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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경제] 병든 경제, 금고구입 '열풍'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로 괴멸된 일본의 마을들에서는 지역 청년들로 구성된 자경단이 마을 입구에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일본에는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고 집안 금고에 보관하는 집들이 많은데, 외부인이 폐허가 된 집터를 뒤져 금고를 훔쳐갈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디플레이션과 저금리가 20년 넘게 지속되다 보니 은행에 돈을 맡겨두기 보다 금고에 보관하는 풍습이 생겨난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저금리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자 은행 대신 금고에 돈을 보관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개인금고 판매율도 급증했다. 한국은행의 5만원권 발행규모가 20조원에 달하지만 회수율은 4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누군가의 금고속에 들어가 있을 개연성이 높다. 돌아야 하는 돈이 돌지 않는 경제가 잘 돌아갈 턱이 없다.

촌철경제 2016.02.24

[촌철경제]한국이 '현금인출기'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에 붙여진 별명은 ‘현금인출기’였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외국투자자들이 가장 먼저 돈을 빼가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3분기에만 한국에서 12조원이 빠져나갔고 최근에도 외국인 자금이탈이 심창치 않은 걸 보면 올해에도 현금인출기라는 오명을 벗기 힘들 것 같다. 원화를 달러로 바꿔 나가느라 원화가치도 빠르게 떨어진다. 현금인출기라는 별명이 붙은 것은 금융시장의 개방도가 높아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내기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수출중심에 내수비중이 작아 세계 경기변동에 취약한 경제구조도 원인이다. 힘들여 벌어들인 달러가 순식간에 빠져나가는 현상은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다. 내수를 키워 외풍에 덜 흔들리는 경제체질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이런 데에도 있다.

촌철경제 2016.02.23

[촌철경제]'안 쓰면 썩는 돈'은 어떨까?

의 저자 미하일 엔데는 쓰지 않으면 가치가 줄어드는 화폐를 탐구했다. 돈을 담아두지 않고 활발하게 유통시키는 것이 건전한 경제라고 그는 에서 강조했다. 엔데가 창안한 게 아니라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한 도시에서 이런 방식의 지역화폐를 도입해 경제를 살린 예가 있다.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예금 등의 형태로 보유한 돈이 1년만에 70조원 증가했다.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규제완화를 외쳤지만 기업들은 투자하지 않고 돈을 쌓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다면 움켜쥔 돈을 가계부문으로 넘겨 쓰도록 하는 것이 한국경제를 위해 필요한 선택일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인 ‘돈풀기’로 돈이 넘쳐난다. 오죽하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제는 ‘쓰지 않으면 가치가 ..

촌철경제 2016.02.22

[촌철경제]'사드 난기류'와 중국 '센카쿠 반일시위'의 기억

2012년 여름 일본 정부가 중국과 영유권 마찰을 빚어온 센카쿠(尖閣) 열도를 국유화하자 중국에서는 대대적인 반일시위가 벌어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과 상품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이 진행됐다. 성난 군중들이 일본산 자동차를 불태우고 일본 할인점 매장을 마구 때려부수는 장면이 보도되면서 전세계에 충격을 줬다. 중국은 사회주의 색채가 남아 있어 기업과 민간이 정치적인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가 강제적인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특정 국가나 기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여론이 쏠려가는 ‘군중심리’ 현상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간의 심상치 않은 기류를 감안하면 2012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반일선풍’이 올해 한국에서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중국 당국의 공식적인 보복조치..

촌철경제 2016.02.21

[촌철경제]"한차원 다른 경계감"...외환시장에 낀 '지정학 먹구름'

사드배치, 개성공단 폐쇄 등 한반도리스크가 경제에 본격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우선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 여파로 19일 원·달러 환율은 1240원에 육박했다. 설 이후 국내에서 달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거론되자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이 자금을 미리 빼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한차원 다른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지금까지는 사드배치에 대해 중국이 경제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컸지만, 보복조치에 앞서 미·중 갈등이 국내 시장에 선제적으로 타격을 주기 시작한 것 같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이 좋아진다는 것은 세계 경기가..

촌철경제 2016.02.19

[촌철경제]'신뢰 리스크'와 공유경제

내국인의 소비가 줄어드는 시대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가 중요하다. 관광객들의 왕성한 소비력이 구멍난 내수를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굴뚝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 커지고 있지만, 관광객들에 대한 서비스 경쟁력은 바닥수준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요금 바가지 횡포는 나아지기는 커녕 더 기승을 부리는 듯 하다. 중국인 관광객에게 김밥 한줄을 1만원에 팔았다는 사례도 보도된다. 관광객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서비스 리스크’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공유경제를 본격 육성하기 위해 숙박·차량 공유를 합법화하기로 했다. 시민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민박도 활성화될 것 같다. 새로운 서비스 시장과 사업기회를 열어준다는 점에서 물론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한국의 ..

촌철경제 2016.02.18

성과연봉제 대신 '동일노동 동일임금' 도입을

정부가 성과연봉제가 청년실업의 해법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성과연봉제와 청년취업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모호하다. 지금까지 보면 대체로 줄인 인건비로 인턴이나 비정규직을 늘린 것이 고작이다. 대기업의 고임금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여 깎아본들 청년실업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아예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도입을 추진하는게 어떨까. 정규직과 똑같이 일하는 비정규직이 임금은 절반도 못받는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구상이라면 차라리 지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못지 않게 비정규직이 많아 좀처럼 소비가 늘지 않는 일본의 아베 정권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촌철경제 2016.02.17

무디스가 일깨운 ‘개성공단의 가치’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 15일 “개성공단 폐쇄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이라고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 천안함, 연평도 등에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무디스가 목소리를 낸 것은 개성공단이 분단 리스크를 낮춰온 것을 높게 평가해왔음을 일깨워준다. 개성은 철원-포천, 동해안 도로와 함께 북한군의 3대 남침 진격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서울로 입성하는 가장 빠른 루트인 이곳에 공단이 들어서면서 사실상 서부전선의 휴전선을 뒤로 물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군을 주둔시키게 되면 한때 뒤로 물러났던 장사정포가 전진배치돼 서울을 공격하기가 더 유리해진다. 개성공단 폐쇄가 ‘자해조치’임을 여전히 우리 정부만 모르는 듯 하다. 아니면 모르는 체 하는 걸까?

촌철경제 2016.02.16

[아침을 열며]아베와 박근혜의 '경제 3년 성적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아베노믹스’가 한계에 봉착한 듯 보인다. 금융완화·재정확대·구조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을 3년 내내 쏘아댔지만 세계 경제 불안의 여파로 닛케이지수가 15000선이 붕괴되고, 엔화는 치솟고 있다. 그런데 이달초 며칠간 체류하면서 접한 현지 분위기는 이런 소식들과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한국에는 없는 활기마저 느껴질 정도다. 우선 TV에서 전직(轉職)광고가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인터넷을 통해 적성평가를 작성해 등록해두면 적합한 기업을 매칭시켜주는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회사를 옮기는데 따른 부담이 한결 줄었다. “언제 몇시에 어느 기업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스마트폰 알림에 맞춰 면접을 보러가면 된다. “요즘 젊은 사원들이 툭하면 직장을 옮겨서 골치”(일본 대형I..

칼럼 2016.02.15

‘검사외전’ 독과점 논란과 스크린쿼터

서울의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예정이던 를 취소하고 을 걸어 물의를 빚은 사태를 보면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당시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이 떠오른다. 당시 미국은 연간 146일로 돼 있는 영화관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 축소를 FTA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놨고, 정부는 이를 수용해 146일에서 73일로 줄였다. 영화인들은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면 문화다양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수입영화가 범람하면 한국영화가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던 것이다. 9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거꾸로다. 일부 대자본이 미는 한국영화들 때문에 작품성 있는 한국영화나 외화들이 스크린에 걸리지 못하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으로 한쪽에선 관객 1000만명이 넘는 대박영화가 등장하는 반면 ‘괜찮은’ 영화..

촌철경제 201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