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 65

[여적]2018㎜

2018.04.25 2000년과 2007년 열린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무대는 평양 대성구역 임흥동에 위치한 백화원(百花苑) 초대소다. 3층 구조의 3개동이 연결된 연건평 3만3000㎡(1만평) 규모의 백화원 초대소는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주요 인사들의 숙소 겸 회담장으로 사용됐다. 건물 앞에는 여러 개의 분수대가 설치된 인공호수가 있고, 초대소 이름대로 화단에는 100여종의 꽃이 피어 있다. 2000년 6월13일 방북한 김대중 대통령은 파도가 세차게 치는 해금강을 그린 대형 벽화를 배경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한 뒤 응접실로 자리를 옮겨 30분간 환담했다. 사계절의 풍경화가 걸려 있는 접견실에서 김 위원장은 거침없는 어조로 분단현실의..

여적 2019.08.03

[여적]대북 확성기

2018.04.23 2015년 8월20일 오후 서부전선에서 북한군이 남쪽을 향해 포탄 1발을 쏘자 군 당국이 포탄 20발을 대응포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름 전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이 1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군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무차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지 닷새 만이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한 발전상 소개와 북한 체제비판이 기본 메뉴이지만 건강상식이나 일기예보 같은 생활정보와 대중음악 등도 편성된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일기예보가 의외로 효과적이라고 한다. 정보가 차단된 산속에서 복무하는 병사들이 확성기의 날씨예보를 접한 뒤 예보가 맞으면 방송 전체에 신뢰감을 갖게 된다는..

여적 2019.08.03

[여적]쿠바의 역성혁명

2018.04.22 카스트로 형제는 1959년 혁명으로 바티스타 친미 정권을 무너뜨린 뒤 59년간 쿠바를 통치해왔다. 2006년 건강이 악화된 형 피델 카스트로부터 실권을 넘겨받은 동생 라울(87)도 형 못지않은 쿠바혁명의 주역이었다. 라울은 정통파 공산주의자로 형 피델에게 체 게바라를 소개했으며 본래 민족주의자였던 피델을 친소 공산주의 노선으로 이끌었다. 카스트로 형제는 사회주의 체제가 특장으로 내세우는 무상의료·교육과 식량배급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1962년 도입된 배급제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수십년간의 일당 독재체제에서 우상화를 금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요절한 혁명동지인 체 게바라의 경우 아바나 정부 청사에 큼직하게 설치된 대형 조형물을 비롯해 기념물이 적지 않지만 카스트로 형제의 동상이나 ..

카테고리 없음 2019.08.03

[여적]댓글 자영업자

2018.04.17 198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여의도 광장에 100만명의 군중을 동원해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자발적 지지자들만으로는 광장을 채울 수 없어 각종 직능단체나 향우회, 동창회 등을 동원하는 조직책이나 선거브로커가 필요했다. 하지만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군중 동원 대신 온라인 공간의 평판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제품을 구매하거나 식당을 예약하기 전에 인터넷 검색이 보편화되면서 사업자들의 온라인 평판을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런 수요 기반 위에서 ‘사이버 평판 마케팅’이라는 신종 사업이 생겨났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럴(viral) 마케팅이다.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인터넷 카페 등에 글을 올려 제품이나 식당에 대한 ‘입소문’을 퍼뜨..

여적 2019.08.03

[여적]폴 라이언의 은퇴

2018.04.12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즉 가족의 많은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총리직 수행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수 있었습니다.” 2016년 12월5일 뉴질랜드 국회 주례 기자회견에서 존 키 총리(당시 55세)가 총리직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키 총리는 “얼마 전 총리 취임 8주년 기념일을 보냈고, 국민당 대표로서도 10년을 채웠다”며 “지금이 물러나기에 적기”라고 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에 적절히 대처해 호평을 받아온 그가 사임이유로 가족의 희생을 꼽은 것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는 두 살 연하인 아내 브로나가 많은 밤과 주말을 홀로 보냈으며, 두 자녀도 사생활이 침해되고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설명했다. 브로나가 “나와 총리직 중 택일을 하라”며 최후통첩을 했다는 ..

여적 2019.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