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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을 버리면 경제가 죽는다

광우병 논란이 한창이던 1996년의 영국. 십수년간 정부에 조언해온 아일린 루베리 박사는 3월8일 광우병(BSE) 자문위원회 회의에 문건 하나를 제출했다. 루베리 박사는 이 문건에서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간 광우병)이 소에서 발생하는 광우병인자가 종을 뛰어넘어 발생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문건은 1985년 이후 11년에 걸쳐 광우병의 인간전염 가능성을 괴담이라며 외면해오던 영국 정부의 태도를 하루아침에 바꿔놨다. 열흘쯤 지난 뒤 스티븐 도렐 보건부 장관은 영국 의회와 국민에게 “영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실토했고, 광우병을 둘러싼 논란은 종료됐다. 루베리 박사의 소신있는 연구와 건의도 그렇지만, 이를 수용한 영국 정부의 태도도 인상적이다. 콤 케러허가 쓴 을 보며 영국에서는 어떻게 ..

칼럼 2010.03.17

세계 금융위기 이후 -책 소개

한국기자상 수상에 빛나는 경향신문의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시리즈를 엮은 책입니다. 8명의 기자들이 9개월에 걸쳐 해외취재를 포함해 현장을 누비며 쓴 글들입니다. 기자들외에 각계 전문가들과 학자들의 기고도 있어 무게감을 높였습니다. 처음 이 기획에 참여했을 때는 과연 가능할까 우리 역량으로 해낼 수 있을까 의문이었고,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학자들도 반신반의했었습니다. 그만큼 다루려는 주제자체가 방대하기 이를데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냈습니다. 시리즈를 신문에 연재하면서 찬사도 받았고, 가끔씩은 너무 늘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신문에 싣기에는 너무 깊은 내용들이고 지나치게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묶어놓으니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을 적절히 배합한 탁월한 책이라..

읽은거 본거 2010.03.12

당신의 계급은 무엇입니까

(한달에 한번씩 쓰는 칼럼인데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 드라마 에서 귀족학교의 학생들은 툭하면 ‘천민’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하녀들이 무릎꿇고 ‘귀족’들의 구두를 닦거나 귀족 자제의 한나절 파티 복장에 1억원을 쓰는 장면도 나온다. 지난해 이 드라마가 별 소란 없이 방영된 것을 두고 내심 놀랐다. 꽃보다 예쁜 남자들의 환상적인 판타지 때문일까. 평등지향성이 강한 국내 시청자들이 ‘오냐 오냐’ 하며 넘어간 것이 신기했다. 어쨌건 는 알게 모르게 한 가지 메시지를 던져놨다. ‘한국 사회는 계급사회다.’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도 되묻지 않고 받아들였다. ‘계급’(class)이란 주로 물질적·객관적 기반에 입각해 사회구성을 밝히는 개념이다. ‘계층’보다는 층간의 이동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칼럼 2010.02.11

추노 재밌다

드라마 홈페이지 를 보니 공감가는 대목이 있어 옮겨놓는다. 지금 우리 서민들도 당시의 노비들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는 듯. 불과 몇 백년 전, 화폐가치로 계산되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이면서 사람이 아니었던 이들은 유사시엔 사고 파는 것은 물론, 선물로 주기도 했고, 버릴 수도 있었다. 물건과 딱히 다르지 않은 대우를 받던 그들의 수는 조선 시대 초기를 지나 폭발하더니 급기야 임진왜란 직후인 1609년. 한반도 전체 인구의 47퍼센트, 한양 전체 인구 53퍼센트까지 육박하게 된다. 당시 양반들과 평민들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이니 저잣거리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이들의 다수인 셈이다. 이런 세상을 상상할 수 있는가? 거리에 나가면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절반 이상이 되는 세상을? 절반 이상의 ..

읽은거 본거 2010.01.25

'실용주의적 진보'론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야당과 진보진영의 성적은 낙제점이었다. 이슈를 선점하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지난해 여름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정권이 친서민을 부르짖으며 뒤통수를 치자 멀뚱히 쳐다만 보고 있었을 뿐이다. 보수가 날아다니는 동안 야당과 진보는 바닥을 기었다.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 등 정권의 폭주에 맞서기도 벅찼던 점은 인정한다. 거리에선 경찰력으로, 국회에선 숫자로 밀어붙여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슈 선점은 언감생심이었다”고 말하면 변명은 되겠지만, 여론은 외면한다. 이제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가 첫해에 저지른 정책 실패에 대한 기억을 서서히 지우고, 야당과 진보의 주장을 흘려듣기 시작했다.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이런 흐름에 ..

칼럼 2010.01.04

새해 할일

쑥스럽긴 하지만, 이렇게 메모라도 해두는 편이 나을 듯 싶다. 1. 손대다 만 책 완독하기 어림잡아 보니 작년에 한 20권을 읽다 내팽개친 책들인데, 정리를 다 해야겠음. , , 등등. 근무 행태가 바뀌어서, 회사에 줄 곧 앉아있는 신세가 되다보니 책볼 시간이 더 줄어들고 있음. TV를 줄이든지, 출근 버스에서 읽든지 수를 내야 할듯. 아울러 서평을 열심히 쓰겠음. 2. 체중감량 간만에 보는 사람들마다 "얼굴 좋아졌네요"라며 욕을 날리는데, 아주 미티겠음. 아침에 체조라도 하든지, 이것도 뭔가 수를 내야할 듯. 운동할 시간 보다 의지가 없는 것이 문제인 듯. 밥양을 줄이고, 술은 가급적 자제, 소식다작(될까?) 복지부에 체중감량 사이트가 있다는 데 등록해볼까. 3. 음식과 몸에 대한 연구 나이가 든 탓일..

불현듯... 2010.01.03

우석훈의 언론비판 '아프다'

우석훈의 생각은 무릎을 탁치게 하는 발랄함 뿐 아니라. 보통사람들은 잘 건드리지 않는 대목에까지 칼을 들이대는 신랄함에 있다. 보통 기득권이 있거나 하는 사람들은 언론에 대해 이렇게까지 씹지 않는다. 그의 언론 비판은 거의 진실에 가깝다.(미디어 오늘 12월18일 기사 인용) ‘88만원 세대’의 공동저자인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이 지난 10일 이 연구소 창립식에서 돌출 발언을 했다. 이사장인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 등 이 자리에 초청된 정치인들의 경악하는 표정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우 소장의 강연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섹스는 토건경제와 반비례한다. 1995년 이후 토건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했지만 우리 국민들 섹스량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마음 놓고 섹스할 수 있는 좋은 나라..

읽은거 본거 2009.12.18

시마우타 이야기

시마우타에 대해 좀더 소개합니다. 이 노래는 오키나와의 민요라기 보다는 오키나와의 선율을 한껏 살린 가요인데 오키나와 출신이 아닌 일본 본토출신의 그룹이 오키나와에 갔다가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でいごのはながさき 데이고노 하나가사키/ 엄나무에 꽃이 피고 (1945년 4월 1일 봄이 오고) かぜをよび あらしがきた 카제오요비 아라시가키타/ 바람을 부르는 폭풍이 왔어요 (오키나와 본도에 미군이 상륙했다) でいごがさきみがれ 데이고가사키미가레/엄나무에 꽃이 만발하고 (4월부터 6월까지) かぜをよび あらしがきた카제오요비 아라시가키타/바람을 부르는 폭풍이 왔어요(미군의 침공이 계속됐다) ふりかえす かなしみは 후리카에스 카나시미와/반복되는 슬픔은 (미군의 잔혹한 살육은) しまわたる なみのよ 시마와타라루 나미노요오/섬을..

한국과 일본 2009.12.14

[오키나와 통신5] 슈리성, 오키나와 해안, 그리고 시마우타(島唄)

나츠카와 리미가 부른 시마우타입니다. 근데 산신(사미센) 반주가 없으니 별로네요. 오키나와 동쪽 해안입니다. 비행기에서 보면 특히 잘 보이는데 산호군락의 영향으로 바닷빛이 군데 군데 옥색을 띠고 있습니다. 이 해안가에서 육지쪽으론 학교가 하나 있는데 과소학교라 얼마전에 폐교가 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부 레저산업들이 이곳에 리조트를 지으려고 한다는군요. 오키나와 주민들은 당연히 반대하고 있고요. 다카에 주변의 얀바루(삼림)지역입니다. 나하시에 있는 한 극장식 식당에서 가수들이 오키나와 민요를 부르고 있습니다. 가운데 보면 사미센 처럼 생긴 악기가 있는데 일본 본도의 사미센과 달리 산신이라고 부릅니다. 대개의 노래들이 4분의2박자로 빠르고 흥겨운데다 추임새도 여간 신나는게 아닙니다. 추임새는 "이야쌋싸 하..

여행의 맛 2009.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