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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의 100엔숍부터 일본형 '세븐일레븐'까지

최근 일본 출장길에 도쿄시내 중심부 유라쿠초에 있는 가전양판점 ‘빅 카메라’에 들렀다. 빼곡하게 전시돼 있는 가전제품들마다 손글씨로 쓰인 할인 안내표시들이 어지럽게 붙어 있고 남대문 시장에서처럼 점원들이 목청 높여 호객을 하고 있었다. 에어컨 바람 씽씽한 실내공간 속에서도 열기가 느껴졌다. 유라쿠초와 여기서 멀지 않은 긴자에는 이런 특정 업종의 전문양판점들이 즐비하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유니클로의 긴자점도 부근에서 성업 중이다. ‘일본 상업의 얼굴’로 통하는 긴자·유라쿠초 지역은 유통업체들 간의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격전지이고, 수많은 유통업체들이 명멸한 곳이다. 일본 유통의 근현대사는 꽤 드라마틱하다. 미국에서 시작된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을 일본형으로 표준화한 세븐일레븐 재팬 이야기나 가전업체의 대표..

읽은거 본거 2010.08.20

[이번엔 다르다]경제 위기마다 반복되는 뻔한 소리

2007년의 기억을 잠깐 떠올려보자.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서자 증권사들은 한국증시가 1980년대 일본과 흡사한 대세 상승기를 맞았다는 등의 리포트를 쏟아내며 투자를 부추겼다. 한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들이 길게 줄을 서는 일도 드물지 않은 풍경이었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회사들이 하나둘씩 파산하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 IT 거품붕괴가 되풀이될지 모른다는 우려들도 조금씩 흘러나왔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낙관론에 묻혀 버렸다. 금융위기는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에 의해 빚어진다. “이번엔 다르다”는 신드롬은 여기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역할을 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에도 이번엔 다르다는 논거들이 지배했다. ① 미국은..

읽은거 본거 2010.08.05

한국경제에 꼭 필요한 싸움

사각의 링. 한 선수가 상대방을 기세좋게 몰아붙인다. 코너에 몰린 선수는 가드를 잔뜩 올린 채 공이 울리기만을 기다린다. 상대방에게 결정적 ‘한 방’이 없어 곧 상황이 바뀔 것이라며 버틴다. 모처럼 파이팅이 벌어지자 관객들도 시선을 주긴 하지만 화끈한 승부에 대한 기대는 접는다. 공격수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시합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무승부로 끝난다. 사진출처= www.boxnews.com 최근 전개되고 있는 정부와 대기업 간의 공방을 지켜보면 이런 맥 빠진 결말로 치닫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제대로 된 한 방이 나올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그간의 경험에 비춰보면 ‘글쎄요’다. 그 ‘한 방’이란 특별난 게 아니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정부가 예외없는 법집행에 나서라는 의미다. 우..

칼럼 2010.08.04

[블루 이코노미] 정말 놀라운 생태계의 자연순환 원리

환경위기 시대에 대안모델로 제시되는 ‘녹색산업’이 미덥지 않은 것은 생산과 소비, 소비 이후의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구현하고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화학세제를 대체하기 위해 야자유 지방산으로 개발된 생분해성 세제를 보자. 이 세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인도네시아의 광활한 열대우림이 야자수 농장으로 바뀌면서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파괴됐다. 녹색산업은 또 환경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기업에는 더 많은 투자를, 소비자에게는 더 많은 지불을 요구한다.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경기침체기에는 더 주목받기 힘들다. (가교출판)를 쓴 저자 군터 파울리는 생분해성 세제를 생산하는 에코버에서 일하면서 산업계가 생태계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는 경제의 비효율적 사이클을 생태계의 논리에 따라 전환하..

읽은거 본거 2010.07.02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반란

미셸 캉드쉬. 한국인을 트라우마에 휩싸이게 하는 이름이다. 국가 부도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1997년 캉드쉬 총재는 한국에 초긴축 정책과 구조조정 등 감내하기 힘든 조건들을 요구했다. 연 20%대의 살인적인 고금리에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했고,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대량해고 사태를 몰고 왔다. IMF의 처방에 대해 당시에도 가혹하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캉드쉬 총재와 협상했던 임창렬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우리나라는 물가가 안정돼 있고 재정도 건전해 고금리 정책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호소했지만, 캉드쉬는 “고금리 정책은 IMF의 전통적 처방이라 뺄 수 없다”며 강경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6월초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당시..

읽은거 본거 2010.07.02

소비자 영혼에 호소하는 마케팅

아웃도어 신발과 의류를 생산하는 팀버랜드는 모든 제품에 성분을 기록한 라벨을 부착한다.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생산됐는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의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함이다. 소비재 생산 다국적 기업인 프록터 앤드 갬블(P&G)은 물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의 저소득 주민들에게 식수정화용 분말을 봉지단위로 싸게 판매한다. 한 봉지 사면 10ℓ의 물을 정화해 마실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다농푸즈는 ‘한 컵의 요구르트로 세상을 구하자’는 취지로 저렴한 유제품을 만들어 빈민들에게 공급한다. 공정무역, 환경경영의 아이콘이었던 영국기업 바디샵은 빈곤국의 농산물을 제값을 주고 사들여 제품을 만든다. 이들 기업은 ‘사회적 비지니스 기업’으로 분류된다. 사회와 인간, 문화, 환경에 대한 보호와 공존..

읽은거 본거 2010.07.01

영국철도와 인천공항의 운명

1997년 영국 런던 서부의 사우스올에서 그레이트 웨스턴 급행열차가 화물열차와 충돌해 7명이 숨졌다. 2년 뒤인 99년 10월 런던 패딩턴역 부근 래드브로크 그로브에서도 열차가 충돌해 31명이 죽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기관사가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마주오는 열차의 진로에 들어서다 벌어진 후진국형 사고로, 웬만한 국가들에 다 있는 자동보호장치만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선로 관리를 맡은 민간회사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투자하려 하지 않았다. 2000년 10월에는 햇필드 근방에서 달리던 열차가 전복됐고, 2002년 5월에는 런던 근교 포스터바 역에서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엔 선로에 발생한 균열을 방치한 것이 원인이다. 96년 철도산업이 민영화된 이후 영국인들에게 철도여행은 공포 그 자체가 돼 버렸..

칼럼 2010.07.01

천안함과 함께 침몰한 대북사업

대북사업은 가끔 ‘애국사업’으로도 불린다. 본래 조총련이 북한에 물자나 외화를 보내는 사업에 쓰이던 말이 대북사업을 가리키게 된 것은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고 숱한 리스크(위험)를 각오해야 하는 사업 속성과 관련이 크다. 잘해야 본전이고 자칫 돈을 떼일 가능성도 높아 신념없이 버텨내기 힘들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제정신이냐”는 핀잔과 오해도 받기 일쑤다. 1991년부터 북한과 교역을 해온 김영일 효원물산 회장도 사업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북한이 시멘트 납기일을 맞추지 않아 건설 성수기를 놓쳤는가 하면 서류 미비를 이유로 남한 당국이 통관을 시켜주지 않아 북한산 냉동명태를 6개월 넘게 항구에 보관하다가 폐기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마지막 남은 시장’에 도전해 보겠다며 뛰어든 김 회장은 “초창기엔 기업..

칼럼 2010.05.27

민폐만 끼친 은행 대형화

아주 상투적인 이야기부터. 금융의 본래 역할은 돈을 돌려 실물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하는 데 있다. 사람 몸으로 치면 돈은 혈액이고, 실물경제는 근육과 살이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살이 썩거나 근육이 괴사한다. 반대로 혈액과다도 몸에 문제를 일으킨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융이 실물경제의 매개자 역할에서 벗어나 산업에 군림하려는 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공교롭게도 한 체제가 쇠퇴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영국의 패권시대가 막바지로 치닫던 20세기 초와 미국의 달러패권이 힘을 잃어가던 2000년대 초반이 그랬다. 그 시도들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고 금융은 물론 실물경제도 함께 망했다. 1929년의 세계 대공황과 ‘약탈적 대출’이란 별명이 붙었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

칼럼 2010.04.22

요즘 대학생들과의 만남

요즘 대학생들 어떤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 숙명여대에서 대학생 금융경제연구회 소속 학생들에게 금융위기와 한국경제를 주제로 강의를 했습니다. 25명 가량쯤 참석했고 2시간 가량 강의를 했습니다. 뜻밖에 학생들이 많이 호응해줘, 기분이 나쁘지 않더군요(^^) 강의료는 예상대로 쥐꼬리였고 그나마 나중에 계좌로 본내준다고 하길래 뒷풀이로 간 삼겹살집에서 밥값에 보태라고 하고 돌아왔습니다. 학생들이 돈들이 없으니 삼겹살 시키는 것도 눈치를 많이 보더군요. (다소 뻘쭘한 모습이군요) 강의 내용은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사태의 원리와 전개과정, 신자유주의의 현상과 문제점, 선진금융기법의 실상, 한국경제의 문제점 등이었습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라는 권력구조가 한국경제의 구조적 ..

불현듯... 2010.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