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1708

기울어진 협상장

서커스 공연장의 공중그네 밑에 탄력 있고 튼튼한 그물이 깔려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곡예사들이 맞은편 그네를 잡으려다 떨어지더라도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곡예의 달인들은 가끔 일부러 떨어졌다가 튀어올라 그네를 다시 잡는 ‘깜짝쇼’로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곡예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재도전도 가능케 하는 탄력이 그물에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군용 담요’ 수준이어서 추락하면 뼈를 다치거나 자칫 죽을 수도 있다. 해고되는 노동자는 이 담요 위로 뛰어내려야 하는 곡예사 신세다. 해고된 뒤 재취업을 하더라도 대체로 최저임금 수준에 장시간 근로의 질 나쁜 일자리를 얻는 게 고작이다. 이래서는 아이 교육비는커녕 집세도 감당하기 힘들다. 자영업은 사정이 더 나쁘다. 이미 2013..

칼럼 2015.04.05

세계의 노면전차들

내친 김에 세계의 노면전차들을 살펴보기로 합니다.(출처는 전부 위키디아)요건 스위스의 바젤을 다니는 트램. 바젤협약으로 알려진 도시죠. 로 유명한 독일의 브레멘을 달리는 노면전차네요. 체코의 브루노의 트램. 트램뒤로 보이는 고성이 멋지네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달리는 노면전차. 1866년부터 달렸다고 하는데...과연? 요건 터키의 이스탄불을 달리는 노면전차. 2004년 여행갔을 때 타본 적이 있네요. 그 때 딸이 3살이었는데 유모차 싣기에도 편했어요. (1992년부터 운행) 이태리 나폴리를 달리는 노면전차. 도로는 좁은데 트램 레일이 절반쯤 차지하고 있네요. 1875년부터 운행됐다는데 여행갔을 땐 보질 못했네요. 벨기에 안티호프의 트램. 도로는 상당히 좁아보이네요. 무려 1873년부터 운행중. 호주의 그..

불현듯... 2014.12.09

저성장, 고령화 그리고 노면전차

얼마 전 용인에 갔다가 ‘그 유명한’ 용인 경전철을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거대한 콘크리트 역사를 빠져나온 달랑 1량짜리 전동차가 고가선로를 달리는 모양이 어른 옷을 입은 아이처럼 어색해 보였다. 지난해 4월 개통된 용인 경전철은 하루 16만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수요예측 보고서를 근거로 추진됐지만 개통 후 1년간 이용객은 하루 9000명이 고작이다. 경전철 건설로 막대한 적자를 지게 된 용인시는 직원 월급을 깎고 신규 사업을 중단해 버렸다. 용인뿐 아니라 경전철을 건설한 경기 의정부, 경남 김해도 사정은 엇비슷하다. 대중교통수단을 만들겠다며 대형토목사업을 일으켰다가 후유증을 남기는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형토목사업은 ‘관계자’들에게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우선 단체장은 치적거리가 ..

칼럼 2014.12.08

도시마을이 성공하려면

얼마 전 일본 기자와 만났다가 몇년 전 대기업의 빵집 진출 문제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의 영역에까지 손을 뻗치다 제동이 걸렸던 일을 설명했더니 그는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우선 일본에선 대기업이 빵을 만들지 않는다. 설사 만들더라도 소비자들이 사먹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동네가게에서 몇대째 이어오며 만들어 파는 가게의 빵이 더 맛있기 때문이다.” 그리곤 한마디를 더 보탰다. “그 빵은 아마 대기업이 파는 빵보다 비쌀 것이다.” 일본과 한국 간에는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지만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는 골목가게들도 그중 하나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도 서비스 분야에서 대기업이 주도하는 프랜차이즈가 늘어나고는 있다. 덮밥집인 요시노야(吉野屋)와 스키야에 돈가스집 체인인 ..

칼럼 2014.10.12

재일동포 이야기(3) 총련동포들이 우리말을 더 잘하는 이유

총련계 민족학교인 조선학교 학생들이 일본 고교 럭비대회에 출전해 분투하는 모습을 그린 가 국내에서 개봉됐다. 몇년전 홋카이도 민족학교 학생들의 생활상을 그린 다큐멘터리 가 크게 주목받은 적이 있지만, 두 영화 모두 '한국인'의 시선으로 본 재일동포들의 모습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꽤나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한 감동으로 한국인들에게는 다가오는 것 같다. 일본 체류기간 중 취재차 총련계 사람들을 여러차례 만나 그들의 생리를 조금쯤은 알 기회를 얻었다. 총련계 동포들은 대체로 조선학교를 나온다. 총련 활동가들로 분류되는 이들은 도쿄 근교에 있는 조선대학교를 졸업한다. 조선학교를 다닌 이들이 모두 총련 활동가가 아니냐고 오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보통의 기업으로도 진출할 뿐 아니라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도 ..

한국과 일본 2014.09.17

재일동포이야기(2) 자이니치와 '커밍아웃'

1편에서 재일동포의 진로가 야키니쿠, 빠친코, 야쿠자 등 세군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좁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는 연예계와 체육계에도 대거 진출해 있다. 다만 '커밍아웃'(재일동포임을 밝히는 것)을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이즈쓰 가즈유키 감독의 영화 를 보면 자이니치들이 연예계에 대거 포진해 있다는 대사가 나온다. 매년 12월31일 저녁 NHK가 방영하는 노래자랑 대결 '홍백가합전'도 자이니치가 없으면 성립이 안된다는 이야기는 업계의 정설처럼 돼 있다. 특히 엔카가수 중에 재일동포들이 많다. 다만,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일세를 풍미하던 유명한 엔카가수인 미야코 하루미(都はるみ)가 유일하게 자이니치임을 고백한 바 있다. 필자가 재일동포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엔카가..

한국과 일본 2014.09.14

재일동포이야기(1) 권리세와 '바카총 카메라'

일본에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자이니치(在日)로 불리는 재일동포들과 가까이 지낼 기회가 많았다. 우선 스포츠신문에 자이니치 선배가 있었다. 일본의 종합지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채용된 재일동포 선배인데, 현재는 스포츠지로 옮겼다. 이 선배와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술을 먹으러 다니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신문사에서는 아직도 한국을 차별하는 은어들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바카총 카메라'라는 말이 있다. 수동카메라(DSLR)가 아닌 '똑딱이 카메라'를 바카총 카메라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바카'(馬鹿)나 '총(チョン)’라도 작동할 수 있는 카메라라는 뜻이다. 여기서 '총'은 한국인(조선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즉, 바보나 조센징이라도 다룰 수 있는 카메라라는 뜻이다. 이 '총'이라는 차별적 ..

한국과 일본 2014.09.09

북일관계 향후 시나리오

1. 아베의 북한 방문. 북한은 납치피해자, 자진 입북자 등 송환. 아베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과 정상회담. 북한은 납치피해자와 자진입북자 등 30명을 일본으로 돌려보내는데 합의2. 김정은, 아베와의 회담에서 미국의 체제안전보장 조건으로 핵포기 의사확인 아베는 미국을 대리해 김정은과 북핵협상을 벌임.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북미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핵포기하겠다는 의사 밝힘. 이를 계기로 일본은 북한에 대한 대규모 경제협력사업에 합의.3. 북일간 국교정상화 교섭 착수 핵포기-체제안전의 빅딜이 이뤄진 만큼 북일양국은 2002년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국교정상화 교섭에 즉시 착수.-이 과정이 어쩌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음. 한미일 대북 북핵공조는 이미 균열이 가 있음. 미국은 아베 정권이 집단적 ..

카테고리 없음 2014.08.20

교황이 던진 '탈원전' 메시지

지난해 일본에서 출간된 가상소설 을 보면 핵발전소 사고가 얼마나 다양한 변수로 촉발될 수 있는지, 또 인간의 대응은 얼마나 무기력할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섣달그믐날 밤 일본 동해안에 지어진 원자력발전소의 송전탑을 테러범들이 다이너마이트로 파괴한다. 원전이 긴급정지해 50만 가구에 전력공급이 중단된다. 발전소 측은 비상용 전원으로 원자로 긴급냉각에 나섰지만 배터리 부족으로 중단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비상전원이 쓰나미에 휩쓸리면서 사고를 키웠다는 반성으로 원전 주변 고지대에 외부전원차가 설치됐지만, 아이로니컬하게 눈보라로 고지대에 접근할 수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 정부가 다음날 “원자로 냉각이 중단됐다”고 발표하자 주민들은 앞다퉈 탈출을 시도한다. 일거에 쏟아진 차들로 도로..

칼럼 2014.08.18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하루, 3.11

2011년 3월11일은 경향신문 도쿄특파원으로 부임해 정식 근무한지 엿새째 되던 날이다. 그 전날 처제부부가 2박3일 일정으로 도쿄에 놀러와 있었고, 밤에는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가 단신부임으로 있는 나를 위문하기 위해 서울에서 2박3일의 일정으로 올 예정이었다. 3년간의 특파원 근무 준비를 위해 2월 중순부터 일본에 와있었으니 한달 좀 못되게 이국땅에서 홀로 지내다 모처럼 가족과의 상봉을 앞둔 기분좋은 금요일이었다. 이틀전의 심상치 않은 '전조' 오후 2시46분. 석간신문을 사기 위해 도쿄 중심부인 지요다(千代田)구 오테마치(大手町) 산케이빌딩에 있는 경향신문 도쿄지국의 사무실을 나와 오테마치역 지하도로 발길을 옮기던 길이었다. 2~3m 앞 천장에 있는 신호표지판이 조금 흔들린다 싶었다. 순간..

일본의 오늘 2014.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