회가 박탈된 청년층에도 좋은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자조(自嘲)가 깔려 있다. 컴퓨터 리셋 버튼을 눌러 껐다 켜듯 일본 사회를 뒤집어 버렸으면 하는 심리는 1990년대 불황기에서 자라나 비정규직을 전전해온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 상당수에게 자리 잡고 있다. 이 리셋론이 한국에서도 번..

칼럼 201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