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47

[기자메모] 야스쿠니행 소동 한국 의원들 ‘씁쓸한 정치쇼’

14일 저녁 일본에 입국한 민주당 이종걸, 이상민, 문병호 의원과 이용득 최고위원은 광복절인 15일 아침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구단시타(九段下)에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에서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항의하는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시내 호텔을 나섰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호텔에 일본 경찰 수십명이 찾아와 이들의 야스쿠니행을 가로막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발했지만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신사 입구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입구 근처에서 감색 제복을 입은 우익단체 회원들이 거친 언사를 퍼부으며 접근하려 하자 경찰들이 신사에서 수백m 떨어진 곳으로 의원들을 격리시켰기 때문이다. 주택가도 상가도 아닌 어정쩡한 장소로 격리된 의원들은 입장을 표명했고, 신사 방향으로 행진하려다 경찰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기자들..

칼럼 2013.08.15

반일무죄는 이제 그만

해마다 여름이면 한국과 일본엔 심상치 않은 열기에 휩싸이고, 이 현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닌 듯 하다. 지난 주말 동아시안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일본 응원단은 한국에서 군국주의 상징으로 간주되는 욱일승천기를 흔들었고, 한국 응원단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일본의 한 각료는 한국의 민도(民度)가 의심스럽다고 발언했고, 한국 외교부는 “무례하다”고 되받으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한국에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해 고조됐던 한·일 갈등이 잦아드는가 했으나 최근 상황은 지난해 못지 않은 느낌이다. 강경보수 월간지는 최근호에 ‘자멸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고, 일본 최대 시사주간지인 ‘슈칸분슌(週刊文春)’은 미국에 위안부 ..

칼럼 2013.08.01

일본공산당에 쏠리는 기대

요시다 노부오(吉田信夫·63). 일본공산당 도쿄도의회(광역의회) 4선 의원인 그는 평소 지붕을 씌우고 확성기를 얹은 ‘귀여운’ 오토바이를 몰고다닌다. 지난해 6월 취재차 만났을 때 오토바이를 몰고 나온 그는 “구석구석 골목을 누비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데 최고”라고 으스댔다. 지역구인 스기나미(杉倂)구는 좁은 골목길에 단독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전형적인 주택가다. 차로 다니면 못보고 지나칠 지역의 문제점들도 오토바이를 타면 눈에 띈다. 그의 사무실에서는 매주 월·목요일 변호사가 입회하는 주민생활상담이 이뤄진다. 변호사 비용이 없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공산당은 둘도 없는 버팀목이다. 오는 21일 치러지는 참의원(상원) 선거운동으로 눈코뜰 새 없는 요시다 의원과 10일 전화가 연결됐다. “이번 선거처럼 공..

칼럼 2013.07.11

빨간구두를 신은 아베

덴마크 작가 안데르센이 쓴 유명한 동화 는 마법에 걸린 빨간구두를 갖게 된 어느 소녀의 이야기다. 가난해서 맨발로 다니거나 나막신을 신어야 했던 소녀가 어느 날 빨간구두를 갖게 되고 춤의 명인이 됐지만 마법에 걸려 쉴새없이 춤을 춰야 했다. 신발이 딱 달라붙어 벗을 수 없게 된 소녀는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잘라내야 하는 비참한 결말을 맞는다. 일본의 어느 경제학자는 지난달 23일 대폭락을 겪은 이후 요동이 좀처럼 멈추지 않는 일본 주식시장을 안데르센의 에 빗댔다. 차원이 다른 대담한 금융완화의 마법으로 치솟았지만 얼마 지나지않아 롤러코스터처럼 등락하는 통제불능의 모습이 빨간구두를 신은 소녀와 닮아 있다. www.guardian.co.uk 수십년간 안정세를 보였던 일본국채 시장이 불안해진 것은 어쩌면 ‘일본..

칼럼 2013.06.19

하시모토가 성매매를 권장한 이유

외신기자들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대표가 설정한 프레임을 간단히 무시해버렸다. 지난 27일 도쿄에서 열린 외국특파원협회 기자회견에서 하시모토는 “일본 정부가 직접 여성을 납치하거나 인신매매한 증거는 없다”는 말로,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 했지만 그의 시도는 조롱거리가 됐을 뿐이다. 하시모토의 논리는 일본 우익들에겐 먹힐지 몰라도,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면 ‘말장난’에 불과했던 셈이다. 요즘 유행하는 ‘국격’이란 말로 가늠해 봐도 최근의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 주요 8개국(G8) 회원국에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보편적 인권의식과 도덕적 우위를 지닌 정치인들도 찾아보기 어렵다. 한 때 총리감으로 꼽히던 하시모토는 위안부 망언에 미군들을 상대로 풍속업소(성매매) 업소활용을 권장하는 어..

칼럼 2013.05.30

일본 언론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지난달 27일 일본 도쿄 시내 한 회의장. 한국의 언론노조격인 일본 매스컴문화정보노조회의(MIC) 주최로 열린 외국특파원 초청토론회에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인디펜던트 특파원들과 함께 패널로 참가했다. 일본의 황금연휴인 ‘골든위크’ 첫 날인 데도 140여명의 청중이 토론장을 빼곡하게 채웠다. 도쿄대 하야시 가오리(林香里)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의 주제는 ‘외국특파원이 본 오늘의 일본’. ‘일본 언론들은 왜 국민이 알권리를 위해 노력하기보다 권력을 대변하는 보도로 일관하는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에 대한 보도는 뭐가 문제였나. 일본 언론은 저널리즘의 본령에서 벗어난 것 아닌가’라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된 자리다. 일본의 최근 우경화 현상은 한국 언론들만의 우려는 아니었다. 인디펜던..

칼럼 2013.05.09

존재감 사라진 박근혜 외교

“당선됐을 땐 일본에서도 기대가 많았는데, 지금은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네요.” 한국문제 전문가인 일본 신문사 간부가 들려준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이다. 주한특파원을 지낸 바 있고 평소 박 대통령에 호의가 깊었던 그의 말투엔 냉담함이 배어있다. “일본에 대한 메시지도 전혀 없어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방문으로 지난해 험악한 갈등을 겪었던 일본은 박 대통령의 당선을 환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도 친분이 있는 데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한·일 관계를 열었던 만큼 ‘양국관계에 대한 인식이 남다를 것’이고 ‘최소한 MB이상 아니겠느냐’는 기대감도 있었다. 오죽하면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의 당선 이틀 뒤 한국과의 합의도 없이 특사를 보내겠다고 발표하는 해프닝까..

칼럼 2013.04.18

와세다대학 지원자가 줄어든 이유

일본 도쿄에 있는 와세다(早稻田)대학은 게이오(慶應)대학과 쌍벽을 이루는 사학 명문이다. 예로부터 출세를 위해 상경한 지방학생들이 ‘청운의 꿈’을 불태우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이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한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새 1만명 가까이 지원학생이 감소했다. 그 중 태반은 지방 학생들이다. 한국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시센터시험’을 친 수험생들의 진학희망 대학을 보면 올해에는 메이죠(名城)대(나고야), 긴키(近畿)대(오사카) 등 지방대가 강세를 보인 반면 도쿄소재 대학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수험생들이 수도권보다는 출신지 대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지방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와세다대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일본 지방학생들의 ‘지역지향’ 경향..

칼럼 2013.03.28

미-일 정상이 '임금인상' 외친 까닭

북한의 3차 핵실험에 가려져 부각되지 않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의회의사당에서 한 2기 첫 국정연설에 시선을 확 끄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시간당 7.25달러(약 7870원)인 미국의 최저임금을 2015년까지 9달러(약 9770원)로 올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같은 날 일본에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게이단렌(經團連) 회장 등 경제 3단체장과 가진 의견교환회에서 “실적이 개선된 기업들은 종업원 임금인상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미·일 두 나라 정상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임금인상’을 화두로 꺼내든 것은 두 나라 모두 ‘내수살리기’가 경제회복의 관건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베 정권은 무제한 금융완화와 대규모 공공사업 투자를 통해 디플레이..

칼럼 2013.03.14

일본 고교영화를 보며 느낀 것

올초 일본의 각종 영화상을 휩쓴 는 일본 지방 고등학교의 부카쓰(部活·동아리활동)를 소재로 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배구부 주장에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기리시마가 배구부를 그만두기로 했다는 소식을 계기로 학생들사이의 미묘한 인간관계가 표면화되는 과정을 묘사했다. 영화 줄거리도 흥미로웠지만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고교생들이 수업이 끝난 뒤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배구·배드민턴 연습을 하며 땀을 쏟거나 관현악부에서 연습에 몰입하는 장면들이다. 영화부원들은 학교건물 옥상이나 건물 뒤 공터에서 열심히 8㎜카메라를 돌린다.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고 입시학원으로 직행하는 ‘귀가조’도 없지 않지만 소수에 속한다. 일본에서는 명문대학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도 동아리활동에 참가한다. 지난해 도쿄대에 203명을..

칼럼 2013.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