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 29

도쿄는 거대한 '난민' 대기소

17일 오전 9시쯤 도후쿠 지방 야마가타현의 야마가타 공항. 시골의 고속버스 터미널 정도로 협소한 2층 짜리 공항의 출국장에 이른 아침부터 큼직한 여행용 트렁크를 앞세운 승객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미야기현 등 지진과 쓰나미 피해지역에서 비교적 안전한 야마가타현을 경유해 도쿄 이남으로 빠져나가려는 주민들의 행렬이다. 미야기·이와테→야마가타→도쿄의 탈출경로다. 야마가타 공항은 도쿄행 승객이 늘어나자 이날 임시항공편을 증설했으나 폭설로 도쿄발 여객기가 잇따라 연착하면서 11시30분발 도쿄행 JAL기가 오후 2시를 넘겨 출발했다. 오후 3시30분쯤 도쿄 하네다 공항의 국내선 도착장 로비에는 도호쿠 지방을 탈출한 친지들을 마중나온 이들로 붐볐다. 일본의 수도이자 메트로폴리스인 도쿄가 도호쿠 대지진 이후 하나의 ..

일본의 오늘 2011.03.18

[르뽀] 건물 붕괴위기 센다이 도호쿠조선학교

일본 도후쿠 지방 총련계 조선학교들이 일본 당국의 보조금 지급중단에 따른 재정난에 대지진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진으로 건물이 파손된 데다 물자난까지 겹쳐 학교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미야기현 센다이시 타이하쿠구 나가마치의 야산에 자리잡은 도후쿠(東北)조선초중고급학교는 지난 11일 지진으로 4층 교사건물이 40cm가량 오른쪽으로 기울어졌다. 16일 오후 학교 건물을 찾아가 보니 가로 1m·세로 60cm가량의 오른쪽 지반이 약 10cm가량 땅으로 푹 꺼져 있었다.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붕괴될 우려에 노출돼 있다. 건물 내부 바닥은 곳곳이 쩍쩍 갈라졌고 교무실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책상과 의자, 책장 등이 뒤엉켜 있어 당시 상황을 실감케 했다. 교무실로 통하는 복도에는 유리창 파편들이 어지러..

일본의 오늘 2011.03.16

[르포]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초(南三陸町)

15일 오후 일본 센다이에서 택시를 빌려타고 꼬박 3시간40분만에 도착한 미야기현 미나미산리쿠 마을. 지난 11일 대지진과 함께 밀어닥친 쓰나미에 휩쓸려 마을이 통째로 사라진 공간을 거대한 쓰레기 잔해더미가 채우고 있었다. 초겨울 기온에 가랑비마저 흩뿌려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마을의 어귀에는 ‘재해파견’이라고 쓰인 흰 천을 두른 자위대 트럭과 통신장비를 짊어진 얼룩무늬 군복차림의 자위대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미야기현 북부의 미나미산리쿠는 주민 1만7000여명 중 1만명이 실종돼 미야기현 내에서도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 마을이 ‘괴멸’됐다는 일본 언론들의 표현을 절감케 하는 살풍경이 펼쳐졌다. 계곡 구석구석까지 빽빽하게 들어찬 쓰레기 더미들을 보자 쓰나미가 엄청난 위력으로 차와 주택은 물론 ..

일본의 오늘 2011.03.16

일본 안전신화의 붕괴

‘도호쿠(동북) 대지진으로 일본의 원전안전 신화가 붕괴됐다.’ 일본에서 1990년대 이후 크고 작은 원전사고가 되풀이됐지만 정부는 원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번 도호쿠 강진으로 원전폭발과 방사능 누출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본의 원전안전 신화는 붕괴했다. 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피폭경험을 한 일본에서 원전사고에 대한 공포감은 상상을 넘는다.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사전대책 미흡과 늑장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원전안전 시스템의 한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노심용해 및 방사능 누출사고의 근본원인은 핵심 비상장치인 ‘긴급노심냉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던 데 있다. 지진 등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원전의 작동중단..

일본의 오늘 2011.03.13

[통근기]오테마치(大手町)에서 미나미구가하라(南久が原)까지

사상최대의 지진이 발생한 11일 도쿄시내는 ‘교통지옥’으로 돌변했다. 대중교통에서 전철과 지하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지진이 지진으로 인한 교통상황은 상상이상이었다. 지하철은 7시간 가량 멈췄고, 기간 교통수단인 JR전철은 다음날 오전에서야 운행이 재개됐지만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자정을 약간 넘겨서야 일부 지하철 구간이 서서히 운행이 재개됐다. 하지만 지요다(千代田)구 오테마치(大手町)의 사무실에서 시내 남부의 미나미 구가하라(南久が原)의 집까지 가는 길은 평소의 두배 이상 걸린 ‘고난의 여정’이었다. 평소 통근경로는 집 근처의 구가하라역에서 도큐이케가마선을 탄 뒤 카마타에서 JR게이힌도호쿠선으로 갈아타 도쿄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5분여 거리다. 그러나 10개역에 걸리는 시간과 갈아..

일본의 오늘 2011.03.12

동일본대지진 당일 나는...

11일 오후 2시50분쯤. 일본 도쿄 중심부인 지요다구 오테마치 산케이빌딩의 사무실에서 석간신문을 사기 위해 지하상가 쪽으로 발길을 옮기던 길이었다. 2~3m 앞 천장에 있는 신호표지판이 조금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틀 전에도 가벼운 지진으로 사무실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 터라 ‘이러다 말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3초도 지나지 않아 지하도 바닥이 심하게 흔들렸다. 지하도를 지나던 여성들이 기둥을 잡으면서 “도시요(어떻게 해)”라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행인들도 멈춰서서 벽을 붙잡으며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이었다. 진도 3도 정도의 가벼운 지진에는 아랑곳하지 않던 일본인들의 평소 모습과 전혀 달랐다. 지하도의 가판대 쪽으로 발걸음을 빨리했다. 평소 오후 2시45분쯤이면 도착해야..

일본의 오늘 2011.03.12

인터뷰/일본 기자 기타 요시히로

“이런 재난을 당했을 때 당황하면 더 위험해진다는 점을 일본인들은 그간의 숱한 재난 속에서 체득해왔습니다.” 산케이신문 문화부 기자 기타 요시히로(50·사진)는 11일 저녁 도쿄 도심부인 오테마치의 산케이빌딩 내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사상최대의 강진에도 일본인들이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하는 까닭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진은 상상이상이었던 것 같다. 그는 “어지간히 지진에 단련돼 있었지만 이번처럼 충격을 받은 적은 없다”며 “자세한 피해규모는 하루 이틀 더 지나봐야 하겠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무실에서 30㎞쯤 떨어진 지바현 후나바시에 거주하는 기타는 “전철이 끊겨서 귀가하기는 틀렸다”며 “문화부 인원 50여명 중에서 40여명 정도는 사무..

일본의 오늘 2011.03.11

[기자메모] 포용과 배척… 외국인 대하는 일본의 두 얼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전문직 외국인의 영주권 자격을 대폭 완화할 방침이라는 기사를 8일자 1면 헤드라인에 올렸다. 전문직 외국인의 경력 등을 평가해 일정 점수를 얻으면 5년만 체류하더라도 영주권(현행 10년)을 주겠다는 게 골자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로 의료수요가 넘쳐나자 외국 의사의 진료행위 허용 방안도 추진해왔다. 이런 움직임은 민간부문에서 더 활발하다. 가전업체 소니가 2013년부터 신입사원의 30%를 외국인으로 채용키로 했고, 인터넷 쇼핑몰 업체인 라쿠텐도 올해부터 외국인 비중을 늘리기로 했다. 파나소닉과 도시바 등도 이에 합류하고 있다. 이는 전향적인 흐름이다. 일본으로서는 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에 대응할 수 있고, 외국인들로서는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재일 ..

칼럼 2011.03.09

마에하라 외상 사의 표명

“마에하라가 어렸을 적부터 줄곧 친하게 지내와 자식처럼 생각해 도왔을 뿐인데….”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48·사진)이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살며 부모처럼 따르던 70대의 재일(在日) 한국인 부부로부터 매년 소액의 정치헌금을 받아온 사실이 드러나자 6일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웃 간의 정’이 외국인의 정치헌금을 금지한 정치자금규정법 위반으로 정국을 흔드는 사안으로 비화하자 노부부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마에하라 외상에게 정치헌금을 한 재일 한국인은 교토시 야마시나구에서 불고깃집을 운영하는 박모씨(75)의 부인 장모씨(72). 남편 박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마에하라 외상을 12살 때부터 알게 됐고 큰아들과도 동갑내기여서 자식처럼 여겨왔다”면서 “이렇게 큰일로 번지리라곤 생각지 못했다”고..

일본의 오늘 2011.03.06